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없었죠, 옷 팔자고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혹시 핸드메이드 러브라는 웹드라마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나름 누적으로 300만 뷰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나름 흥행한 작품인데요. 특히 배우 이수혁이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요 드라마 만든 제작사가 쫌 특이합니다. 바로 현대백화점 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직접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왜 패션 전문기업이 드라마를 만들었을까요? 물론 그동안 드라마 PPL을 통해 성공한 패션 마케팅 사례는 꽤나 여럿 있었습니다. 쫌 오래되긴 했지만, 혹시 천송이 코트를 기억하시나요? 별에서 온 그대라는 히트 드라마에서 전지현 배우가 입었던 이 코트는 완판 신화를 기록했었습니다. 하지만 별그대는 거의 10년 전 일. 이제 시대는 변했습니다. PPL은 오히려 공해와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지난달 종영한 인기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과도한 협찬 광고로 인해, 경이로운 PPL이라는 오명을 쓰고 찝찝한 마무리를 지은 것이 대표적이지요. 이처럼 억지스러운 PPL이 환영받지 못한 시대가 되자, 아예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여, 콘텐츠 커머스에 나서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어찌 보면 철이 없어 보이는 한섬의 무모한 도전,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선 한섬에서 공개한 성과는 꽤나 의미 있어 보입니다. 우선 한섬이 만든 유튜브 채널 푸처핸썸의 MZ세대 조회 수 비중이 33.8%에서 62.4%로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매출은 어땠을까요? 드라마 방영 기간 동안 한섬의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의 전체 매출은 105% 성장했고요. 특히나 MZ세대의 구매금액은 무려 169% 성장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꼭 결과가 전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작년 4분기 대비 방영 기간 동안 더한섬닷컴 앱에 방문한 1020세대 비중은 11%에서 오히려 9% 정도로 줄어들었고요. 한섬의 온라인 실적 자체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었고, 한섬 브랜드의 타깃 고객 자체가 연령대가 높아서 MZ세대 매출의 절대적 볼륨은 아마 작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300만 뷰라는 실적도 사실 진짜 대박 난 인기 웹드라마들이 보통 수천만 뷰는 기록한다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섬과 같이 직접 콘텐츠 생산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아자동차가 CJ ENM과 함께 아예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브랜디드 콘텐츠로 다큐멘터리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을 정도죠. 아무래도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른바 뒷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지면서, 차라리 앞광고를 만드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콘텐츠 커머스는 최근 대세로 올라서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와는 다른 특성을 가집니다. 라이브 커머스가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교류하며 목적형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면, 콘텐츠 커머스는 발견형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욱이 라이브 커머스는 한정된 시간 내 구매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할인 혹은 최저가를 강조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커머스는 비교적 가격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고요. 따라서 신상품을 팔아야 하는 패션업계에서 특히나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콘텐츠 커머스는 그만큼 어렵습니다. 할인 없이 물건 파는 게 쉽지 않잖아요. 더욱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역량은 아무나 가지고 있지 않지요. 그래서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가는 라이브 커머스와 달리, 확산 속도가 느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콘텐츠 커머스 정말 잘할 것 같은 기업이 있을까요? 우선은 CJ ENM이 있습니다. CJ는 뭐 제작 역량 하면 정말 국내 최고 아닙니까? 더욱이 쇼핑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합친 것 자체가 이러한 콘텐츠 커머스 공략을 노린 게 아니냐는 평이 많았지요. 윤식당과 스페인 하숙 등에 노출되며 연매출 200억 규모까지 성장한 오덴세라는 번듯한 성공 사례도 존재하고요. 그리고 블랭크도 주목할만한 기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간지라는 콘텐츠를 흥행시키고, 우승자가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는 형태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까지 만들진 못했지만, 충분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미디어 커머스의 선구자로 화려한 업력을 가진 블랭크인 만큼 올해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