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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Jan 19. 2023

W몰 너마저, 도심형 아울렛이 몰락하는 이유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법입니다

아래 글은 2023년 01월 1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도심형 아울렛은 위기입니다


 국내 도심형 아울렛의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W몰이 오는 9월이면, 개점한 지 27년 만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W몰은 단일 점포 아울렛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던 곳으로 2019년만 하더라도 1,800억 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잘 나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피할 순 없었고요. 약 20% 정도 매출이 역신장 합니다.


 다만 이번 폐점의 원인이 코로나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오프라인 채널들은 작년 엔데믹 이후 어느 정도 실적을 회복한 반면, W몰의 매출 회복세가 더뎠던 것이 매각 결정으로 이어졌는데요. 실제로 작년에도 전년 대비 6% 정도 신장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1,400억 원의 매출로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과의 격차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위기는 W몰 만의 일은 아닙니다. 작게는 W몰이 위치한 가산동 아울렛 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있고요. 크게는 도심형 아울렛이라는 업태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근 마리오아울렛이나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도 코로나 이후 떨어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고요. 가장 많은 도심형 아울렛 점포를 운영 중인 이랜드리테일도 5개 점포를 폐점하였고,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세이브존도 2011년 이후 10년 넘게 신규 출점을 못하고 있습니다.



기능적 가치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은 모든 '아울렛'이 동일한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들은 전성기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거두었고, 작년 성적표도 나쁘지 않았던 걸로 알려져 있거든요. 실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가 운영하는 아울렛 매출 순위를 봐도, 상위권은 모두 교외형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가장 먼저 브랜드 소비 행태가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도심형 아울렛이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건,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입니다. 하지만 이제 고객들은 중저가 브랜드들보다는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를 구매하던가, 특색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선택합니다. 대신에 합리적인 구매 시에는 SPA 브랜드 혹은 온라인 보세 브랜드를 이용하고요. 당연히 이도 저도 아닌 중저가 브랜드들을 향한 수요는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도심형 아울렛의 가치도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오프라인 쇼핑이 주는 가치가, 기능적인 충족에서 감성적인 경험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도심형 아울렛의 패인이었습니다. 편의성, 가격 등 기능적 요소들로는 이제 오프라인 채널이 온라인을 이기기 힘듭니다. 특히나 코로나 시기 온라인 쇼핑을 맛본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었고요. 결국 가격과 접근성이라는 기능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도심형 아울렛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겁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 빌라스는 왜 경험이 중요한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출처: 롯데 백화점)


 반면에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들은 이러한 지점을 잘 공략하였습니다. 2021년에 오픈한 타임빌라스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자연 속 휴식이라는 컨셉 아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강화하였습니다. 안 그래도 수요가 폭등한 럭셔리 브랜드를 취급하면서, 이처럼 경험과 감성을 놓치지 않으니 교외형 아울렛은 성장할 수밖에요. 이제는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업태인 편의점마저 콜라보 등 재미 요소와 경험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시대입니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를 잘 읽고, 이에 맞춰 가진 강점을 뾰족하게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오프라인 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들은 꼭 오프라인 리테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이 변화를 만들어 냈지만,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이에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는 건 매한가지거든요. 리테일의 본질은 '좋은 물건을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통의 효율은 규모의 경제에서 나옵니다. 성숙한 이커머스 시장이 독과점 구조로 귀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더욱이 어느 플랫폼이나 입지의 제약 없이 접근 가능하다는, 온라인의 특성 때문에 이러한 쏠림 현상은 심화되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앞으로 더욱 쿠팡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소수의 플레이어들이 지배하는 형태로 변해 갈 겁니다. 이는 곧 오프라인 점포가 감성과 경험을 잡지 못하면 도태되듯이, 이들 일부 업체들을 제외한 곳들 역시 기능적 요소에 더하여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워질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은, W몰을 비롯한 도심형 아울렛의 몰락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보지 않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과연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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