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이 우리의 삶을 소중하고 찬란하게 만드는가?
나 또한 즐겨 인용하는 고은 시인의 ‘그 꽃’ 으로 시작되는 영화 ‘싱글 라이더’, 아무런 기대감과 사전 정보 없이 보기를 정말 잘한 영화다.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평범한 스토리 라인이 조금은 몰입감을 떨어뜨리지만 선입견 없이 이야기와 인물 속에 빠져들어 갈 수 있어 마지막 반전은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먹먹하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엔딩 클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서둘러 자리를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반전이 나의 모든 이해와 예상을 흔들어 버려 그것을 먼저 추스르고 싶어 평소보다 좀 더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영화 소재로는 평범할 수 있는 직장을 잃고 가족까지 잃어버린 한 남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죽음이라는 극적인 반전으로 뭔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죽음이란 것이 그렇다. 그것 앞에서는 어떤 사소함도 귀하고 아쉽고 안타까워진다. 고은 시 ‘그 꽃’처럼 죽음이라는 인생의 정점을 찍고 나서야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우리 인생의 소중함과 찬란함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사실인가. ‘싱글라이더’처럼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이런 안타까움을 일깨우는 많은 자극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한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진 못한
그 꽃
이병헌과 이병헌이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 죽은 자들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분히 지루할 수 있었던 스토리의 이유와 생명력이 부여된다. 곳곳의 궁금증과 의문들이 꼬여있던 실타래가 풀리듯 한 순간에 설명되고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것처럼 비로소 전체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비밀이 드러남과 동시에 내 머리 속은 컴퓨터가 자동연산을 하듯 장면과 장면들을 연결해가면 나만의 해석으로 이야기의 빈 공간을 채워 나갔다. 이 과정에서 어느 순간보다 높은 몰입감으로 영화에 빠져들었으며, 약간의 흥분과 카타르시스까지 밀려왔다.
여백의 힘, 영화의 몰입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객이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극의 전개와 관객 스스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하는 여백의 힘이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본 영화 중 위의 두 가지 요소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는 영화가 ‘곡성’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셨던 분 들이라면 나의 말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 속 힌트들을 엮어가면 종잡을 수 없는 결말을 추적해 나가게 하는 극의 전개는 관객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김정운 교수 특강 (편집/여백의 힘)
(지루하신 분들은 5:30분 부터)
죽음 앞에서 아내의 부정도 회사의 배신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버린다. 살아있다면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게 하는 것들이 죽음 앞에서는 스쳐간 연애사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다가온다.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없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없다. 영화 '싱글라이더'는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누구나 겪어야 하지만 쉽게 망각하고 사는 죽음이란 사건을 통하여 특별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잠들어버린 간절함을 깨워라
영화는 '죽음'을 통해 항상 취할 수 있기에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는 소중한 것들을 재조명한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자각하며 살고 있는가?
매일 죽음이란 운명을 자각하자
살아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은 어떤 것도 할 수없다. 죽고 싶을 정도의 좌절과 어려움, 하지만 죽음 앞에서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버린다.
우리의 좌절과 어려움 항상 그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서있다. 바뀐것은 좌절과 어려움이 아니다. 나의 해석과 인식이 달라졌을 뿐인 것이다. 삶과 죽음이 야기하는 이 모든 사건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사건과 대상이 아닌 우리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이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 인식을 바꾼다는 것,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방법이 없다. 좌절과 비극은 견디고 버텨서 이겨내야만 한다. 사후가 아닌 지금 인식을 바꾸는 것,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능함을 우리는 인지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것, 이것은 무엇보다 가치 있는 것이고 어떤 명품을 갈망하는 것 보다 우리는 그것을 갈구해야 할 것이다.
'투자에 실패해서 전재산을 날렸다.'
'명퇴를 하게 되었다.'
'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결혼 일주일을 앞두고 파혼을 하게 되었다.'
...
엄청난 좌절, 두려움, 후회가 밀려올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살아만 있다면 '다시'라는 말과 함께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살아만 있다면...
같이 영화를 본 친구와 의견이 분분해서...
이병헌이 언제 자신의 죽음을 인지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소희의 시체를 발견하고 자신의 죽음을 자각했다고 해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