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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Feb 17. 2021

세상에서 가장 높은 길

Top of the World Highway

랭겔 세인트 일라이어스 국립공원 캠핑장을  출발해 집으로 향했다. 


캐나다와 국경에 있는 토크(Tok)에서 휘발유를 가득 채우고 커피도 한잔 사 마셨다.  캐나다 돈을 다 써 버려 환전을 하려 했으나 환전해 주는 곳이 없다. 여길 지나면  전화가 안 되는 곳을 한참 달려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연락도 했다. 

딸아이가 물었다. 

'거기선 북극성이 더 잘 보이나요?'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아서 북극성은 안 보이지만 길에서는 자주 볼 수 있어' 

알래스카는 길 표지판에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있다.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돌아갈 때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다른 길로 가 보고 싶었다.


1890년대 금을 찾아 몰려왔던 도슨 시티 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1번 알래스카 하이웨이 대신 

테틀린정션에서 9번 북쪽으로 올라갔다.


이 길은 시작부터 험했다.



포장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고 

팟홀도 많아서  운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처음 만나는 도시 "치킨" 

아무것도 없는 길을 오래 달리다 보면 이런 마을을 만나도 반갑다.

가솔린을 채울 수 있고 식당도 있고 

앰불란스도 있었다.

동네를 온통 치킨으로 장식해 놓았다.


여기서부터 40마일이 금 채취하는 곳이다.

아무도 없다고 강가에 내려가 금을 찾으면 불법이다.

이 길 이름이 "탑 오브 더 월드(Top of the World )" 다.


내가 대학교 일 학년 때 카펜터스라는 남매 듀엣이 세상에 나왔다. 노래를  참 달콤하고 편안하게 불렀다.

"Close to you"

"Rainy day and Monday"

"Yesterday once more" 

"Top of the World"    

  


Such a feelings coming' over me 
there is wonder in 'most everything I see
not a cloud in the sky, got the sun in my eyes
And I won't be surprised if it's a dream

Everything I want the world to be
is now coming' true especially for me
and the reason is clear, it's because you are here
you’re the nearest thing to heaven that I've seen

I'm on the top of the world looking' down on creation
And the only explanation I can find
Is the love that I've found ever since you've been around
Your love's put me at the top of the world



카펜터스의 캐런 카펜터는 1950년 생이다. 

어려서부터 오빠와 밴드를 구성해 할리우드볼 밴드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1969년 데뷔해서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빌보드 차트에 1위도 올라가고,

백악관에 가서도 노래하고 대단한 인기를 누렸는데 1975년부터 거식 증세를 보여 콘서트를 취소하기도 하고 내리막 길을 걸었다.

1983년 서른두 살의 젊은 나이에 거식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나는 아직도 그들의 노래가 좋아 CD를 항상 차에 두고 있다.

카펜터스의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며 험하고 먼길을 달렸다.




Top of the World Highway를 달리며 생각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처럼   예쁘고 인기 많던  그녀는 왜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에 시달리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까...  

전화는 안되지만 차에 붙은 내비가 작동해 다행이다.

캐나다 국경에 도착했다.



아주 높은 차가 서 있다.

저 차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겠다.  탑 오브 더 월드 하이웨이에서 내가 제일 높은 줄 알았더니 

저 사람들이 나 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다...

뒤를 돌아보며 알래스카와 작별한다.



캐나다 국경을 넘어야 했다.

국경을 넘는데 관리가 물었다.

사과 있어요?

담배 있어요?

술 있어요?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장작 있어요?

예스..


여기서 다 내려놓고 가세요.. 한다.

유콘은 장작이 무료입니다.

나무도 나무에게 병을 옮긴 다고 한다.

유콘에 가면 캠핑장마다 장작이 무료인데 거의 통나무 상태라서 너무 크고 때로는 젖어 있어 불이 잘 붙지를 않는다.

알래스카 캠핑장에서 산 나무가 바싹 말라 있어 가지고 왔는데 아쉽지만 내려놓아야 했다.



시간도 바뀐다.


비가 오락가락했다.


저 아래 유콘강이 보이고 저 강을 건너면 120년 전 황금의 도시였던  도슨 시티(Dawson City)다.

세상 높은 곳에 잠시 머물다 이제 평지로 내려간다.




유콘 강은 총  1980마일(3190 킬러 미터)인데 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모두 네게 밖에 없다.

하나는 미국의 페어뱅크스 북쪽 달튼하이웨이에, 세 개는 캐나다의 클론다이크 하이웨이와 알래스카 하이웨이에 있다.

여긴 없다.

그래서 페리를 타고 건너야 한다.

뱃삯은 무료다.

다니는 차가 많지 않아 오래 기다리지 않고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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