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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Aug 25. 2022

이마트의 온라인 전환이 유독 부진한 이유

이마트에게는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출구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래 글은 2022년 08월 2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월마트가 되고 싶었던, 이마트

 최근 이마트 위기론이 슬금슬금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일단은 주가 하락이 큰 문제인데요. 이마트 주가는 사르르 녹아내리며, 1년 전과 비교하여 무려 40% 가까이 하락했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주식 시장 자체가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이번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것은 온라인 전환 성과가 기대만큼 빠르게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이마트의 2분기 실적 발표 결과를 봐볼까요? 우선 야심 차게 인수한 G마켓의 2분기 거래액 성장률이 1%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SSG닷컴이 13% 성장하며 선방했다고는 하나, 쿠팡(27%)과 네이버(21%)에 비하면 초라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즉 더 빠르게 성장하며 격차를 늘려가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겁니다.


 본래 이마트는 월마트처럼 성공적인 온라인 전환을 통한 반등을 꿈꾸었습니다. 그래서 월마트가 제트닷컴을 인수했듯이,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며 온라인 역량을 갖추었고요. 롯데, 현대와 달리 쿠팡, 네이버와의 전면 대결을 선언하였습니다. 마치 월마트가 스스로를 아마존의 대항마로 포지셔닝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앞선 숫자들이 보여주듯이 아직까진 효과가 미미합니다. 오히려 성장 없이 적자만 확대되고 있는 데다가, M&A 비용까지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어, 승자의 저주가 역으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마트에겐 없었던 3가지 요소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마트는 월마트의 길을 따라가지 못했던 걸까요. 아쉽게도 월마트의 반등을 이끌었던 핵심 요소가 이마트에겐 부재했기 때문인데요. 그것들은 바로 활성화된 옴니채널, 강점 카테고리, 혁신 DNA였습니다. 우선 월마트가 가졌던 최대 강점은 매장이라는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한 옴니채널이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당시 빠르게 매장들을 픽업센터화하고, 당일배송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러한 전략을 벤치마킹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규제 때문에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온전히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마트는 안타깝게도 월마트의 최대 무기 옴니채널을 규제 때문에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출처: eMarketet)


 또한 확실한 강점 카테고리의 부재도 이마트의 온라인 전환 속도를 더디게 만들고 있습니다. 작년 아마존은 결국 월마트를 누르고, 미국 리테일 시장 1위로 올라섰지만요. 여전히 식음료 부문에서의 격차는 큽니다. 월마트의 매출이 2,640억 달러로 270억 달러인 아마존보다 10배 차이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월마트는 바로 이와 같은 그로서리 시장을 마지막 보루로 삼아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 업체들이 신선식품을 무기로 삼았다는 건, 미국 시장과 동일합니다. 다만 문제는 격차가 미국만큼 크지 않다는 겁니다. 이마트의 신선식품 취급 규모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약 5조 원 남짓인데, 쿠팡의 로켓프레시 거래액이 2조 3천억 원에 달하여 2배 정도 차이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온라인에선 이미 거래액 규모로 추월당한 상황이라, 딱히 강점이라 보기에 어렵습니다. 이마트로선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혁신 DNA가 부재했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었습니다. 이마트는 오랜 기간 유통업계 1등 기업이었습니다. 당연히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베이코리아 역시 비슷한 특성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과거 십여 년 간 이커머스 1등 플랫폼이었기에, 내부 인력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동시에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엔 부적합했습니다. 반면 월마트가 인수했던 제트닷컴은, 인수 당시 창업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던 신생 기업이었고 아마존을 이기기 위해 파격적인 시도들을 하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인수를 통해 온라인 역량은 물론 혁신 DNA까지 수혈할 수 있었고요. 후에 무려 30억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했던 제트닷컴 서비스를 종료시키고, 월마트 채널에 집중하는 과감한 변화 또한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과 집중이야말로, 월마트의 성공적인 온라인 전환을 이끈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반등하려면, 해야 할 것은?      

 그렇다면 이마트가 다시 반등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본진을 챙겨야 합니다. 온라인 전환에 성공하려면, 본업인 오프라인 사업이 먼저 안정화되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월마트 역시 할인점 사업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창고형 매장인 샘스클럽이 성장했기에, 온라인 전환 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마트 역시 역성장하고 있는 트레이더스를 먼저 챙기고, 롯데마트의 제타플렉스나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에 빼앗긴 업계의 주도권도 되찾아 와야 합니다.


 또한 확고한 방향성을 세우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온라인 채널 간의 교통정리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텐데요. 제트닷컴을 종료시킨 것처럼, SSG와 G마켓 중 하나는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집중 카테고리도 정해야 합니다. 만약 신선식품을 밀겠다면, 마켓컬리나 오아시스 마켓 등을 인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덩치를 키워 정면 승부를 봐야 할 거고요. 패션 등 버티컬로 나아간다면, 딴생각 중인 신세계 백화점을 어떻게든 주저 않혀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겁니다.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모두 성공할 가능성을 가진 기업은 여전히 이마트가 유일합니다. 온라인 전환의 성공, 쿠팡이나 네이버를 능가할 정도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안정적인 빅3 구도를 유지할 정도만 되어도 충분합니다. 따라서 아직 늦었다고 보기엔 이른데요. 과연 이마트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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