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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Feb 09. 2021

 미국의 감옥에 들어가 보니

와이오밍 주 라라미 감옥에서

80번 길은 1880년대 동부 사람들이 서부로 밀려올 때 주로 왔던 마차 길인 오레곤 트레일과 거의 일치한다.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이 반겨주는 "영원한 서부" 와이오밍주다. 

고속도로 첫 휴게소는 안내소이기도 하다. 

와이오밍주는 넓이가   남한보다  2.5배 크다.

인구는 달랑 58만 명.

소는 130만 마리.

10년 전 엘로스톤에 왔을 때  사람 수가 소보다 적다며 이사 오라는 간판을 보고 놀랐었다.

영원한 서부답게 꾸며놓은 안내소에서 여행에 필요한 자료들을 얻는다.

사람이 귀해서인지 대단히 친절하다.  

서부개척시대에 사람들은 금이 나오지 않는  이 곳을 지나  콜로라도나 캘리포니아로 가 버렸다.

와이오밍주를 지나는 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왜 사람들이 살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했다. 

 80번 길에서는 2633미터 높이의 록키산맥을 넘고  붉은 사막(Red Desert)이라는 대 평원을 지난다

해가 지기 전에 라울린스에서 호텔을 찾아들었다. 와이오밍주의 라울린스라는 작은 도시의 할러데이 인에서 세수를 하는데 물의 감촉이 유난히 매끈매끈해서 한 잔 마셔 보니 사서 마시는 생수 보다도 맛이 좋았다.

 이 마을의 역사를 읽어 보니 역시 물로 유명한 곳이었다.

 1867년 이곳에 기찻길을 놓을 때 군대를 지휘한  라울린 대장이 마실 물을 찾다가 이 동네의 물을 마시고 이렇게 맛 좋은 물은 처음 마신다며 만일 자신의 이름으로 무언가 기념하려 거든 이 우물로 하라는 말을 남겼다. 그 이후 이 마을 이름을  라울린스 스프링으로 지었다.    

 와이오밍주에서 갈 볼만한 곳을 검색하니  이 근처에 역사적인 감옥이 두 군데 있다고 한다. 

 

와이오밍 프런티어 감옥 박물관(Wyoming Frontier Prison Museum)이다.

 대단히 견고하게 지은 성처럼 생겼다.  

감옥 앞에 아버지와 딸이 평화롭게 말을 타고 아름다운 숲을 지나는 거대한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이 왜 감옥 앞에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나쁜 사람들을 다 감옥에 가두어 두면 이런 평화로움이 온다는 뜻일까?  

아니면 만기 출소해서 다시는 죄짓지 말고 이렇게 살라는 뜻일까?

철조망은 언제 보아도 가슴이 섬찟해진다.  

건물 앞에서 설명서를 읽어 보았다.

 수감자들이 그려 놓은 그림으로  감방 안이 꾸며져 있다고 한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원주민이다.

물이 좋은 이 마을에서 살다 모든 것을 빼앗기고 감옥에 갇혀있는 심정이 어땠을까?   


아직 문을 열지 않아 밖에서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


80번 길을 따라 동쪽으로 좀 더 가서 라라미(Laramie)에 있는 파이오니어 감옥에 도착하니 문이 열렸다.

처음 들어간 곳은 교도소장의 관사이다.

그 당시 살림살이를 전시해 놓았는데 그중에 새장이 눈에 뜨인다. 교도소장은 새장에 갇힌 새와 새장 같은 감옥에 갇힌 죄수들을 날마다 보며 살았겠다. 

감옥 안으로 들어가는데 감자기 죄수복을 입은 커다란 남자가 불쑥 나타나 깜짝 놀랐다.

그의 이름은 마이크, 친절하게 데리고 다니며 설명해 주었다.

 

감옥 안은 여름에는 30도를 넘고 겨울에는 영하 20도를 넘었다고 하는데 냉방은 물론 난방도 없었다.

저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고

화장실이 없어 생리적인 일은 작은 요강에서 해결한다.

여름이면 그 냄새가 요즘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죗값은 크고 인권은 없던 시절이다. 

여기서 간수가 내려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큰 형벌은 감옥 안에서 죄수는 말을 할 수 없는 것. 같은 방의 방짝과도 서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정말 죽을 맛이었겠다. 

이 어린 친구는 1897년 36불짜리 부도 수표를 쓴 죄로 3년 선고받고 모범수로 2년 7개월 만에 석방되었다.  


이 영감님은 80세의  인디언으로 70살의 아내를 살해했다. 이유는 아내가 자기 사냥 총을 망가트려 좋아하는 사냥을 할 수 없다고...

10년 선고받았다.  


캐럴라인이라는  여인은 세탁장에서 수건을 태웠다고 방화범으로 몰려 18개월 선고받고 만기 출소.

4개월 후 남의 집에 들어갔다 강도 미수(강도를 한 것이 아니고 주인이 위협을 느꼈다고)로 2년 복역.

아직도 유죄인지 무죄인지 모른다.

죄도 여러 가지이고 그 무게도 다르다.  

이 감옥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부치 캐시디. 

폴 뉴먼이 나오는 "태양을 향해 쏴라"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독실한 몰몬교 집안에서 태어나 13살 때 남의 가게에 들어가 바지 한벌 훔친 죄로 감옥에 들어왔다. 모범수로 출옥하며 "다시는 감옥에 들어오지 않겠다"라고 맹세했다고 한다. 

그 후   평생을 은행강도, 열차강도로 살았지만 감옥에는 가지 않았다.  남미의 볼리비아에 가서 바르게 살려고 했으나 신분을 들켜 또다시 강도짓을 하다 총에 맞아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공장을 안내 해준 신디,

감옥 안에는 출옥한 후 삶을 준비시키기 위해 일을 시켰다.

여기는 빗자루 공장.

가구공장과 셔츠 공장도 있었다.   

날마다 죄수복을 입고 감옥으로 출근하는 신디는 80 나이에도 할 일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담 저쪽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감옥 구경을 마치고 사뿐히 걸어 나올 수 있는 내가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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