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레이크 캠핑장을 출발해 인터스테이트 94번을 따라 서쪽으로 달렸다. 94번 은 미국 본토에서 가장 북쪽을 동서로 가는 길이다. 더위는 북쪽까지 따라와 하루 종일 거의 화씨 100도를 유지했다. 에어컨을 껴고 달려도 더운 날은 지친다. 파고(Fargo)라는 도시를 지나 노스 다코다에 진입했다. 오래전 파고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만삭의 여자 형사가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영화인데 살벌하게 추운 장면과 끔찍한 살인 장면만 생각난다. 파고가 이렇게 더우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열심히 검색을 해서 캠핑장을 하나 찾았다. 사진도 멋있었고 운전 시간도 적당해서 '예약'을 클릭하고 기분이 흐뭇했다.
휴게소 사인을 보고 들어갔는데 낯이 익다.
아, 몇 년 전에 왔던 곳이다.
길 건너에 끝도 없이 해바라기 꽃밭이 있었는데
아직 해바라기 꽃이 피지 않았다
비스마르크(Bismarck)에서 미주리강을 따라 지방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 크로스 랜치 주립공원에 도착해 예약한 캠프 사이트를 찾았다. 내가 생각한 그런 캠핑장이 아니었다. RV들과 텐트 캠핑이 같이 있는 좀 소란스러운 곳이다. 캠프 호스트에게 다른 곳은 없느냐고 물으니 취소료를 내고 다시 예약 요금과 캠핑료를 내야한다고 했다. 그냥 머물기로하고 장작을 사겠다고 했더니 자물쇠를 가지고 와서 창고를 열어주며 한단 집어가라 했다. 10년이 넘게 수많은 캠핑장을 다녀 보았지만 자물쇠를 채워두고 장작을 파는 데는 처음이다. 대부분은 집 앞에 놓아두고 돈 통을 하나 두고 알아서 가져가라고 한다. 이 분은 험한 꼴을 여러번 당하셨나보다.
캠프 사이트로 와서 텐트를 치고 불을 피우고 저녁을 준비하는데 모기들이 맹렬히 달려들었다. 모기향도 피우고 약도 뿌려 보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격을 받아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알래스카나 미시간에서도 모기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비교가 안될 만큼 지독한 모기떼였다. 아마도 내 속의 화가 모기들을 불어온 것일지 모르겠다. 물린 상처는 두 주일도 더 가렵고 아팠다.
캠핑료 30불이면 싼 건 아니다. 국립공원이나 국유림에 있는 캠핑장은 12불 정도면 된다. 그래도 요즘 호텔값이 많이 올라 200불은 주어야 되는데 경비도 문제지만 코비드로 사람들 모이는 곳을 피하고 싶어 캠핑여행을 계획한 거다.
소고기와 야채를 볶아 저녁을 만들어 먹고 일찍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캠핑하는 데는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게 낫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