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가격보다도 할인 중인 티몬, 그래서 성장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6월 2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 6월 27일 또다시 티몬의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내용도 구체적이었는데요. 티몬을 두고 경합해오던 토스페이먼츠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큐텐이 단독으로 협상 중이라는 겁니다. 이에 티몬은 바로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단지 전략적 투자를 논의 중이라는 건데요.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매각 결정이 끝난 상황으로 세세한 조건을 합의하는 과정만 남았다는 이야기마저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매각 소식보다 더 놀라운 건 이번에 나온 티몬의 기업가치입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티몬의 매각 가격대는 2,000억 원대인데요. 2015년 KKR과 앵커가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의 기업 가치가 8,600억 원보다도 작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론되던 몸값 2조 원과 비교하면 1/10 수준입니다. 더욱이 무려 10여 년 전인 2011년 창업 1년 만에 티몬이 처음 리빙소셜에 매각된 가격 3,000억 원보다도 더 가치가 떨어진 셈이라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니콘 기업으로 최소 조 단위의 몸값을 자랑하던 티몬이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시장 환경이 좋지 못합니다. 다들 시장에 겨울이 찾아왔다고 할 정도로 투자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인데요. 이런 시기에 매각을 하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더욱이 티몬의 미래 역시 너무나도 어둡습니다. 이미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티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7% 줄었는데, 영업손실은 오히려 20.4%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이처럼 현재 실적도 좋지 않고, 미래 성장 가능성마저 낮은 티몬의 기업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티몬은 그간 반등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는 겁니다. 쿠팡, 위메프와 함께 1세대 소셜커머스 중 한 곳이던 티몬은 초창기만 해도 업계 1위 플랫폼이었습니다. 하지만 리빙소셜, 그루폰 등 회사의 주인이 계속 바뀌면서 주도권을 잃게 되었는데요. 결국 2015년 경 창립자 신현성 대표가 사모펀드인 KKR, 앵커와 손을 잡고 다시 경영권을 되찾아옵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기 위해 선보인 것이 생필품 최저가 판매 서비스 슈퍼마트였습니다. 하지만 티몬에는 아쉽게도 손정의 회장이 없었습니다. 초기부터 슈퍼마트는 빠르게 성장하였지만,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직매입 사업을 투자자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티몬은 슈퍼마트에서 철수하였고, 그 덕에 일시적으로 수익성을 개선시키긴 하였지만, 쿠팡과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버립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티몬은 1조 원 이상 가격으로 엑시트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습니다. 2019년 롯데와 매각 협상을 하면서 1조 원대 초반 가격으로 최종 사인만을 앞두었던 건데요. 막판에 티몬 대주주 측이 가격을 20% 정도 높이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합니다.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 버린 겁니다.
이후 티몬은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며, 부활을 꿈꿉니다. 신임 대표는 브랜드 풀필먼트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이조차도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내부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티몬은 2,000억 원이라는 초라한 가격표가 붙은 채 시장에 나오게 된 겁니다.
이러한 티몬의 몰락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그건 어설픈 수익 개선보단 차라리 계획된 적자가 낫다는 겁니다. 혹시 '40의 법칙'이라는 걸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40의 법칙'은 본래 B2B SaaS 기업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것으로, 최근에는 테크 기업들을 평가하는 전반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계산 방법도 간단합니다. 연간 매출 증가율과 영업 이익률이 합을 구해서 40%만 넘으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60% 영업 이익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성장률이 100%면 해당 기업은 투자할만하다는 겁니다. 이러한 40의 법칙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대표적인 곳이 바로 쿠팡입니다. 쿠팡은 비록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였지만, 이보다 압도적인 매출 성장률 덕분에 작년 상장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주가는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쿠팡을 좋게 평가하는 기관들도 많고요.
반면 티몬, 11번가, 위메프 등은 성장보단 수익 개선에 치중하였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일부는 연간 흑자를 내는 데까지 성공하였지만, 성장은 정체되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이익률 역시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이들은 모두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하였고, 상장도 매각도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됩니다. 이처럼 아무리 경제 상황이 안 좋더라도, 이익을 충분히 내기 어렵다면, 성장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현금흐름에 큰 문제만 없다면, 적자를 내더라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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