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신세계 그룹 내 사일로만 없애도 길이 보일 겁니다
신세계는 온라인에서 상당히 고전 중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줄곳 성공가도를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이마트를 통해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재패하였고요.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역 거점 점포 중심의 대형화 전략이 통하면서 최근 역대급 실적을 연일 기록 중입니다. 하지만 신세계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으니, 바로 편의점입니다. 이마트24는 만년 4위에서 벗어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마트24는 시작점부터 불공평하긴 했습니다. 신세계는 지난 2013년 말에야 위드미 인수로 편의점 업계에 진출했는데요. 이는 주요 경쟁자들의 업력이 대부분 30년을 넘어선 시점으로 상당한 후발주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7년 이름을 이마트24로 변경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는데요. 오히려 근래 들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점포 수 확대 측면에서 여전히 길이 막혀 있습니다. 이는 기존 편의점 내에서 50~100m 이내에는 신규 편의점을 열지 않기로 한 자율 규약 때문인데요. 후발주자에게는 불리한 경쟁 환경이 강요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나마 희망으로 가졌던 부분이 미니스톱 인수였는데요. 그나마도 세븐일레븐이 가져가면서, 오히려 빅 3 구도만 강화되었습니다.
더욱이 늘 든든한 뒷배경이었던 이마트 역시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문제인데요.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이마트로부터 2020년 2월 이후로 추가 자금 수혈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이마트가 스타벅스와 G마켓 인수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인데요. 아직까지 적자 상태인지라, 결국 이마트24의 외부 차입금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경쟁자들을 추격하기 위한 동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편의점 업계에서 점포 수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결국 점포 수가 늘어야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이마트24가 그간 적자에 시달려 왔던 것도 결국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막막한 환경 속에서도 점포를 늘리기 위해, 이마트24는 이익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로열티 방식이 아니라, 고정 월회비 형태의 모델을 도입하였는데요. 이러한 공격적인 접근법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매년 약 700개 가까이 점포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거든요.
이는 분명 경쟁자에 비해서는 좋은 성과이긴 합니다. 업계에서는 1년에 500개 정도면 점포가 많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이마트24의 가맹점 증가세는 이를 능가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격차가 커도 너무 크다는 겁니다. 여전히 점포 수는 3위와도 8천 개 가까이 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렇다고 이색 상품 출시 등으로 이를 뒤집기도 쉽지 않습니다. 편의점은 유통업계 내에서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경쟁자들도 트렌드 상품이나, 자체 PB라인 강화에 끊임없이 투자 중이고요. 아무리 이마트에서 쌓아온 역량이 있다고 해도, 상품으로 경쟁하는 것 역시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 이마트24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퀵커머스입니다. 퀵커머스로 추가 수익을 올린다면, 점포 수의 한계도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데다가, 활성화되면 더 많은 점포들을 이마트24 브랜드로 끌어올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퀵커머스 역시 상당한 선제 투자가 필요한 사업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자금 경색이 결국 이마트24의 발목을 붙자고 있고요. 더욱이 GS가 요기요를 인수하는 등 퀵커머스 확장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정녕 이마트24에게 출구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마트24에게도 사실 희망은 있습니다. 유통강자 신세계의 저력은 정말 엄청나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신세계 산하의 계열사들이 사일로를 만들면서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노브랜드 철수 논란이었습니다. 사실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이름을 바꾼 후, 이마트24의 초기 흥행을 이끌던 건, 바로 노브랜드였습니다. 노브랜드 상품이 효자 노릇을 하면서, 이마트24를 선택한 업주들이 있을 정도였고요. 하지만 이마트는 이마트24에서의 노브랜드 철수를 결정합니다. 노브랜드 자체 매장 활성화를 위한 선택이었는데요.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이 신세계 본사 앞에서 집회까지 하면서 반발했지만요. 결국 노브랜드 상품은 편의점에서 사라졌고, 이마트24는 그렇게 반등의 기회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최근 이마트24가 적극적으로 테스트 중인 퀵커머스 사업 역시 뜯어보면 중복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 역시 자체적으로 쓱고우라는 퀵커머스 브랜드를 론칭하였기 때문인데요. 안 그래도 자금의 여유가 없다는 이들이 굳이 이렇게 따로 사업을 할 이유가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애초에 신세계가 무리하면서까지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 다양성을 더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함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정말 시너지를 위해 사일로를 없애고 계열사 간 통합적인 경영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