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만 잘한다면, 토스의 슈퍼 앱 꿈은 이뤄질 것 같습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3월 2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토스뱅크가 예금 이자를 하루 단위로 지급하는 '일 복리'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물론 아무나 주는 건 아니고요. 토스 앱에 접속해서 직접 버튼을 눌러야 지급이 됩니다. 한 마디로 토스 앱에 대한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액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막상 경쟁자인 전통 시중은행들은 시큰둥합니다. 그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느끼는 효용은 크지 않은데, 은행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상당히 부담이 되므로, 바로 대응하기보다는 당분간은 추이를 지켜볼 것 같네요.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실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아이에이지웍스 모바일인덱스HD에서 제공해준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를 도입한 3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의 앱 방문자 수 평균이 직전 2주 간의 수치와 대비해서, 고작 3.3%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것만 보면, 당장은 전통 시중은행들의 반응이 맞아떨어진 것 같긴 한데요. 사실 알고 보면, 토스는 수년 전부터 고객의 방문을 늘리기 위해, 비슷한 맥락의 노력들을 꾸준히 지속해 왔었습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토스에서는 무려 50개의 팀 프로젝트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금융상품은 물론, 만보기 같이 핀테크 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보기 같이 뜬금없는 기능을 넣으면서까지 토스는 왜 이리 앱 방문자 수에 집착하는 걸까요? 이는 토스의 최종 지향점이 핀테크 슈퍼 앱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슈퍼앱이 되려면, 무엇보다 고객의 트래픽을 관리해야 하는데요. 그렇기에 과거의 행운퀴즈부터 만보기까지 온갖 기능과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 어떻게든 고객이 토스 앱을 찾아오도록 만들고 있는 겁니다.
자 그럼 약간 이르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앱 방문자 수 증대에는 큰 효과를 못 거둔 '일 복리' 서비스 론칭은 실패라고 해석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작년부터 토스가 걸어온 행보를 돌이켜 보면, 방문 고객의 수를 늘리는 액션과,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장치를 구분하여 접근하고 있는데요. '일 복리'는 둘 중에 후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리텐션에 미치는 영향은 바로 확인이 어려우니까요.
2021년, 토스는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라는 핵심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증권의 경우 무료 주식 증정 이벤트로, 토스뱅크는 10월 오픈을 앞두고 9월부터 진행한 사전 신청 접수를 통해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두 이벤트 모두 방문 고객 수를 단기간 내에 늘리는 데 집중이 되어 있었고요. 실제로 직전월 대비 13%가량 MAU를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21년 1월만 해도, 1천만 명 내외에 불과했던 토스의 MAU는 최근에는 1,300만 명 내외까지 30%가량이나 증가하였는데요. 무엇보다 더 무서운 점은 이처럼 방문자 규모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고객의 리텐션 수준을 보여주는 DAU/MAU 지표도 꾸준히 우상향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2021년 연초만 해도, 20% 내외에 머무르던 수치가, 근래에는 30% 선에 도달하였는데요. 이는 평균적으로 약 3일에 한 번은 토스의 고객이 앱을 실행한다는 걸 이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앱이 이틀에 한 번 꼴로 접속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토스의 리텐션이 이미 꽤나 높은 수준에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한 달 동안 평균적으로 1인당 앱 사용 시간도 40분을 훌쩍 넘고 있는데요.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마저도 1달에 15분 남짓 사용하는 것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미 핀테크 기업의 이용자 수가 5대 시중 은행의 활동 고객 수를 능가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토스는 규모뿐 아니라, 고객의 질적 측면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기에, 향후 핀테크 패권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토스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카카오와 가장 다른 점은 하나의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여러 앱에 핀테크 관련 서비스가 흩어져 있는 반면, 토스는 송금, 증권, 은행 기능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앱에 방문한다면 자연스레 한 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범위가 확대됩니다. 그러면 토스 입장에선 고객당 생애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잘 아는 토스는 아예 증권 서비스에 커뮤니티 기능을 넣거나, 오늘의 머니팁과 같은 금융 콘텐츠까지 발행하고 있는데요. 어떻게든 고객이 계속 찾아오고, 머무르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토스의 전략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특히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경쟁자와의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겁니다. 하지만 토스에게도 고민은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벼운 송금부터 무거운 은행, 증권으로 고객을 연결하는 토스의 전략이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토스는 마이 데이터 사업에 진출하며 가이드라인 위배 논란이 일자, 긴급 수정한 적도 있는데요. 금융이라는 산업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토스는 앞으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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