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눈길’, 과거와 현재, 무엇이 달라졌는가?

-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또 생지옥이야

너무 무감각해진 것인가? 자극적이지 않아서 인가? 위안부로 끌려간 어린 소녀 치욕과 처참함 보다 살아남은 할머니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더 슬프게 다가왔다.


최종분(김영옥) 曰

“세상천지 나 혼자야”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또 생지옥이야. 그때 말이 많았어. 여자들, 이상한데 끌려갔다 왔다고 소문이 났어. 부끄러웠어.”

전쟁 통에 가족들은 죽거나 뿔뿔이 흩어져 찾을 수 없었고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고 살아 돌아왔지만 그들 앞에 펼쳐진 현실은 따듯한 위로와 보살핌이 아닌, 일본인들에게 받은 것과 다를 것 없는, 어쩌면 같은 민족이기에 더 잔인할 수 있는 멸시와 박대뿐이었다. 어찌 누군가의 인생은 이렇게도 가혹하게만 흘러가는 것인가?

우리 여인들의 수난은 일제시대가 처음이 아니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도 수천수만 명의 젊은 여인들이 노예로 끌려갔으며, 겨우 살아 돌아온 여인들을 환향녀(還鄕女), 즉 '화냥녀'라는 멸시하고 박해하였다. 일부 양반들은 살아 돌아온 아녀자들에 대한 이혼을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며, 나라에서 ‘회절강’을 지정하여 문제를 다스리기도 하였다.


최명길이 청과의 교섭으로 포로로 끌려갔던 사람들 2만 5천여 명이 청에서 귀국하여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았다. 즉 이들 중 아녀자들에게는 "화냥년"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절개를 버리고 몸을 더럽힌 아녀자들을 가리킨 용어다. 결국 죄 없는 그녀들은 목을 매고 죽거나 강물에 몸을 던지기도 하였다. 이에 최명길의 주청으로 국왕이 다음과 같이 교지를 내렸다. "도성과 경기도 일원은 한강, 강원도는 소양강, 경상도는 낙동강, 충청도는 금강, 전라도는 영산강, 황해도는 예성강, 평안도는 대동강을 각각 회절강(回節江)으로 삼을 것이다. 환향녀들은 회절 하는 정성으로 몸과 마을을 깨끗이 씻고 각각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라 만일 회절한 환향녀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례가 있다면 국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출처 :문화컨텐츠닷컴)

최종분(김영옥) 曰

“나를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난 드릴게 이것밖에 없네요. 품이 어떨지 몰라서 넉넉하게는 만들었어요. 나는 잘 지내요. 오빠도 잘 지내세요.”


배우 ‘김영옥’의 음성을 타고 한 평생을 홀로 지내신 할머니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느껴온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나를 아는 누군가가 물어온 안부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슬프고도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이국 땅에서의 지옥 같은 시간보다 고향에 돌아온 후의 시간이 더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인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 하지만 절대 잊혀질 수도 잊혀서도 안 되는 우리의 뼈아픈 역사의 흔적, 나는 '눈길’에 무엇을 기대하였고, 이 영화는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때 되면 반복되는 이벤트 성 행사인 것인가? 아니면 국가의 직무유기를 보다 못한 깨어있는 자들의 몸부림인 것인가? 현 시국과 맞물려 국가적 무능이 야기한 참혹한 역사적 사건이 국가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한다. 악의 존재를 부정하고 제거할 수 없다면 그것에 맞서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뚜렷한 역사관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현안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기에 정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질 수는 없지만,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는 일본의 태도와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점에서 절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바로 서고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 가슴 아픈 사건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한다. 누군가에 대한 적대심이 아닌 우리 자신의 과오(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 옳고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증명하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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