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더 크게 도약하려면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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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드디어 1조 매출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40.2% 증가한 9,931억 원을 기록한 건데요. 다만 2022년 113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86억 원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하고 맙니다. 창사 이래 쭉 흑자였던 무신사의 적자 소식이라니,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는데요.
물론 꼼꼼히 따져보면, 무신사는 여전히 돈을 잘 벌고 있는 기업입니다. 우선 무신사와 29CM 만을 포함한 별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371억 원의 영업 이익을 내고 있고요. 별도 기준 당기 순이익 역시 35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회성 주식 보상 비용이 413억 원이나 집행되면서, 생긴 일종의 착시 효과가 있었던 것뿐으로, 이를 제외한다면 연결 기준으로도 작년 역시 흑자였을 겁니다.
더욱이 무신사의 공식 보도자료를 보면, EBITDA 마진율 12%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사업을 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자회사들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도 EBITDA 마진은 전년 대비 15.9%나 성장했음을 따로 언급하기도 했고요.
다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수년간 무신사의 영업 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는 점입니다. 별도 기준으로, 2021년 16.3%에 달했던 영업 이익률은 22년 9.6%, 23년 4.2%로 하락합니다. 여기서 더욱 의아한 점은 무신사와 비교되는 다른 버티컬 패션 플랫폼들이 대부분 작년 한 해 동안 손익 개선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압도적인 시장 1위인 데다가, 모두가 적자이던 시절에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던 무신사의 수익성 하락,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무신사를 비롯한 기업의 실적을 평가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억지로 만든 숫자인지를 판별하는 것입니다. 특히 작년 고금리, 고물가에 투자 시장 한파까지 더해지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맞이하였고요. 이를 이겨내기 위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긴축 재정에 나섰습니다. 어느 정도 외형 규모 성장은 포기하더라도,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는데 집중한 겁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수익 개선, 더 나아가 흑자 전환까지 만들 수 있었던 거고요.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숫자를 만들어 냈냐면, 우선 수수료를 올렸습니다.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요율을 올리는 경우는 너무나 많았고요. 아예 없던 것을 신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수수료율이 높은 카테고리나 서비스 비중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이때 반작용으로 거래액 성장은 정체되곤 했는데요. 실제로 최근 기사들을 보면 작년 거래액 성장을 홍보 포인트로 삼는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이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미래의 성장을 어느 정도 포기한 거였고요.
그런데 무신사는 이와 달랐습니다. 작년 거래액 4조 원을 돌파하며 17% 이상 성장했음을 당당히 발표하였고요. 심지어 별도로 수수료 관련 인상 소식이 전해진 바도 없고, 오히려 실질 수수료는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신사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에는 무려 10% 미만까지 실질 수수료를 낮추었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무신사의 수익은 브랜드와 셀러의 부담을 늘려 만든 것이 아니기에, 장기적으론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렇게 매출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에 더해, 보통 비용을 줄여 이익을 만들어 냅니다.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줄이는 것은 광고 선전비, 그리고 심각한 경우 인력 감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기도 하는데요. 이는 당장의 손익 개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역시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신사는 작년에도 열심히 채용하고, 광고선전비 지출도 오히려 소폭 늘렸습니다. 물론 무신사 역시 광고 선전비를 매출 대비 비율 기준으론 줄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타 경쟁사들이 일제히 비율은 물론 절대 액수 자체로도 줄인 것에 비하면 차별화된 행보입니다. 더욱이 줄어든 것 역시 이미 충분한 인지도를 확보하여 불필요해진 TV CF를 진행하지 않아서였고요. 오히려 이외의 마케팅 캠페인과 액션들은 늘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한 무신사 프레젠테이션 등 새로운 시도들도 많이 하였고요. 오프라인 접점에서의 고객과의 만남도 꾸준히 확대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무신사가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수익성이 저하된 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자 함이었던 것일 뿐, 정말 상황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던 겁니다. 덕분에 거래액 규모는 물론 트래픽 측면에서도 무신사는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릴 수 있었고요.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계속 이익률이 떨어진다면, 무신사 역시 투자 확대보다는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2년 연속으로 영업 이익률이 6%p 내외로 감소한 것은 정말 좋지 않은 시그널입니다. 만약 올해도 비슷한 하락폭이 이어진다면, 별도 기준으로도 적자 전환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올해 역시 무신사의 영업 이익률이 완전한 적자 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전히 맹렬히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무신사의 절대 이익 규모 자체는 오히려 증가하고, 아마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21년 650억 원 수준도 곧 넘을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이익률이 떨어진 건 무신사의 사업 구조가 무거워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단순 판매 중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거대한 PB 브랜드를 운영 중이기도 하고요. 매입이나 물류를 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오프라인 매장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글로벌 진출 등 여러 방면에서 투자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무엇보다 조직이 커지면서 인건비 등 고정비도 크게 늘어났고요. 그러면서도 실질 수수료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다 보니, 무거워진 비용 구조로 인해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를 분기점으로 본격화되는 무신사의 오프라인 확장이 이를 반전시킬 겁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이 이제는 쇼핑몰에도 입점하는 등 그 수를 급격히 늘려나가고 있고요. 이로 인해 아마 올해의 상품 및 제품 매출은 더욱 크게 증가할 겁니다. 이렇게 오프라인 판매가 늘어나면 수수료 매출 성장보다 이익률 자체는 낮아 수 있어도, 총 이익액 자체는 성장하게 되는 거고요.
또한 이를 통해 무신사의 마케팅 비용도 더욱 효율화될 겁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그 자체로 거대한 광고판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는 온라인 광고 지출을 줄이면서도 기존의 성장 속도는 유지할 수 있음을 뜻하고요. 더욱이 얼마 전 나이키가 공식 입점하는 등 온라인에서도 무신사 플랫폼의 영향력은 계속 강해지고 있습니다. 초기 시절 조만호 창업자가 수집하던 나이키 스니커즈를 팔아 서버비를 충당하던 무신사가, 이제 반대로 브랜드 공식 입점을 성사시킬 정도로 명실상부한 대표 패션 플랫폼의 자리에 올라섰는데요. 비록 올해도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1등 플레이어로의 집중화 경향이 나타나는 걸 고려한다면, 무신사의 성장은 앞으로도 기대할만할 겁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무신사가 정말 좋은 비즈니스라고 인정받고, 상장 등 다음 단계의 미션까지 해내려면 결국 수익성 역시 어느 정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성장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1등 플랫폼 무신사이기에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야 합니다.
올해 4월 있었던 조만호 창업자의 경영 일선 복귀를 비롯한 대규모 조직 개편은 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오프라인 사업 본격화, 해외 진출에서 가시적인 성과 달성, 그리고 기존 무신사 사업 구조 재편 및 고도화라는 산적한 과제들을 반드시 해결해 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한문일 대표는 기존에 잘하던 브랜드 육성에 더해, 이들을 데리고 해외에 나가는 일은 가속화시킨다고 하고요. 이미 29CM를 통해 경영 능력이 검증된 박준모 대표가 플랫폼 사업을 맡아 이를 든든히 지원할 예정입니다. 조만호 창업자는 이러한 두 분야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한다고 하고요.
이 중에서 가장 긴급하면서도 중요도가 큰 부분은 아마도 무신사 스탠다드를 비롯한 제조, 사입 상품 운영 역량 강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부터 무신사의 재고 회전율 등은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바 있습니다. 더욱이 솔드아웃의 손익은 빠르게 개선 중이지만, 무신사로지스틱스 등 물류나 브랜드 빌딩을 담당하는 다른 자회사들의 적자 규모도 상당하고 또 증가하고 있는 터라서요. 상품 제조 및 운영에 있어서의 전반적인 효율 개선이 시급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확대는 비용을 늘릴 수도 있지만, 재고 관리 등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도 있는데요. 이를 잘 활용하여, 매출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운영 효율까지 개선한다면, 내년과 내후년 받아볼 무신사 실적 성적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할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 페이즈로는 해외 사업에서의 성과가 필요합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아직 규모는 작지만, 분명 유의미한 긍정적 신호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무신사 내부에서도 장기전으로 보고 있다고는 하나, 글로벌 사업의 성장이 전체 매출이나 수익에 기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조금 더 빠르게 올라올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적어도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오프라인이 그 성장 엔진 역할을 해줄 것이기에,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긴 한데요. 수년간 여러 테스트들을 거치며 준비한 끝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오프라인 사업처럼 잘 준비하여,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무신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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