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차 백수의 마음이란

백수 생활의 끝이 아쉽다

by 모처럼

오늘 만난 전 직장 후배이면서 나보다 1살 많은 인생 선배가 나에게 말했다.


"선배! 빨리 지금 어디라도 들어가요! 그 회사 자리 났다던데 괜찮다던데.. 지금은 괜찮겠지만 조만간 옵니다. 쪼들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 저도 그랬었거든요! 딱 3개월차에 와요. 전 심지어 실업급여도 받았는데 그랬는걸요!"


사실 3개월째가 되니 모아 두었던 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잘하게 하던 알바비들은 다음달 카드값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갈 예정이다.

돈에 대한 압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외출할 일도 줄었고 나름 씀씀이를 줄인다고 했지만 이전 씀씀이가 어디 가랴. 들어오는 돈은 줄었는데 나가는 돈은 그대로니 통장 잔고가 바닥 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모님에게 얹혀산다는 것.

그래서 더 안일한 것일까?


사실 백수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이렇게 스트레스 없이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전 회사 다닐때 나를 따라다니던 '습관성 우울증'과 '일에 대한 강박증'은 마음 속에서 꺼내려해도 잡히는 것이 없다.


나 지금 행복한건가? 아무 생각이 없는건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건가?라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지만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난 다시 아무 생각도 없어진다.


내가 의사라면 '완치 판정'을 내릴 것이다. 그 동안 앓아왔던 마음의 병이 다 치유되었다면 이런 기분 일 것만 같다.


회사를 다닐 땐 난 정말 내 자신이 워커 홀릭인줄만 알았다. 일을 안하고 내 자신이 쓸모 없다 느껴지면 나는 우울함과 슬픔으로 견디지 못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웬걸. 너무 좋은걸!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글을 쓰고 싶을 땐 여기 와서 끄적거리는 삶!(게다가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나에게 조언이자 충고를 했던 앞서말한 전 직장 후배이자 인생 선배는 덜 굶어봐서 그렇다 할 것이다.

그럴수도 있다. 덜 배가 고파서, 덜 쪼들려서, 덜 불안해서 그런 거일수도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좀 더 백수 생활을 즐기고 싶다.


불안하지만 행복한 백수와 돈은 있지만 밀린 일들로 여전히 불안하고 우울한 직장인.


선택하라면 아직은 전자이니까.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거다.

백수가 무조건 불행할 거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자기 자신의 경험은 수 많은 사람들이 겪은 일 중이 하나의 케이스일 뿐이니까.


영화 펄프픽션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밤이다.


돈이 없으면 거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빈센트와 돈 보다 진짜 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거지가 되어도 상관 없다는 줄스의 대화.


맞고 틀림이 아닌 서로 다름의 문제라고 말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하지만 누가 맞고 누가 틀린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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