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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Sep 29. 2020

"손에는 몽둥이를, 말은 부드럽게"

시오도어 루스벨트 국립공원

노스 다코다주는 미국의 한가운데 부분의 제일 북쪽, 캐나다의 국경 바로 아래 있다.

 넓고 넓은 벌판에 해바라기가 끝도 없이 피어있다.

멀리서 보면 유채밭 같다.


내가 지나가는 방향하고 시간이 맞지 않아 해바라기들이 모두 나를 등지고 있다.

섭섭하다.


남의 밭인데 허락도 없이 좀 걸어 들어갔다.어쩌면 그렇게 , 수십만 송이가 다 돌아서 있을 수가 있을까? 

노스 다코다는 추워서 밀 말고는 되는 농사가 별로 없었다.그런데 냉전이 끝나고 1972년부터 러시아와 중국에 밀을 수출하기 시작하며 농부들이 큰 이익을 보게 된다.밀농사 다음으로 두 번째 농산물이 해바라기에서 나오는 기름이다.


시오도어 루스벨트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여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땅이라는 Bad Land 지형이다.


믿기 어럽겠지만 6500만 년 전에는 여기가 플로리다만큼 더운 습지였다고 한다.

여러 종의 공룡들이 살고 숲이 있었다고 한다.



노스다코다의 주도 비스마르크를 지날 때 주립박물관에서 배웠다.

1999년 타일러라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사암 속에 갇혀있는 공룡의 뼈를 찾아냈다. 2004년까지 꺼내지 못하고 있다 나사(NASA)의 도움과 과학자들의 공동작업으로 두 달에 걸쳐 파 내는 데 성공했다.

3500킬로그램이나 하는 무지무지 큰 해드로사우어종에 속하는 에드몬트 사우러스라고 한다.


1880년 이전까지는 들소들이 살았다. 

미국 전체에 6천만 마리의 들소가 살았다. 



인디언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씩 사냥해서 먹고 옷 만들고 텐트도 만들고 했다.

1800년 이후 개척자들이 들어왔다.

그들에게는 총이 있었다. 



1870년, 들소의 뼈가 산처럼 쌓여있다. 갈아서 비료로 썼다고 한다.-위키피디아에서-


1900년에는 멸종 수준인 300마리만 남았다. 

한때는 이 땅의 사람 수보다 많았던 들소들이 지금은 옐로우스톤과 이 곳 등 몇 군데서 보호받으며 멸종은 면하고 있다.



저 아래 리틀 미주리강이 지난다.

6천 만년 전 록키산맥이 솟아오른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비가 오면 흙이 밀려 내려오고 그 흙 위에 꽃과 나무가 자라다가 또 큰 비가 내리면 흙에 묻히기를 반복해 그 안에 석탄도 생기고 지층도 형성되었다.


1883년 장래 미국 대통령이 될 20대 초반의 Theodore Roosevelt 가 이곳을 방문했다.

부잣집 아들로  세상 물정 모르고 사냥을 즐기던 이 청년은 이 초원에서 불기  시작하던 소장사에 투자하고 뉴욕으로 돌아간다. 넓디넓은 초목지는 소떼들을 먹이기 좋아 소장사 붐이 일어났고 이 자연 그대로의 땅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1884년 그의 아내가 아이를 낳고 이틀 만에 죽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그의 어머니도  병으로 사망했다.

같은 날 아내와 어머니를 잃은 그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는 이곳에 와서 지내며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요즘 말로 힐링이었을 것이다.

훗 날  그는 

"나에게 노스 다코다의 시절이 없었더라면 나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파가 몰아친 어느 해 겨울 소떼들이 몰사하고 루스벨트도 투자했던 큰돈을 모두 잃었다.

미국에서도 상당히 북쪽에 위치한 이 곳은 더울 때 최고 110도(섭씨 43도) 최저 기록  -49도(섭씨 영하 45도)까지 가는 만만치 않은 곳이다.




공원 남쪽 부분 Visitor Center바로 뒤에 루스벨트가 처음 왔을 때 지어 놓고 지내던 조그만 오두막집이 그대로 있다.


처음에는 즐기기 위해, 나중에는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왔다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 중요함을 알게 되었고 그는 자연보호주의자가 되었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연보호에 힘쓴 덕분에 엘로스톤 국립공원을 비롯해 5개의 국립공원을 의회의 승인을 받아 지정했고 국립 자연 동물 보호구역, 국립 보호림 등도  지정되었다.

어떻게 보면 그는 깡패 같은 대통령이었다."몽둥이를 손에 들고 말은 부드럽게.."라며 반대자를 참지 못하고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대통령이었다.

내가 지난해 재미있게 보았던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에서 이 말이 여러 번 나온다. 드라마에 의하면 최유진대위를 조선에 보낸사람이다.

연설 도중 반대자가 쏜 총에 맞고도 "이 연설을 마치지 않으면 죽겠다."라며 고집을 부렸다.


한때 성업 중이던 공원 안의  소 도살장, 여기서 소를 키워  도살하고 포장하여 전국으로 내 보냈다.지금은 굴뚝만 남아있다.



언제 와도 내 것 같고 편하다. 미국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국립공원을 만든 일이다. 시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밀어 붙이는 힘이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63개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사람의 이름이 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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