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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Aug 21. 2022

몬타나주를 지나며

 

 노스 다코다의 서쪽 끝에 시오도어 루스벨트 국립공원이 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네 시간이 넘게 차를 달렸어도 아침 먹을 곳을 만나지 못했다. 결국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 피크닉 장소에서 점심을 만들어먹었다. 아무리 국립공원을 좋아해도 점심 먹으러 국립공원을 들어간다는 것이 좀 미안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골드 패스로 들어가려니 더욱 그랬다. 

  23세의 애송이 뉴요커가 사냥하러 여기 왔다 소고기 장사를 해 보겠다고 덤벼들었다. 어느 겨울 소들이 다 얼어 죽는 걸 경험하고 사업을 접었다. 그 무렵 아내와 어머니가 같은 날 사망하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이곳에 와서 마음을 추슬러 나중에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국립공원 제도를 만드는데 크게 공헌했다.  미국의 63개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사람의 이름이 붙은 곳이다.

그가 지었던 도축장은 굴뚝만 남아있다.


 국립공원 안의 카튼 우드 캠핑장이 값도 싸고 밤에 별을 보기도 좋은데 캠핑장으로 들어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점심만 먹고 94번 하이웨이로 들어갔다. 여긴 세 번 왔던 곳이라 이번 여행의 목적지를 향해 그냥 떠나기로 했다.


 5년 전 2017년 여기서 캠핑을 하려 했을 때는 그날 밤에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는 공원 레인저의 충고를 듣고 공원 북쪽에 있는 왓포드(Watford)라는 마을로 향했었다. 2013년에 왔을 때는 오일 붐으로 방을 잡기가 어려웠는데 그동안 호텔을 많이 지어 방 잡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레인저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구글에서 방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막상 가 보면 가장 비싼 방 하나 남아 있다고 하는데 값은 비싸고 시설은 군대 막사 같았다.

시골마을은 갑자기 불어나 허허벌판에 판잣집을 마구 지어 놓은 듯했다.

이 날은 날씨도 좋고 캠핑장도 있는데 시간이 맞지를 않았다. 


 몬타나로 들어섰다

2003년 이후 이 고장은 오일 붐으로 가는 곳마다 불기둥이 있다. 지금은  알래스카보다도 기름을 더 많이 파 올린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던 농가가 기름으로 인해 실업률이 가장 낮은 주가 되었다.

일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어 강아지가 와도 취직이 될 것이라는 농담도 생겨났다. 베네수엘라나 중동의 정세가 불안정해서 자체 생산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글렌다이브에서 94번 고속도로를 벗어나 다시 200번 국도로 갔다. 북서쪽으로 달려 캐나다로 갈 계획이었다.


몬타나의 200번 길에는 가도 가도 아무것도 없었다

가끔 소들과 

폐허가 된 농가가 있을 뿐.


두 시간마다 쉬어야 하는데 해는 뜨겁고 세 시간을 달려도 쉴 곳이 없어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날 가려했던 국유림에 있는 캠핑장은 두 시간은 더 가야 했다.  예약이 안되고 오는 순서대로 자리를 잡는 곳이다. 만약에 갔다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리가 없으면 그다음 목적지까지는 너무 멀다.

모스비에서 남쪽으로 가서 빌링스로 가기로 경로를 바꾸었다. 빌링스는 94번 가에 있는 중소도시다. 호텔을 예약하려니 전화가 안된다. 난감하지만 불안한 내색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곳이 좋을 때도 있지만 이런 불편함을 줄 때도 있다. 

다행히 빌링스 근처에서 호텔을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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