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D 투자를 유치한 오늘의집, 과연 어떤 과제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래 글은 2022년 05월 1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 5월 9일 오늘의집이 무려 2,3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약 2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닷컴 버블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거둔 쾌거이기도 한데요. 다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만큼 오늘의집이 지어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세상에 공짜 투자는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투자 금액 대비 더 높은 수준의 수익을 회수하기 원하기 마련인데요. 오늘의집 역시 이번 투자를 계기로 반드시 2조 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이와 가장 유사한 사례가 마켓컬리인데요. 마켓컬리는 작년 말 2,50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때문에 올해 예정된 IPO에서는 최소 5~6조 원 사이의 시가총액을 기록해야 하는 과제를 떠 앉게 되었고요. 이러한 높은 기대치는 상장 레이스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의집이 이번 투자금을 기반으로 사업적인 성과를 충분히 거둔다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오늘의집의 실적은 다소 애매하다는 겁니다. 오늘의집은 2020년 말에도 770억 원이라는 거액의 투자를 받았었는데요. 작년 매출액은 1,1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 성장하긴 했지만, 영업 적자 또한 385억 원으로 무려 280%나 증가하며, 매출 규모도 수익성도 만족스럽진 못했습니다.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자체 배송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나름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결국 판을 바꾸는 데는 실패한 겁니다. 만약 이번 투자로도 무언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정말로 상장 문턱에 선 오늘의집에겐 치명적인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연히 오늘의집이 아무 생각 없이, 투자 유치에 나섰을 리가 없겠죠. 오늘의집이 가지고 있는 계획은 이번에 참여한 투자사들의 면면을 보면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번 투자에는 유독 해외 투자사들이 많이 참여했는데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의 자회사인 버텍스홀딩스나 미국의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늘의집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있었습니다.
오늘의집은 회원들에게 보낸 '글로벌 서비스 출시 예정에 따른 사전 안내'라는 제목의 메일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였는데요. 특히 우선 진출 고려 지역으로 미국과 싱가포르를 콕 집었습니다. 괜히 미국과 싱가포르 투자사들과 접촉한 것이 아니었던 거죠. 아마 투자금은 물론이고, 현지 시장 공략에도 여러 지원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처럼 명확한 목표를 가진 투자 유치라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투자금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에 사용하느냐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2,350억 원이라는 금액은 국내 인테리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물류 투자 목적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시드 머니로는 충분해 보이고요. 투자사 선정도 세심하게 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오늘의집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무조건 해외 진출에서 성과를 거둬야 합니다. 이미 오늘의집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둔화와 쿠팡 등 다른 플랫폼들의 인테리어 시장 진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고요. 따라서 새로운 성장원 확보 없이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결코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재무적 성과 개선도 필요합니다. 올해 이커머스 시장의 최대 화두는 수익성입니다. 쿠팡이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고요. 다른 플랫폼들도 흑자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근시일 내에 상장하긴 어려울 겁니다.
작년 오늘의집의 적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배송 서비스 론칭으로 인한 물류 및 상품 운영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운반비는 20년 1억 원에서 21년 40억 원으로 무려 40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준비 중이라 알려진 PB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여, 현재 구조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거나, 아니면 과감히 물류를 포기하고 기존 판매 중개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열려 있는 채용 공고를 토대로 예측해보면, 오늘의집은 일단 자체 물류 강화와 PB상품 개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이러한 오늘의집의 선택이 좋은 실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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