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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Mar 22. 2021

1번길 위에서(8)

석유재벌 폴 게티의 돈이 한 일들

게티 빌라는 로스 엔젤레스 북쪽 말리부의 1번 길에서 바로 들어간다.

이 집의 주인이었던 제이 폴 게티는 1966년 포츈지에 미국 제일의 부자로 기록되었다. 오래전 그의 부친이 산 오클라호마의 땅에서 기름이 쏟아져 나왔다. 1973년 중동의 전쟁으로 기름값이 치솟아 그의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석유로 부자가 된 게티가 유럽의 문화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어마어마한 부자였는데 그의 구두쇠로서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른다.

1973년 그의 손자가 마피아의 일원에게 납치된다. 납치범들은 1700만 불을 요구하고 게티는 거부한다. 그는 말했다 

"나에게 열네 명의 손주가 있다. 내가 지금 돈을 주면 13명이 더 위험해진다. 나는 범죄자들과 타협하기 싫다."

납치범들은 16살 손자의 한쪽 귀를 잘라 보내며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다른 쪽 귀도 잘라 보내겠다고 했다.  

그는 요구액을 300만 불로 깎고 그중 세금공제가 되는 220만 불만 주고 나머지  80만 불은 일 년에 4%로 아이의 엄마, 즉 자기의 며느리에게 빌려주었다. 아이는 풀려 나지만 그 후유증으로 평생을 마약과 술로 몸을 망쳐 54세에 사망한다.  그의 돈이 한 일 중 하나다.


그가 영국 귀족의 오래된 성을 사서 이사를 들어갔다. 집을 고치느라 일하는 사람들과 사업자들이 드나들었다. 전화비 청구서를 받아 본 그는 집안에 동전 넣고 거는 공중전화를 설치했다. 

그는 편지를 받으면 그 뒷면에 답장을 써서 보내고 작은 빨래는 직접 손으로 빨아 입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는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 것은 사지 않았다.

게티 빌라에는 BC 6500년부터 AD 400년까지의 예술품 4만 4천 점이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에 관한  2만 권의 책도 소장하고 있다.  


'승리한 젊은이(Victorius Youth)'와   '사자 가죽을 손에 든 헤라클레스'는 기원전 300년쯤 되는 세계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게티의 돈으로 수집한 유럽의 예술품들을 인터넷으로 예약만 하면 무료로 들어가서 볼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임시 휴관이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문화재보다 더 나를 감동시킨 것은 게티 빌라의 정원이다.

규모가 대단히 크지는 않아도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파피루스 같은 300종의 식물들을 잘 가꾸어 놓았다. 

1974년 문을 열었는데 게티자신은  사망할 때까지  와보지도 못했다.  지금은 그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그를 구두쇠라 놀리며 즐긴다. 



1976년 게티가 사망하며 문화재단을 만들어 6억 6천백만 달러를 남겼다.

그 돈으로 지은 곳이 게티센터다.

게티센터도 주차료만 내면 입장료 없이 즐길 수 있다. 


게티센터 역시 정원이 아름답다. 

겨울의 담쟁이도 좋고 가을의 담쟁이도 좋다.

정원의 조각 작품들

마르노 마리니의 성채의 천사(Angel of the Citadel)

미로처럼 만든 철쭉꽃밭.

꽃밭의 꽃들

사철 물소리가 들리도록 만든 개울

멀리 태평양이 내려다 보인다.


잘 지은 건축물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아름답다.



동쪽으로 UCLA가 내려다 보이고.

서쪽으로 태평양이 보인다.


석유재벌 게티는 종이 한 장, 전화 한 통화, 손주의 몸값도 아끼던 사람이다. 그가 남긴 돈으로  미국 어느 곳에서도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건축물에 예술작품들을 채우고  정원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무료로 보여준다. 

돈은 참 무섭기도, 잔인하기도 하지만 잘 쓰면 이름다운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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