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요기요와 홈쇼핑의 대안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 한계입니다
GS리테일이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프레시몰'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합니다. 오는 11월 30일까지만 운영할 예정이라 하며, 작년에 선보인 유료 멤버십, '프라임 멤버십' 역시 현재는 신규 가입이 종료된 상태라고 하는데요. 이제 앞으로 GS는 온라인 배송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로컬 기반의 근거리 배송인 퀵커머스 사업에만 집중한다고 합니다.
GS리테일은 신세계와 롯데에게 가려져 있긴 했지만, 분명 전통의 유통 강자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편의점과 홈쇼핑 업계에서는 모두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는데요. 지난 21년 7월에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고, 이어서 8월에는 요기요를 인수하면서, 2025년에는 취급액 2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꿈의 크기에 비해, 이후 행보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으리라 기대했던, 통합 플랫폼 '마켓포'는 제대로 사업을 펼쳐보기도 전에 운영이 중단되었고요. 당시 마켓포는 GS프레시몰(온라인 장보기), 우리동네GS(퀵커머스), GS샵(홈쇼핑)이라는 3개의 앱으로 분리되었는데, 이번에는 GS프레시몰마저 서비스가 종료되어 버린 겁니다. 이렇듯 갈피를 못 잡고 있는 GS리테일, 하지만 적어도 이번의 퀵커머스 올인 전략은 어쩌면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최선의 한 수일지도 모릅니다.
우선 퀵커머스야말로, GS리테일이 가진 저력을 가장 활용하기 좋은 전장입니다. GS리테일은 전국적으로 무려 1만 6천여 개에 달하는 편의점과 400개 넘는 슈퍼마켓 점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퀵커머스 확장 시 가장 필요한 오프라인 거점을 시작부터 확보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러한 로컬 기반의 역량은 타사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GS만의 강점입니다. 또한 동시에 퀵커머스 서비스는 이러한 로컬 기반의 리테일 매장에겐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한데요. 따라서 오히려 선제적으로 퀵커머스 시장을 장악한다면, 사전에 이를 방지할 뿐 아니라, 온라인 매출 공유를 통해 오프라인 점주들의 이탈을 막는 것은 물론, 기존 경쟁사들 대비 차별점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또한 다른 오프라인 유통 기업에 비해 기존 온라인 매출이 적기에, 포기하더라도 타격이 적다는 점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사실 이제는 중소 플레이어들이 양강 구도를 만든 쿠팡, 네이버와 온라인 배송 기반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기엔, 체급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버티컬 커머스로 전환해 니치한 시장에 집중하기에도, 기존 사업들이 가진 거래액이 눈에 밟힐 겁니다. 이마트몰이나 롯데온은 이미 수년 전부터 조 단위의 거래액을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까요. 반면 GS프레시몰 매출이 GS리테일 전체 사업에서 가지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이처럼 거래액 규모도 작은데 심지어 적자 상황이기도 한데요. 그렇기에 운영 중단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추정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아마 내부적으로 봤을 때, 적어도 퀵커머스 시장에서는 성공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우선 퀵커머스 사업의 본진 역할을 할, 우리동네GS의 트래픽은 날로 성장 중으로, 희망이 보이고 있는데요. 여기에 주류 픽업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로컬 기반 확장을 위한 서비스 라인업도 잘 갖춰져 있기에, 외부에서 보기에도 GS의 경쟁력은 상당해 보입니다.
더욱이 최근 GS가 보이고 있는 행보들은 더 이상 갈팡질팡하는 것이 아니라, 퀵커머스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일단 자체 라이더 플랫폼 요기요 크루를 론칭하여, 배달 역량을 강화했고요. 또한 쿠캣은 유통보다는 상품 개발에 집중하며 반등에 성공했는데, 이들이 주로 만드는 HMR(가정간편식) 상품은 퀵커머스와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기도 합니다. 이처럼 전사적으로 집중하여 힘을 모은다면, GS의 퀵커머스는 정말 무서운 존재로 거듭날지도 모릅니다.
다만 퀵커머스가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순 없습니다. 특히 본래 온라인 확장에 선봉장이 될 거라고 기대했던 요기요와 GS샵이 부진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퀵커머스 말고 다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우선 요기요는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존재감이 점차 약화되면서, 향후의 역할 또한 애매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동네GS의 트래픽이은 성장하고 있는 반면, 요기요는 오히려 빠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요기요를 인수하기 위해 한 투자는 결국 손실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이처럼 본업인 배달이 흔들리고 있는데, 딱히 대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할인을 중시하는 요기요 고객의 특성상, 편의성을 공략하는 퀵커머스로 이를 보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또한 홈쇼핑 시장 전체가 부진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GS샵도 지금 딱히 돌파구가 없는 상황입니다. 홈쇼핑 시장의 부진은 송출 수수료 부담은 커지는데, TV라는 매체의 힘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주요한 원인인데요. 연령대가 높은 이들 고객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용도가 낮고, 빠른 배송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기에 단기간 내 퀵커머스로 전환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주력으로 삼는 카테고리 차이도 크고요. 따라서 퀵커머스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장기적 성장 대안이 될지는 모르지만, GS샵을 살리는 데는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결국 GS리테일과 홈쇼핑의 통합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은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GS그룹은 지난 2005년 LG로부터 분리되어 출범하였습니다. 2009년 유통 사업 전략을 짜면서, 업계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포기하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후 2010년 롯데에게 백화점과 마트 사업을 매각하였고, 대신에 편의점과 홈쇼핑을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내린 의사결정 역시 그때와 유사해 보입니다. 가망 없는 온라인 배송 중심의 온라인 사업은 포기하고, 대신 잘할 수 있는 로컬 기반의 퀵커머스에 집중하겠다는 건데요. 과연 이번에도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퀵커머스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기까지 한동안은, GS는 매출 하락과 손실 증대라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큰데요. GS의 이번 퀵커머스 올인 전략의 성패는 이러한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서, 주주는 물론이고 오너일가가 계속적으로 이를 지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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