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선 커머스가 가진 명과 암을 알려 드립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5월 2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커머스 업계는 어느덧 점차 고인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무신사, 오늘의집 등의 플랫폼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만든 경제의 해자는 너무 두터워, 후발업체들이 쉽게 발을 들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도전을 하는 업체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보통은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법인데요. 특히 초신선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최근 존재감을 키우는 곳들이 있으니 바로 오늘회와 정육각입니다. 이들은 비슷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기에, 창업 초기부터 서로 엮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늘은 과연 초신선 커머스가 신선식품 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커머스 업계의 혁신은 창고에서 고객에게 누가 더 상품을 빨리 전달하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쿠팡이 내세운 익일배송부터, 새벽배송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당일배송과 즉시배송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신선 커머스의 핵심은 빠른 배송에 있지 않습니다. 물론 오늘회와 정육각 모두, 당일배송, 새벽배송 같은 배송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큰 차별점으로 삼는 부분은 산지에서 고객까지 식품이 도달하는 과정을 최단거리로 만든다에 있습니다.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여, 더 신선한 제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바고, 그래서 선도가 핵심인 수산과 정육 카테고리에서 사업을 시작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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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의 노림수는 통했습니다. 정육각은 작년 매출이 400억 원에 달하였고, 오늘회 또한 올해 1-4월 매출이 131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하지만 성장통일까요? 둘 모두 동시에 심각한 영업 적자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오늘회는 영업 손실률이 -40%라 하고요. 정육각의 작년 영업 적자도 250억 원이나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수익성이 좋지 않은 걸까요? 초신선 커머스 자체가 신선식품을 직매입하여, 물류도 직접 핸들링하기 때문에, 애초에 고비용 구조일 수밖에 없습니다. 초기 인프라 투자도 많이 필요하고, 변동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더욱이 폐기율 등으로 인해, 원가율 관리도 쉽지 않고요.
근데 신기하게도, 이와 같은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접근법마저 둘이 닮았습니다. 우선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사업화하여 추가 수익원으로 전환시키는 시도까지 하고 있습니다. 정육각의 자체 물류 시스템 런즈는 일반인 배송 플랫폼이고, 오늘회의 오늘회 러쉬는 아예 물류 솔루션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또한 물류 고도화에 이어 카테고리 확장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정육각은 유제품, 수산 등으로 상품을 늘리고, 오늘회도 정육,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전반을 다루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영역을 확장해나갈수록, 이들은 곧 마켓컬리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모두가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가장 앞서가고 있는 건 역시나 쿠팡과 마켓컬리입니다. 그리고 특히 마켓컬리는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취급한다는 측면에서 초신선 커머스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알고 보면 오늘회와 정육각은 사업 초기부터 마켓컬리와 여러모로 비교되기도 했던 게 사실이고요.
이들은 모두 직매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품 소싱과 배송 효율 최적화를 위해선 적정 물량 확보가 필요합니다. 오아시스 마켓처럼 수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물량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와 매출 성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심지어 마켓컬리조차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구조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초신선 커머스 플랫폼들이 성장과 수익이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영속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에 피해 갈 순 없습니다.
그래도 둘은 나름의 전략은 이미 세운 것 같습니다. 우선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를 통해 온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강점을 내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카테고리 확장을 하면서, 비용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추후 정육각 런즈를 기반으로 퀵커머스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계는 오아시스 마켓처럼 규모 확장의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일 테고요.
반면 오늘회는 보다 빠르게 서비스를 전국화 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경남권 확장에 이어, 6월에는 충청권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이라 합니다.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나가는 대신, 물류 솔루션 사업화를 통해 수익성을 보완하려는 걸로 보이는데요. 분명 스케일업에는 효과적이지만, 적자를 감당할 수준까지 관리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들에게 아쉬운 점은, 출발이 늦은 만큼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시장을 더 장악하기 전에 어떻게든 자신들의 영역을 충분히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들의 과감한 도전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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