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구하는 조언의 실체를 밝히다

우리는 진정 '조언'을 구하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때 우리는 진정 조언을 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인정과 동의를 구하고 있는가?

며칠 전 업체와 미팅 중 뜻밖의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순간 타인의 아이디어를 빌려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이 아이디어가 마치 내 생각인 것 마냥 들어내고 싶은 마음에 약간은 들떠 있었다. 나는 나의 ‘필요’를 채워줄 누군가를 손쉽게 찾아 그곳으로 향했다. 바로 내가 맡고 있는 일의 전임자가 있는 곳으로... 조언자에 표면적으로 조언을 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 것에 대한 동의와 인정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당시 나의 이런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사건이 있었던 날, 퇴근길에 불연 듯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전임자에게 조언이 아닌, 동의와 인정을 강요하였구나.' 전임자는 내 질문에 친절하고 세심한 조언을 해주었지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전임자의 법률적 이슈, 거래처의 반발 등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조언이 나올 때마다 그것을 반박하고 충분히 관리 가능한 것이라 설명하기 바빴고 어떤 조언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다. 나의 생각이 반박당하는 것이 거슬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검증보다는 인정 욕구를 채우지 못한 짜증만 드러낼 뿐이었다. ‘나는 도대체 왜 전임자에게 의견을 구한 것인가?’ 나는 그저 나의 생각이 옳다는 자기 확신을 위한 인정과 동의가 필요했던 것뿐이다. 나는 조급하고 편향된 마음 때문에 좀 더 객관적이고 확장된 시각으로 문제를 검토할 기회를 상실하였고 조언자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조언을 구하기 전, 진정 조언을 구하고 있는지 아니면 인정과 동의를 강요하려 하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쓸데없는 반박이나 논쟁에 빠져 시간 낭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당신은 상대와의 논쟁에서 이기려고 조언을 구한 것이 아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된 질문을 통해 상대의 노하우와 지식을 120% 끄집어내야 할 것이다.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이라도 내가 도움을 요청한 이상 경청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쓸데없는 것은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조언자를 불쾌하게 만들어 이로운 것이 무엇인가? 조언이 설득력이지 못했다면 조언자와의 관계라도 다지는 기회로 삼아. 인간은 타인의 인정에 상당한 만족감과 충만함을 느낀다. 조언자가 자신의 조언에 만족할 수 있게 반응하자. 조언자의 인정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다. 조언을 구하고 반박만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본다면 왜 '반론'보다는 '경청'해야 하는지 조금은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가 당신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이것은 조언이 아닌 동의와 공감을 갈구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언을 구하는가 당신을 배려할 것이란 기대는 일찌감치 버려라. 그것은 상당한 실망과 마찰 야기할 것이다. 조언을 구하는 사람 대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인정과 동의만을 구할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대다수가 진정한 조언이 아닌 인정과 동의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심리적 어린 치기이며, 인간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가꿔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은 그리고 그것을 행하고 삶에 녹여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언을 원하기에 조언을 주었지만 고객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않는 다며 짜증과 불쾌감만 표출할 것이다.


이 것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해결책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말 조언이 필요하다면 주장이나 가르침보다는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부족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자각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적인 조언이 아닌 자신이 놓친 부분을 스스로 발견하고 보완하게 하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가치 않는가?


인간은 생각보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반론과 그것을 인정하는 것에 본능적인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그 본질적인 이유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전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긍정적이고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생각보다 객관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존재이며, 절대 그들을 내마음대로 바꾸꺼나 변화 시킬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 뿐, 나의 마음을 다스려 관계 속 도전과 충돌을 헤쳐나기야 할 것이다.


누군가 조언을 구한다면 반론보다 경청해야 할 것이며, 내가 조언을 구할 때 역시 ‘배설’보다 ‘수용’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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