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 초읽기에 들어선 쿠팡, 이후 행보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간 쿠팡의 실적 발표는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전례 없는 매출 성장이 주는 '충격'과 기록적인 적자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항상 공존하였기 때문인데요. 지난 8월 10일(현지시간) 진행된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만큼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약 6조 3,50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은 같았지만, 적자 또한 상장 이후 최초로 1,000억 원 미만(약 847억 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주력 사업인 Product Commerce 부문의 조정 EBITDA 기준 흑자 전환이라는 긍정적인 부분을 공개하긴 했지만요. 여전히 시장은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수익 개선 흐름을 두 분기 연속 이어간 것은 물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면서 쿠팡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천명하였고요. 오랜 숙원이었던, 연간 흑자 전환마저 사정권에 두게 되었습니다.
올해 쿠팡의 기조는 창사 이래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성장 중시에서 수익 중시로 돌아서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던 건데요. 이와 같은 쿠팡의 전략 방향 전환은 사실 외부로부터 강요된 것에 가까웠습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투자 시장 자체가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이 와중에 최대 물주였던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실적마저 악화되었고요. 결국 쿠팡의 경영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흑자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이제 운전대는 다시 온전히 쿠팡 자신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Product Commerce 부문의 실적 개선은 구조적인 체질이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한동안은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쿠팡은 다시금 차세대 성장 모멘텀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본업인 커머스에선, 어느 정도의 이익률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타 플랫폼의 점유율을 적극적으로 뺏어오는 공세에 나설 겁니다. 물론 이번 분기만 해도 시장 평균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2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쿠팡의 성장 속도는 여전히 빠르긴 합니다. 하지만 과거보다 둔화된 것은 물론이고, 쿠팡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추이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객 숫자 측면에선 이미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쿠팡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고객의 방문주기와 구매주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DAU/MAU 지표는 무려 40% 선에 도달하기도 했고요.
이와 같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카테고리 확장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버티컬 커머스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으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고객 생애 가치를 더욱 키우기 위해, 패션, 리빙, 식품 등으로 끊임없이 확장해 나갈 테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작년 6월 이후로 중단되었던, 대규모 TV광고나 프로모션을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 가능성이 크겠네요.
근래 들어 소홀하게 대했던, 쿠팡이츠에 대한 투자를 재개할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데요. 국내외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 있는 쿠팡인 만큼, 재무적 상황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른다면, 예전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확장 전략으로 다시 전환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지난 7월 아마존이 비록 한시적이긴 하지만, 아마존 프라임이 제공하는 혜택에 그럽허브 무료 배달을 더한 것을 기억해야 하는데요. 쿠팡 역시 로켓와우 혜택에 쿠팡이츠 무료 배달을 결합하는 형태를 분명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단, 쿠팡에게 가장 절실한 해외 사업의 경우 국내와 달리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섣부른 해외 확장은 단시간 내에 쿠팡의 재무 상태를 다시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정말 대대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승산이 있는 만큼, 외부 환경 자체가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본격적인 도전에 나설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다만 결국 쿠팡의 장기적인 성패는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해외로 이식하는 데 성공하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빠르게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