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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Mar 16. 2023

위기의 CJ대한통운, '오네'가 구해낼까요?

결국 최종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차별성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래 글은 2023년 03월 1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CJ는 사실 햇반만 위험한 게 아닙니다


 작년 12월부터 CJ제일제당이 쿠팡과의 공급가 협상, 이른바 '햇반 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아마 많이들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사실 알고 보면 쿠팡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건 햇반 말고도 또 있습니다. 택배 업계 1위에 빛나는 CJ대한통운도 쿠팡만 보면 고민이 깊어져 가고 있는데요. 사실 작년 CJ대한통운은 연매출 12조 원에, 영업이익도 최초로 4천억 원대를 돌파했을 정도로 좋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택배 물량은 정체되거나 줄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물량을 소화하는 쿠팡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쿠팡은 꾸준히 외주 물량은 줄이고, 동시에 일반 판매자들의 물류를 대행하는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기존 택배사들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들어섰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마존 때문에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택배사들의 상황이 남일처럼 보이지 않을 거고요.


 더욱이 쿠팡 말고도 물류 시장을 노리는 경쟁자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단 GS네트웍스처럼 대기업 계열사로 출발한 2자 물류 업체들이 꾸준히 외부 물류로 시선을 돌리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요. 반면에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자체 물류 시스템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시장 파이는 기대만큼 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들은 직접 선수로 뛰어들어 새로운 경쟁자가 되기도 하는데요. SSG닷컴이 판매자 대상의 3자 물류 서비스를 론칭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흔히 업계에선 자체 물류를 1자 물류(1PL), 계열사 물류를 담당하는 걸 2자 물류(2PL), 아예 외부 업체 물량을 수주하는 걸 3자 물류(3PL)라고 지칭합니다.



혹시 '인텔 인사이드'를 기억하시나요?

   

 이와 같은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는데요. 그것이 바로 통합 배송 서비스, '오네(O-NE)' 론칭이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CJ대한통운은 이커머스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특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판매자들이나 인식했지,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몰랐는데요. 이번부터는 배송 안내 문자에 '오네' 브랜드를 노출시키기 시작하는 등 자신들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보통 쇼핑을 할 때, 구매의사결정 과정에서 택배사를 고려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어느 택배사든 서비스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켓배송 등장 이후 상황은 달라지는데요. 익일 배송 100% 보장에, 눈에 띄는 친절함까지 가미된 편의성은 우리를 매료시켰고, 우리는 어느새 로켓배송 여부를 중요한 구매 결정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오네'가 앞으로 로켓과 경쟁하려면 이와 유사하게 소비자의 고려 요소 중 하나로 반드시 자리 잡아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큰 효과를 거두었던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벤치마킹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결국 CJ대한통운의 '오네'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최종 소비자 인식 속에 자리 잡아야만 합니다


 돌이켜보면 과거 인텔이 이러한 인그리디언트 브랜딩 전략을 사용하기 전까지, 컴퓨터 구매 시 어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썼는 지까지 고려하는 이들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인텔이 이를 알리면서,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됩니다. 이때 가장 주효했던 건, 인텔이 직접 알리기보다는 PC 제조사들의 광고, 홍보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자사 로고를 노출하는 형태를 취했던 건데요. 이처럼 보다 더 친숙한 PC 제조사들의 힘을 빌려 금방 소비자들에게 인텔을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인그리디언트 브랜딩(Ingredient Branding): 완제품이 아니라, 제품의 구성 요소를 브랜드화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CJ대한통운의 '오네' 역시 포괄 가능한 개념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CJ대한통운 역시 '오네'라는 브랜드를 같이 키울 파트너들을 빠르게 확보해야 할 겁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플랫폼들 역시, 네이버 '도착보장', 지그재그 '직진배송'처럼 자신들의 배송 서비스 브랜딩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파격적인 리워드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추가적인 고객 접점을 확보해야 합니다. 도착 알림 등, 배송 단계에서도 물론 고객과 소통할 수 있긴 하지만요. 결제 이전부터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가 되어야, 추후 경쟁에서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아무리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더라도, 결국 본질적인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인텔 인사이드' 만큼이나 성공한 인그리디언트 브랜딩 사례인 고어텍스를 보면 결국 지속적인 성공은 근본적인 품질 차이에서 온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인데요. 고어텍스는 자신들의 소재를 사용한 의류에 고어텍스 라벨을 따로 달게 하는 방식으로 브랜딩 하여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 냈기에 가능했습니다.


 사실 쿠팡의 로켓배송이 유독 큰 성공을 거두고 브랜드로 기억되고 있는 것 역시, 100% 익일 배송 보장이라는 기능적 차별성을 선보이고, 선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브랜드와 셀러들이 혹할만한 마케팅 비용, 단기적으로는 지원 가능하지만 이를 계속 유지할 순 없습니다. 즉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구조를 만들려면, 소비자들이 '오네'를 택할 이유를 제안하고, 역으로 브랜드와 셀러들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오네'가 줄 수 있는 차별성은 무엇일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간 쌓아온 CJ대한통운의 역량이라면, 배송 정시성이 되었든, 더 디테일한 알림 제공이 되었든 분명 파고들 여지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진정한 로켓의 대항마로 자리 잡을 수 있을 테고요.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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