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저가 의류 브랜드 시대, 팬을 모으는 곳이 살아남을 겁니다
경기 침체 조짐이 확산되면서, 미국에서 초저가 의류 브랜드들이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리서치 업체인 글로벌 데이터 PLC에 따르면, 미국인의 의류 지출에서 저가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19.1%에서 현재 22.4%까지 상승했다는 건데요. 물론 숫자로 보면, 크게 와닿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요. 업계의 움직임은 확실히 심상치가 않습니다. 지난 2020년 파산 직전에서 겨우 살아난 포에버 21이 23년 6월까지 14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 거라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는 자라와 H&M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고객이 계속 몰리고 있고, 신흥강자 쉬인 역시 ESG와 관련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섭게 성장 중입니다.
사실 여기서 쉬인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상당한 위기를 겪어 왔습니다. 이들이 '한철만 입고 버리는 옷'을 유통하여, 과소비를 조장하고 환경을 해친다는 부정적 여론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읽지 못하고 무리한 확장에 나서다가 파산까지 이른 것이 바로 포에버 21이었고요.
또한 이커머스의 성장 역시 패스트패션에게는 독이 되었습니다. 주 고객이던 젊은 층들이 온라인으로 떠나갔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시기, 급성장한 쉬인은 반대로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였고요.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은 가장 저렴한 옷을 찾아 다시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트렌드를 선두에서 이끄는 것이 오직 오프라인 매장 만을 고집하는 프리마크라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운 포인트이고요.
아일랜드에서 탄생한 프리마크는 지난 2015년 미국에 진출하면서 이미 돌풍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프리마크도, 오직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했기에,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는 비껴가지 못했는데요. 리오프닝과 함께 찾아온 경기 침체를 기회 삼아 다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습니다. 현재 13개인 매장을 2026년까지 60개로 확장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프리마크가 가진 가장 핵심적인 무기는 역시 가격입니다.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물론이고, 중국 광저우의 엄청난 생산 인프라를 가진 쉬인보다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놀랍게도 이렇듯 놀라운 프라이싱이 가능했던 건 오직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한 전략 덕분이라 합니다.
아니 오프라인 브랜드가 온라인보다 저렴한 게 가능하냐고요? 우리는 흔히 온라인 채널이 오프라인보다 비용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주문 건별로 발생하는 배송비와 패션 브랜드에게 피할 수 없는 반품 비용까지 따지면,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이 비용 관리에 더 유리할 수 있거든요. 특히 프리마크처럼 마진을 낮추는 대신 판매량을 늘리는 박리다매 전략을 택하는 경우, 온라인 채널 확대는 적자의 지름길일 수 있습니다. 배송비용과 반품비용을 더하면 단위당 이익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경쟁 심화로 인해 고객 획득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고요. 그래서 프리마크는 온라인 판매를 포기하고, 대신 창고와 재고, 배송 비용을 없애서 파격적인 가격의 상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심지어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전혀 하지 않고 상품 결제는 가능하나 고객이 직접 매장에 방문하여 픽업해야 하는 '클릭 앤 콜렉트' 서비스만 선보였을 정도인데요. 대단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매력적이라 고객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매장 픽업을 해서라도 구매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포에버 21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오프라인 리테일의 몰락과 함께,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던 이들에게 다시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포에버 21 역시 다시 매장을 확대하며,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려 합니다. 특히 프리마크가 보여준 것처럼 온라인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방법을 찾은 상황이고요.
이제 Z세대는 오직 온라인에서 만나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야 합니다. 그들은 이유만 있다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찾아갑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이들에게 접근할 것인가입니다. 과거처럼 TV 등을 활용한 대형 캠페인은 더 이상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요. 디지털 광고는 너무 비싸졌습니다. 따라서 이제 패션 브랜드들은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워들을 모아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프리마크 역시 광고 대신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였고요. 포에버 21 역시 이를 벤치마킹하여, 매장 오픈을 준비하는 동시에 지역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앞으로는 브랜드의 팬을 확보하여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을 지양하고, 이를 가격과 품질에 투자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