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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Aug 18. 2022

이른 아침 미국의 농가

사우스 다코다에서

캠핑장이 마음에 들면 아침에 커피도 만들어 마시고 느긋하게 아침도 만들어 먹고 출발한다. 캠핑장이 별로면 텐트만 걷어가지고 얼른 길을 떠난다. 이날이 그랬다.

덕분에 해가 뜨는 미국의 농촌을 한가하게 즐길 수 있었다. 

미국에서 자동차 여행을 하려면 가야 할 길이 멀어 주로 하이웨이로 달리게 된다. 하이웨이로 달리면 자세한 것을 볼 수가 없다. 하루 종일 하이웨이만 달리면 멀리 갈 수는 있어도 자동차 여행을 즐기지 못한다. 하루에 한 번쯤은 지방국도를 달리며 시골 마을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쪽으로 가서 94번으로 가도 되지만 북쪽으로 올라가 200번 국도로 들어섰다. 사우스 다코다의 밭은 푸근하고 넓다


조금 가니 역사유적이 있다는 간판이 보였다.

만딘(Mandin) 인디언들이 살았던 마을이라 했다. 유럽에서 모피상들이 오면서 천연두를 퍼트려 90%가 사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마을을 도망치듯 떠났다고 한다. 

이 길은 그때부터 있던, 그 사람들이 걸어 다니던 길이다.

인디언 유적지만 가면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20번 길을 달렸다.




유채밭이 나타났다. 사람도 차도 없어 밭으로 걸어 들어갔다. 



캠핑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덕분에 이런 황홀한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좀 더 가니 이번에는 보랏빛 물결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른쪽 밭에는 소 먹이 풀을 김밥처럼 말아 놓았다. 




멀리서 보고 호수인 줄 착각했다




이 꽃은 무엇을 우리에게 내어줄까? 

아침도 못 먹고 출발했는데 가다가 아무 식당이라도 나오면 사 먹어야지 했는데 세 시간을 달려도 주유소도 식당도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다. 풍요로운 밭을 보며 배고프다는 생각도 잊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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