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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ul 06. 2022

대형마트는 규제와 헤어질 결심

규제 완화가 모든 것의 해결책이 될 순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7월 0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우리는 규제 완화에 진심입니다

 지난 7월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의 본격적인 규제 혁신 추진에 맞춰,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과제 100선'을 정부에 건의하였습니다. 이중 무려 8개가 유통업계와 관련된 규제였는데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대형마트와 SSM 영업 제한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달라는 안이었습니다. 더욱이 해당 규제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44개의 규제개선 과제에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따라서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큰 눈치입니다.

대한상의가 발의한 과제들은 대부분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이와 같이 대형마트 업계가 영업 제한 시간 내 온라인 배송 허용에 진심인 이유는, 이커머스의 부상에 따른 위기감 때문입니다. 의무휴업, 출점 규제, 영업제한 등의 규제가 생겨났을 때만 해도, 대형마트는 정말 무섭게 성장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비환경이 변화하면서, 점차 성장이 둔화되어갔고요. 특히 근래에는 온라인 쇼핑에 잠식당하면서, 대형마트 매출이 편의점에 추월당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온라인 시대'에 대형마트나 SSM은 시대에 뒤떨어진 업태처럼 여겨지고 있는데요. 고객은 멀리 장을 보러 가느니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정말 급한 경우에는 집 앞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크 스토어로 일발역전을 노립니다

 그렇다면 규제 완화를 통해 대형마트가 노리는 건 무엇일까요? 바로 개별 점포들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여 배송 역량을 단숨에 확보하는 겁니다. 물론 그동안도 매장의 일부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세미 다크 스토어를 늘려서, 배송 역량을 강화해오긴 했습니다. SSG만 해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와 더불어 이마트 매장을 거점으로 한 PP(Picking&Packing)센터를 통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매장 일부를 PP센터로 만드는 것이 전용 물류센터 구축보다 효율적입니다 (출처: 신세계 뉴스룸)


 하지만 규제 때문에 이와 같은 매장 거점 물류 센터들은 반쪽자리에 불과하였습니다. 새벽배송은 영업시간 규제 때문에 아예 불가능했고요. 심지어 의무휴업일에는 일반배송도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감하게 매장들을 픽업 및 물류 거점으로 바꾸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월마트 전략은 아예 엄두에 둘 수도 없었던 겁니다.


 따라서 대형마트를 가진 유통업체들은 규제가 풀리기만을 벼르고 있는데요. 특히 이들에게는 공공의 적과 같은 쿠팡의 최대 강점이 전국 물류 인프라 구축을 통해 만든 경제의 해자였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매장을 온전한 물류센터로 탈바꿈시키는 게 가능해지면, 막대한 투자 없이도 이를 따라잡을 방법이 생긴 셈입니다. 더욱이 오아시스처럼 온오프 통합 물류 관리를 통한 폐기율 관리도 용이해질 테고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요?      

 돌아가는 분위기를 볼 때, 규제 완화는 거의 확정시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면 쿠팡, 마켓컬리 등 경쟁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까요? 아마 아닐 것 같습니다. 물류 인프라 구축은 경쟁의 출발선에 서는 수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혹은 당일배송을 제공한다고 갑자기 경쟁우위에 서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배송 서비스 제공 유무 때문에, 온라인에서 맥을 못 춘 거라면, 롯데온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을 리가 없습니다. 물론 다크 스토어를 활용한다면, 운영 측면에선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한다는 강점을 가지긴 할 겁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배송 말고도 전반적인 고객 경험 측면에서 차별화 요소가 없다면, 큰 성과를 거두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적어도 빠른 지역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PP센터 구축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내려면 최소 주문 수량 확보는 필요합니다. 섣부른 확장은 오히려 수익 측면에서 큰 손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거죠.


가격의 끝은 사실 경쟁 전략이라 보기에는 다소 식상한 것이 사실입니다 (출처: 신세계 뉴스룸)


 지난 7월 4일, 이마트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다시 실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필수품을 최저가로 판매하겠다는 소식이 반갑긴 합니다. 하지만 경쟁 전략 관점에서는 다소 안일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지난 2016년부터 수차례 최저가 전쟁을 벌여왔지만, 효과는 미미했거든요. 이제 소비자들이 'Everyday Low Price' 전략에 환호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전반적인 고객 경험 개선 없이는 반응하지 않거든요. 따라서 대형마트 업계도 규제 완화 자체보다는 그 이후를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실한 차별적 경쟁력에 대한 고민 없이는, 아무리 규제가 풀리더라도, 역전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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