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경이 Sep 02. 2020

호수 30개, 섬 900개가 있는 공원

보야져스(Voyageurs) 국립공원,

보야져스 국립공원을 가는 날, 수피리어 호수에 새벽이 왔다.

운 좋게 숙소 바로 앞에서 화려한 해가 뜨고 있었다. 



갈 길이 멀어 그냥 떠날까 하다가 

색이 너무 고와 차를 세우고 해가 뜨는 걸 보고 떠나기로 하고 기다렸다. 평생 수많은 일출을 보았지만 이 날의 빛깔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고왔다.


 수피리어 호수는  물표면의 넓이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다.

가끔 호수 전체가 얼기도 하는데 마지막으로 호수 전체가 얼었던 것은 1997년이다.

 물의 온도는 연평균 화씨 40도, 파도가 제일 높을 때는 6미터, 배가 침몰하기도 한다.




한참을 기다리니 바다 같은 호수에서 해가 떴다. 기다리기를 참 잘했다.


보야져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100만 년 동안 네 번의 빙하가 밀려내려오며 만들어낸  30개의 호수와 크고 작은 900개의 섬이 있다. 보트를 가져와야 더 잘 보고 즐길 수 있다. 

보트가 없어 차로 갈 수 있는 곳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만 보기로 했다.


보야져(Voyageur)는 17-18세기에 이 곳으로 모피를 찾으러 왔던 프랑스계 캐나다인 모피 교역자라는 뜻이다. 그들이 저렇게 생겼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이곳의 역사는 그 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지질학자들은 이곳의 바위가 21억 년 전에 형성된, 지구 표면에 나와있는 바위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고한다.

21억 년이 얼만큼인지 상상도 되지 않지만 그랜드캐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바위보다 오래됐다는 뜻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지구가 생기고 표면이 굳기 시작했을 때부터 있었다는 뜻인가 보다

여러 번의 빙하가 쓸고 지나가고 숲이 생겨났다. 

만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아마도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넘어온 아시아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자작나무 껍질로 호숫가에 집을 지어 

봄에는 단풍나무 수액을 받아 말려서 설탕을 만들고 

그걸 틀에 모아 사탕도 만들었다.

남자들은 사냥과 낚시를 하고 여자들은 그것으로 먹을 것을 준비했다.


짧은 여름 동안 남자들은 집을 손 보아 겨울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열매를 따러 다녔다.



 불을 지펴 사냥해온 고기를 굽기도 하고 

짐승의 가죽은 벗겨 여기다 말려 옷을 해 입었다.


가을에는 이곳에서 나는 야생 쌀을 수확해 

말려서 껍질을 벗겨 보관해 두었다 일 년 내 먹고 


겨울에는 짧은 낮 시간에 남자들은 사냥을 나가고 

해 지면 돌아와 집안에 불을 피우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상 사는 법을 가르쳤을 것이다.



1700년 경, 

 피부가 하얀 유럽 사람들이 대서양에서 3000마일이나 떨어진 이곳에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와서 짐승의 가죽, 특히 모자 만드는 비버(Beaver) 가죽을 찾았다.

그들이 보야져(Voyageur)들이었다.


세 개의 큰 호수와 수백 개의 섬으로 된 이 지역의  

미로와도 같은 물길을 원주민들의 도움이 없이는 다닐 수도 없었다.


1800년 대  모피 무역이 끝나고 미국이 나폴레옹한테서 이 땅을 사들였다.

1971년 미 의회에서 이곳을 보존하기로 결정하고 1973년 닉슨 대통령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선포되었다.


공원의 대부분이 호수라  보트나 카누를 타고 다녀야 하고 차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 들어가 트레일도 하고 안내소에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에쉬 리버에는 요렇게 예쁜 섬이 있다.




 잘 만들어 놓은 트레일에서 산책할 수도 있다.



푸른 자작나무 숲이 있다.




카배토가마 호수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비행기처럼 나르는 펠리컨을 볼 수도 있다.


나는 여기서 300년 전 목숨 걸고 모피를 찾으러 다니던 사람들의 용기와   

만 년 전부터 사냥하고 농사지으며 살던 사람들의 흔적을 보고 

21억 년 전에 생겨난 땅에 

100만 년 동안 자연이 만들어 낸 경치를 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가 꽃처럼 피어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