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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Mar 17. 2022

도어대시가 반품을 수거하는 이유

라스트 마일 배송망을 가진 이들의 커머스 습격

아래 글은 2022년 03월 1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배달 대신 반품을, 빨래 대신 택배를

 도어대시가 반품 수거 서비스를 테스트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고객이 반품할 상품을 포장하여 내어놓으면, 도어대시 라이더가 이를 수거하여 가까운 우체국 등으로 전달하는 방식인데요. 이러한 아이디어는 도어대시만이 했던 건 아닙니다. 이미 우버도 2015년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적이 있고, Shyp라는 스타트업도 이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론칭했다가 2018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하네요.


런드리고도 세탁물 배달망을 활용하여 커머스에 진출했습니다 (출처: 런드리고)


 국내에서도 전혀 다른 서비스의 라스트마일 배송망을 커머스로 활용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눈에 띄었던 건 역시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가 세탁물 배달망을 활용하여, 상품 판매에 나선 거였습니다. 다만 해당 서비스에는 독특한 점이 있는데요. 물건을 아무나 살 수 없고, 세탁물 수거를 신청한 사람만 이용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도어대시와 런드리고의 접근 방식은 기존 커머스와는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우선 도어대시의 반품 수거 서비스는 그 자체로는 그다지 수익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지속되지 못하고 사라진 게 이를 증명합니다. 또한 런드리고의 커머스는 신규 고객 확장이 아니라, 기존 고객 대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애초에 규모감 있는 커머스 사업으로 키울 생각이 없다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렇게 독특한 사업을 론칭한 건 철저히 자신들이 가진 배송망을 효율화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주문, 혹은 더 가치 있는 주문      

 우선 도어대시부터 봐볼까요. 도어대시의 최대 관심사는 라이더들을 많이 모으되, 비용은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라이더 수급과 주문 건당 지불하는 배달비 수준을 결정하는 건 결국, 라이더 공급 대비 주문 수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끊임없이 배달 건이 생겨야 라이더들도 생겨날 거고요. 주문이 충분해진다면, 여러 건을 수행하면 되니, 건당 비용은 내려가게 됩니다.


결국 도어대시가 반품 수거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건 더 많은 주문을 라이더에게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출처: DoorDash)


 하지만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가까워져 가며, 배달 수요의 폭발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고요. 더욱이 배달이라는 특성상 식사 시간대를 중심으로만 주문이 몰리게 됩니다. 하지만 반품 서비스가 완전히 자리 잡는다면, 배달 수요가 줄더라도 새로운 주문을 라이더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반품 수거는 따로 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되기에, 유휴 시간 활용도 가능합니다. 더욱이 수거는 라이더의 운행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경로를 최적화하면 건당 배달비도 더 낮출 수 있는 가성도 존재하지요.


 이렇게 도어대시의 접근법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고, 건당 비용을 낮추는 거라면, 런드리고의 접근법은 세탁 배달망의 건당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런드리고 같은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세탁 건당 공헌이익을 플러스로 만들고, 이를 키워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론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볼륨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흑자 전환에 나서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기약이 없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정말 엄청나게 거래 규모를 늘려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로, 건당 비용을 낮추는 게 아니라 이익을 늘린다면, 결국엔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런드리고는 세탁 배송 건당 이익을 늘리는 관점에서 커머스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겁니다. 애초에 커머스 거래액 따위는 관심이 없었던 겁니다.



관점이 다르면 더 무섭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앞으로 라스트 마일 배송 역량을 갖춘 다른 업계의 플레이어들의 커머스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이미 일본이나 독일에선 택시업계가 음식 배달 혹은 식료품 배송에 나서기도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애초에 이들이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기존 플레이어들에게는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그간 커머스 시장에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룰이 누군가에 의해 깨질 때 변혁이 일어납니다. 어차피 '배송은 내일 아니면, 늦어도 내일모레면 오잖아'를 익일 배송 보장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뒤집어 버린 쿠팡이 대표적이지요.


 그리고 도어대시나 런드리고 같은 업체들은 태생이 커머스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런드리고는 아예 서비스 론칭 때부터 배송비를 받지 않고, 포장재를 전혀 쓰지 않는다는 점을 핵심 셀링 포인트로 삼고 있는데요. 기존 커머스 기업들은 결코 줄 수 없는 가치를 세탁 서비스 업체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 없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하나하나 쌓여간다면 커머스 시장은 또 어떻게 변해갈까요?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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