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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un 23. 2022

쿠팡과 한진의 이별이 의미하는 것

쿠팡에게는 청신호지만, 택배 업계에게는 악몽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6월 22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이별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지난 5월 쿠팡이 한진과 이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어쩌면 이들의 이별은 예견된 일이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쿠팡은 지금까지 쭉 한진과의 이별을 준비해 왔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쿠팡이 한진에게 맡기고 있던 건, 5대 광역시 이외의 로켓배송 물량이었습니다. 쿠친이라는 자체 배송 인력이 있음에도, 이렇게 아웃소싱을 한건 효율적인 배송을 위한 물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이 말은 곧 직접 물류를 해도 이익이 난다고 판단되면, 쿠팡은 언제든 이별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진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한진에게는 쿠팡의 이탈이 치명적이었습니다. 심지어 꽤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던 걸로 보이는데요. 쿠팡이 떠나면서 무려 전체 택배 물량의 7~8%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안이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코너에 몰린 한진의 선택은 저가 수주를 해서라도, 대체 물량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입찰가를 예정 가격의 82% 수준을 써내면서까지 공영 홈쇼핑과의 계약을 수주한 것인데요.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적자 수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적자가 불 보듯 뻔함에도 불구하고 한진이 어떻게든 물량을 채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택배기사 인력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택배기사는 한진의 직원이 아니라, 한진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배송을 담당하게 되는데요. 단순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배송할 물량이 없으면 이들은 당연히 다른 곳으로 떠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택배기사 수가 줄어들면 한진이 경쟁력도 저하되겠죠? 따라서 한진은 이들에게 줄 안정적인 일감을 무조건 사수해야 했던 겁니다.



쿠팡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갑니다

 반면에 이번 이별 소식은 쿠팡에게는 매우 청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한진에게 맡기던 물량을 내부적으로 소화한다는 것은, 곧 로켓배송 사업의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한진에게 건당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직접 배송이 싸게 먹힌다는 판단이 있어서, 계약을 해지했을 테니 말입니다.


 또한 이는 동시에 이제 쿠팡이 새로운 측면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여력이 생겼다는 걸 뜻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쿠팡은 로켓배송의 배송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주문 물량을 늘리는 것에 온 역량을 집중해왔습니다. 그래서 물류센터도 빠른 확장이 중요했기에, 효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인력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택하였고요.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도 손해 나는 가격으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배송 효율을 구현하기 위한 물량 확보에 성공한 쿠팡은 이제 물류센터 자동화에도 손을 뻗고 있습니다 (출처: 쿠팡) 


 하지만 이제 전국적으로 주문 수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쿠팡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의지를 보인 것이 그동안 수없이 지적받아 왔던 물류센터의 자동화인데요. 로봇 등 자동화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하며, 배송 효율뿐 아니라, 풀필먼트 센터의 생산성도 끌어올리는 중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기아와 '쿠팡 맞춤형 배송 차량' 개발을 추진하는 등 쿠친의 업무 효율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갈 계획인데요. 이렇게 되면서, 쿠팡의 지상 목표인 흑자 전환의 시점도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직적 통합을 이겨내긴 어려울 겁니다

 이처럼 쿠팡이 한진과 이별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쿠팡과 택배사들이 경쟁하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자체 배송 비중을 늘려가면서, 기존 택배사들은 위축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경쟁이 지속된다면, 결국 최종 승자는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IT기술 역량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요. 동시에 이들의 기업 문화 또한 보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을 보장할 수 있기에, 물류 인재 확보 경쟁에서도 유리합니다.


 더욱이 결정적으로 풀필먼트에서 배송까지 수직적인 통합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쿠팡과 아마존은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전체 프로세스를 모두 통합 관리 가능한다면, 최적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나 차별화된 고객 경험 제공 측면에서 경제의 해자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마치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성공한 것과 유사합니다. 앞으로 택배업계가 이를 이겨내려면,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동맹을 더 끈끈하게 맺던가, 혹은 보다 압도적인 물량과 인프라로 쿠팡이 따라올 수 없는 배송 효율성을 갖추는 방법밖에 없을 듯하네요.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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