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의 첫 오프라인 공간, 확장을 의도했다면 방향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11월 29일,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이 낯설진 않습니다. 최근 중고거래 시장의 오프라인 확장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미 더 현대 서울에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랩'이 오픈한 바 있고요. 아예 현대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중고상품 전용관인 '세컨드 부티크'를 신촌점에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번개장터에 투자한데 이어, SSG닷컴에 이를 입점시키기도 했고요. 이렇게 중고거래에 백화점 업계가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이른바 리커머스가 젊은 세대에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들 리셀 매장들을 새로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하려는 거죠.
그렇다면 역으로 크림에게 이번 오프라인 진출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 역시, 최근 트렌드와 연관성이 깊은데요. 근래 들어 고객 경험 강화를 위해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오프라인 접점 확보 시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림 역시 고객이 직접 한정판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브랜딩을 강화하고자 했을 거고요. 여기에 더해 백화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럭셔리한 이미지를 더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겁니다.
또한 크림은 이번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고객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 또한 가지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크림은 한정판 리셀 거래로 출발했기에, 마니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리셀을 넘어 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만큼, 더 다양한 고객과 만날 기회를 열심히 찾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잠실 롯데월드몰이라는 곳은 유동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에 완벽히 부합하는 장소입니다. 특히나 다른 패션 관련 업체들이 이미 많이 진출한 성수동보다 더 매스한 고객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막상 직접 가본 크림의 매장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지점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최근 29CM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던, 이른바 전시에 초점을 맞춘 공간으로 잘 꾸며놓았고요. 현장에서 지켜봤을 때도, 방문한 일부 고객들이 평소 쉽게 볼 수 없던 상품들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상당히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추후 오프라인 드랍존이 본격적으로 운영이 된다면, 이용자들이 굳이 택배로 상품을 보낼 필요가 없어서, 편의성도 증대될 거고요.
그런데 정작 고객의 경험을 증대시킬 수 있는 체험 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쉬웠습니다. 상품은 그저 볼 수 있을 뿐, 시착하는 것은 물론 만지는 것까지도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있었거든요. 이럴 거면 굳이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더욱이 고객 확장 측면에서 마니아를 제외한 매스 고객에 대한 배려도 매우 부족했습니다. 상품 정보나 안내 등이 전혀 없었고요. 추후 QR코드가 추가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긴 했지만, QR 자체도 그리 친절한 수단은 아니라는 점이 함정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아무런 설명이 없는 건 쫌 심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가격 자체도, 점원에게 문의했을 때 앱에서 직접 상품을 검색하여 찾아서 봐야 한다고 안내받았는데요. 이러한 불친절한 경험 설계 때문에, 오픈 초기에는 어느 정도 시선을 끌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방문할만한 재미 요소를 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나 정말 내부적으로도 고객의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다면, 이러한 부분은 필히 고쳐야 할 겁니다.
사실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의 오프라인 매장은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재무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드랍존 기능만 해도, 유의미한 볼륨을 만들려면 매장 수가 일정 수 이상으로 늘어나야 하는데 비용 대비 효율이 날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결국 브랜딩 효과가 주목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영역의 결실이라도 제대로 얻으려면, 크림은 지금보다 더 체험형 요소를 확충하고, 의미 전달을 위한 도구들도 보완해야 할 겁니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진출을 꿈꾼다면 지금처럼 좋은 때는 앞으로 영영 없을지도 모릅니다. 더 젊은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이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주길 원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앞다투어 온라인 몰의 오프라인 진출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트렌드 덕분에 이커머스 업체들은 적은 비용으로도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브랜딩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정말 잘 활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오늘 이야기 나눈 크림처럼 아쉬운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온라인 몰의 오프라인 공간들은 아무래도 판매보다는 전시를, 매출보다는 브랜드 경험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단지 매력적인 상품을 선별해서 공간을 멋지게 꾸민다고, 좋은 전시 경험을 줄 수 없다는 걸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심지어 근래 잘 되는 전시들조차, 유명 작품을 확보하는 걸 넘어서서, 전시 의도 전달이나 공간 경험 설계 등을 철저히 준비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커머스 플랫폼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명확히 설계한 후, 오프라인으로 확장해야 기대한 효과를 온전히 거둘 수 있을 거고요. 그렇지 않는다면,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 진출 트렌드 역시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지도 모릅니다. 고객이 금방 지루함을 느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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