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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Feb 06. 2021

그레이트 개츠비 영화를 찍은 집

로즈 클리프(Rose Cliff)

뉴포트의 여러 저택들을 다 볼 수 없어 둘만 보기로 했다.

브레이커스를 보고 나와 1974년 그레이트 게츠비를 촬영한 로즈클리프를 볼까 벤더빌트가의 다른 집 마블하우스를 볼까 잠시 망설였다. 

마블 하우스도 국가가 지정한 기념물이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집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벤더빌트는 1892년 아내 알바의 39세 생일 선물로  천백만 불을 들여 어마어마한 대리석 집을 지어 주었다. 그리고 3년 후,  그들은 이혼했다. 큰 선물을 준다고 사랑이 유지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알바는 딸 콘수엘라를 유럽 귀족에게 시집보내기 위해 잔인할 만큼 엄한 교육을 시킨 걸로 유명하다.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가진 마블 하우스보다 영화에 나온 집을 보기로 했다. 

브레이커스에서 나와 로즈클리프로 향했다.

내가 말하는 그레이트 개츠비는 디 카프리오가 나오는 2013년 영화가 아니고 내가 20대 초반에 보았던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페로우가 나오는 그레이트 개츠비다. 

이 집은 브레이커스 보다 규모가 작다.



미아 페로우가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옛 애인 로버트 레드포드를 만나러 걸어오던 정원.


1974년 위대한 개츠비를 촬영한 집이다.



멋 부린 계단..



복장과 생김은  잘 안 어울리지만 손님을 맞으러 내려오는 주인의 기분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와 보았다.



"재츠비는 왜 5년 전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려고 했을까?" 

물론 수학 문제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 나름대로 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젊은 개츠비는 우연히 부잣집 딸 데이지를  만나 처음 보는 훌륭한 집과 그가 그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인의 우아함에 반해 숙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고 그는 군인으로 1차 대전에 파병되어 떠난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그의 마지막 가진 돈을 몽땅 털어 이미 결혼해 톰 뷰캐넌의 아내가 된 그녀의 고향으로 가서  집 근처를 배회하기도 한다.


오직 부자가 되어 그녀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데이지네 집이 보이는 곳에 거대한 집을 짓는다. 그 당시 미국은 일차 대전 직후였고 금주령이 있어 정상적으로는 술을 팔지 못하지만 불법으로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중서부인 줄 아는 무식한 그가 책꽂이에는  진귀한 장서들로 가득 채우고   잠시 옥스퍼드에서 군 생활한 것을 가지고  사람들에게는  마치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한 것처럼 사기도 쳐가며  그녀가 좋아할 만한 모든 것, (화려한 자동차,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옷들,...)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만나 그동안  그녀를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지만  그녀는 옛날의 데이지가 아니다.


딸을 낳고 그녀가 한 말.

"I'm glad it's a girl. And I hope she'll be a fool-that's  the best thing a girl can be in this world, a beautiful little fool."  

여자는 그저 예쁜 바보면 돼... 데이지는 자기 딸도 예쁜 바보로 자라기를 바란다. 




개츠비가 물었다. 왜 기다려 주지 않았느냐고..

"부잣집 딸은 가난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  I love the way you love me."라고 한다.  얼핏 보면 좀 바보 같은 데이지를 개츠비는 목숨 걸고 사랑한다.

내 (닉 캐러웨이) 생각에는 개츠비도 그런 시간이 오리라 믿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고 더 이상 원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에게 옛날의 따뜻했던 세상은 간 곳 없고  오랫동안 매달려 온 꿈 하나에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이 방이다..

그 당시 이 동네에서 가장 컸다는 연회장이다.

영화에서도 실제로도 화려한 파티가 열렸던 곳이다.


이 집은  네바다주에서 은광 업으로 부를 쌓은 제임스 페어의 상속녀가 250만 불을 들여 1898년부터 지은 집이다. 그녀가 죽고 난 후 관리를 잘하지 않아 폐가가 된 것을 1947년 뉴올리언스의 조선업자인 에드가 먼로 씨가 사들여 남부식으로 고쳐 여름이면 무더운 뉴올리언스를 피해 이곳에서 지냈다. 

먼로 씨는 1971년 이 집과 이 집안에 있는 모든 것 그리고 유지 보수 비용으로 200만 불을 더해 뉴포트 저택 보존협회에 기부했다.

그리고 1991년 사망할 때까지 자선행사가 있을 때만 가끔 방문했다고 한다.

참 괜찮은 부자다.

19세기 말, 미국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생활을 잠시 엿보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와 바다를 보니 왠지 모르게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졌다.


영화에서 미아 패로우가 저 잔디밭을 걸어 집을 향해 오는 장면이 있다.


아름다운데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바닷가로 걸어 내려가 보았다.

어마어마한 저택을 39세 생일 선물로 받은 여자 알바 벤더빌트,

목숨까지 내어주는 남자의 사랑을 받은 여자 데이지. 

영화에나 있음 직한 비현실적이 이야기다.


부호들의 저택을 보고 차를 달려  나의 현실로 돌아간다. 


케이프 카드에 있는 니커슨 주립공원 캠핑장에 도착했다. 주립공원은 국립공원보다  캠핑 요금이 비싸서 하루에 40불이나 한다. 

텐트를 치고 장작불을 지피고 밥을 지어먹었다.

여기가 내 자리구나.

그래서 좀 불편해도 마음은 편안하다.

캠핑장 근처의 바닷가에서 보는 일출과

캠핑장안의 호수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내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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