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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Sep 08. 2020

푸른 연기가 피어나는 곳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튼 국립공원


 

언제 와도 푸근하고 아늑한 이곳은  체로키 인디언이 살아온 곳이다.

 체로키 인디언 박물관 앞에는 눈물을 흘리는 인디언 추장의 목상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갔을 때 그곳에 전시되어있는 그림 한 장은 나를 그 자리에 얼어붙게 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한 인디언 여인이 아기를 안고 눈길을 가다 뒤를 돌아보는 그림이었다.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나 ‘눈물의 길(Trails of Tears)’을 맨발로 걸어 가는 여인의 모습이었다

 어느해 여름, 해마다 여기서 열리는 인디언들의 축제 “파우와우”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은 깃털로 장식 된 화려한 옷을 입고 우리네 강강술래처럼 마당을 빙빙 돌며 노래하고 춤추었다. 나는 잠시 나도 그 안에 들어가 합류해도 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원 안에는 물레방아와 집이 있다. 옥수수 밭도 있다. 인디언을 쫓아내고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지금 공원의 85%를 목재상과 벌목꾼들이 차지했고 나머지는 수천 가구의 농부들이었다.

호레이스 케파트(Horace Kephart)와 시민들, 록펠러 주니어 같은 사람들이 그 들로부터 땅을 사들여 이 곳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었다. 목재상들은 땅을 팔고 난 후 국립공원 시행령이 발효되는 마지막 날까지 이쑤시개도 남기지 말자며 나무를 잘라 내었다고 한다. 


스모키 마운튼은 노년기의 산이라 젊고 뾰족한 록키산들과는 달리 능선이 부드럽다. 

그래서 눈이 편안하다.

탄성이 나올 만한 절경은 없지만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산전수전 다 겪어 무뎌지고 내려앉은 겸손한 모습이다.

저 숲 위로 몸을 던져도 다치지 않게 포근하게 안아 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지리산 같은 느낌이다. 웅장하지만 푸근하고, 기암절벽은 없어도

굽이굽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아팔라치안 산맥의 남쪽 끝 부분이고 가장 높은 곳이다


이 산은 아침이면 군데 군 데서 안개가 연기처럼 피어올라 스모키 마운튼이라고 한다.


체로키 원주민들은 샤코나지 (연기처럼 푸른) 라고 불렀다.



여기는 '뉴 파운드 갭 '

이 간판을 잡고 서면 한 발은 노스캐롤라이나, 한 발은 테네시주에 놓고 설 수 있다.



아팔래치안 트레일이 여길 지난다.

북쪽 끝인 메인주의 카타딘까지 1972마일.. 

조지아주의 남쪽 끝까지 228마일. 합해서 2200마일이다.

해마다 봄이면 종주하겠다고 남쪽 끝에서 시작한 사람 중, 5분의 1은 일주일이 못 가서 포기하고  사분의 일은 여기까지도 못 오고 포기한다고 했다. 

2014년에 2700명이 시도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유명한 책을 쓴 빌 브라이슨은 오랜 영국 생활에서 돌아와 미국을 몸으로 느껴보려고   2200마일(3500킬로미터)이나 되는 아팔래치안 트레일을 종주하기로 마음먹는다.

여러 사람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유일하게 가겠다고 한 친구는 카츠라는 괴짜다.

비 맞고 눈 맞으며 넘어지고, 길을 잃고 한 밤중에 곰도 만나고..  그리고 그의 유명한 글 솜씨로 '나를 부르는 숲'이라는 책을 썼다. 책을 읽으며 소리 내며 웃을 정도로 재미있다.



그 길을 조금이라도 걸어 보고 싶었다.


벽과 문이 없다고 늘 불평하던 대피소. 밥은 왼쪽에 마련된 식탁에서 해야하고 잠은 오른쪽에서 잔다. 쥐들을 때려 잡느라 잠을 설치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소란스러운 등산객들이 몰려오면 밖으로 밀려나  텐트를 치고 자기도했다.

점프 오프 전망대(Jump off) 를 거쳐 찰리스 번연(Charlies Bunion)까지 왕복 10마일정도 걸어 보았다. 





스모키 마운튼은  여름이면 아이들과 즐겨 찾던 곳이다. 

난타할라 강에서 래프팅도 하고 말 타고 능선도 올라가고 테네시 쪽으로 가서 가수 달리 파튼이 만든 놀이 공원 달리우드(Dollywood)도 갔었다. 

초여름 래프팅을 하며 난타할라 강을 내려오면 양쪽 강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로더덴드론을 볼 수 있다. 가을이면 단풍도 곱다. 캠핑을 하며 트레일을 해도 며칠이 금방 간다.


 한번은 저녁을 먹으러 나온 곰을 만났다.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 열심히 열매를 먹고 있는 검은 아기곰이다.

공원 안에 1600마리 살고 있다는데 운 좋게 그중  두 마리를 보았다.

귀엽고 몸의 움직임이 재빨랐다. 나무 꼭대기까지 순식간에 올라갔다.

산에서 곰이 쫓아오면 나무로 올라가 피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그때 확실히 알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가려는 나를 아들이 말렸다

"저 정도 아기 곰이 있으면 분명 엄마 곰이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을테니 가까이 가지 마세요"

아쉽지만 아들 말을 듣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밤중에 산속에서 단 둘이 마주쳤다면 기절을 했을 상황인데 뛰어들어 갈 자동차가 있어 한번 부려본 용기였다.


봄에는 연둣빛 나뭇잎이 곱고 여름이면 숲이 우거진다.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산에는 눈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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