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이 가장 통쾌한 영화, 감독에게 속고 슬로운에게 속다.
무비 패스를 통해 진행 되었으며, 영화 내용을 포합니다.
5분 정도 늦게 입장하였더니 벌써 영화가 시작해 있었다. 보통 10분 후 영화가 시작하는 것을 예상하고 여유 있게 움직인 것이 살짝 후회되었다. 한 장면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뒤따라 오는 여자 친구도 돌보지 않고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다행히 한 소리 듣지는 않았다.) 영화는 ‘슬로운’이 담당 변호사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법정에서 자신이 무너지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장담하는 장면이 지나가고 있었다. 총기규제 관련 주제 외 다른 기대나 정보가 없었기에 ‘슬로운’이 총기 규제 반대를 지지하를 결정한 회사를 떠나는 장면에서야 영화의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타이트한 대사를 자막으로 따라가기가 약간은 버거웠지만 그것이 무엇보다 거침없는 ‘슬로운’의 캐릭터 잘 살려주고 있다.
영화 ‘미스 슬로운’은 미국의 건국이념을 담고 있는 수정헌법 제2조의 에 근간을 둔 총기 규제 이슈에 대한 이야기다. 총기 소지의 자유를 근간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보수주의자들과 사회적 비극을 양산하는 구시대적 법률의 개정을 주장하는 진보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미국 정치인들과 총기협회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로비스트 '슬로운'이란 인물과의 대립을 통하여 적나라게 표현하고 있으며, '슬로운'의 뛰어난 통찰력과 저돌적이지만 결국 수긍할 수밖에 없는 접근법들로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스토리와 결말을 그려낸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고 반론의 여지가 있을 법한 미국의 헌법 수정 2조(무기 휴대의 권리), 현실에서도 미국의 총기협회(NRA, National Rifle Association)는 영화에서 그려진 것처럼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내고 있으며, 그 근간에 바로 헌법 수정 2조 가 자리 잡고 있다.
규율을 갖춘 민병은 자유로운 주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미국의 사법 제도’
극 중 주인공인 미스 '슬르운'은 논란 여지로 가득 찬 인물이다. 약물 중독/에스코트/불법 감청/개인사찰/목적 달성을 위해 팀원의 사생활을 이용. 모든 행동이 사회적 판단 기준에서 절대적으로 옹호화거나 찬성할 수 없는 특징과 사건으로 둘려 싸인 인물이다. 나 역시 이런 '슬로운'이란 캐릭터의 부정적인 요소와 장치들에 휘둘려 극의 흐름을 잘못 예상하였다.
'슬로운'에 대한 부정적인 장치에 제대로 놀아나다
- 어찌 보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목적 외 큰 의미가 없는 매춘/약물 중독 등의 부정적 요소로 영화의 결말, 미스 '슬로운'의 최후를 부정적(몰락)으로 예상하다.
편견의 덫에 빠지다. 나는 왜 여주인공의 몰락을 예상한 것인가?
‘슬로운’이 청문회에서 약물 복용에 대한 집요한 추궁에 흥분을 하고 그녀의 변호사가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그녀를 떠나가는 장면을 시작으로 ‘슬로운’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들을 엮어 가며 영화의 이야기를 성공만 추구하는 한 여인의 몰락을 말하고 있다 단정 지어 벼렸다. 가혹하다 할 수 있는 편견에 사로잡혀 한 인물을 매도해 버린 것이다. 약물 중독/에스코트(매춘)/불법 감청/개인사찰 등 을 이유로 한 인간의 충분히 선한다 말할 수 있는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단정 지어버렸다. 분명히 분리돼야 하는 것을 너무 쉽고 편리하게 연결하고 해석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이 사회의 옳고 그름에 대한 수많은 판단 기준 속에서 어떤 사회적 제지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믿음을 관철시켜나가다
수많은 논란의 여지가 뒤따르는 ‘슬로운’의 행보, 나는 그녀의 말, 행동, 선택이 그려나가는 다른 하나의 세계와 만날 수 있었다. 사회가 규정한 뿌리 깊은 대전제와 기준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절대 타협되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과 소신을 가지고 너무나 보편적이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의를 위한 비윤리적, 비도덕적, 불법적 행위는 합리화될 수 있는가?
‘슬로운’이 수의를 입고 나타난 장면에서 변호사의 질문에 “5 year minimum”라는 대답으로 ‘슬로운’의 행보에 대한 논란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된다. 오로지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달려왔다 생각된 인물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시각이 열린 것이다. 개인적인 욕망(신념)에서 시작되고 이끌어온 ‘슬로운’의 모든 선택과 행동에 타당성 또는 합리성의 여지가 열린 것이다. 정상적인 방법과 전략으로는 절대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승리를 위한 불법 또는 비도덕적인 수단의 선택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승리에 대한 개인적인 욕망에서 시작되었지만 논란을 야기할 선택이 대의를 달성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희생이었다면 충분히 합리화되고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슬로운’을 선택을 좀 더 옹호하고 싶다. ‘슬로운’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뒤따르는 대가까지 고려였고 그것을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과 팀의 목표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개인사찰을 선택하였다. 총기 규제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헌신해 온 팀원 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충분히 희생할 것이라 생각하였고 TV 토론회에서 팀원의 총기 사고 관련 희생자였음을 아무리 동의 없이 노출시키고 여론 형성에 이용하였다.(마지막 청문회에서 '슬로운'의 히든카드가 오픈된 후 나타난 '에스미'의 표정이 이제는 그녀도 '슬로운'의 방식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모든 '슬로운'의 선택을 옳고 그름의 원론적인 해석이 아닌 대의를 달성하기 위한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공존한다. 선택이라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상당히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한다. 무엇이 더 이로운 것일까? 무엇이 위험 요소이며, 어떤 선택이 손실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가? 우리의 목적은 분명하다 이익이 손해보다 큰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익이 나에게 더 큰 것인지 판단할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다. 신념, 돈, 명예, 우리는 죽을 때까지 무엇이 자신에게 더 가치 있는 것인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대부분이 가장 교환성이 뛰어난 '돈'만을 위해 선택을 하며 살아갈 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슬로운' 자신의 신념에 근거한 거침없는 행보과 주저 없는 선택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런저런 기사와 정보들은 찾아보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미국 총기협회와 보수주의 자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부정하는 기생충이자 쥐 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17년 오늘, 미국은 더 이상 연방정부의 전횡을 일삼을 가능성도 중앙정부의 군사적 억압으로 국민의 자유를 위협받게 될 가능성 또한 전무하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하기 위해 면허를 취득하듯 총기 사용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과거의 기준으로 인한 부작용을 좌시할 수 없다면 다시 논의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속 시원하고 몰입도 높은 영화를 본 것 같다. ‘미스 슬로운’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보기를 권한다. 영화 속 인물을 통한 대리만족을 즐기는 분이시라면 강력 추천한다.
의문점
자신의 심어 놓은 스파이와 통화 후 광분하는 장면을 보여준 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