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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Nov 17. 2022

나쁜 땅, 아름답고 소중한

배드랜드 국립공원

사우스 다코다의 챔버래인에서 일박하고

배드랜드 국립공원에서 해 뜨는 것을 보고 싶어서  새벽 4시에 숙소를 나와 서쪽으로 달린다.

4년 전에 왔을 때는 해가 질 때였다.

이번에는 해가 뜰 때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가끔 트럭이 지나칠 뿐 차들도 거의 없다.




공원 입구에서.

병풍처럼 생긴 신비로운 산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니 바로 해가 뜬다.


The Wall이라는 곳이다

"나쁜 땅" 

이 땅이 프랑스령일 때 이곳에 와서 동물을 잡아 가죽을 팔던 사람들이 이 땅의 생김새를 보고 나쁜 땅이라고 불러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 당시 이 땅에는 Lakota라는 원주민이 살았는데 그 들도 "mako sica(나쁜 땅)"라고 불었다한다.

공원은 매우 길고 넓은데 공원 남쪽에서 북쪽까지 가는데 차로 두 시간도 더 걸린다.

Badland의 특유한 지형은 주로 공원의 북쪽에 있다.

7천5백만 년 전 바다 밑이었을 때의 침전물과 화산재가 독특한 모양을 만들었다 


붉은 줄이 들어있는 봉우리들에서는 

2천3백만 년 전에서 3천5백 년 전 사이에 에 여기서 살았던 거대한 포유동물에서부터 오징어와 비슷한 모양의 바다 동물들까지 다양한  화석이 발견되었다

"The Wall"은 뾰족한 봉우리들과 절벽으로 6마일이나 뻗어있다.

천하에 쓸모없는 나쁜 땅이지만 신비하고 아름답다.


뾰족한 봉우리가 무너지면 이렇게 부드러운 곡선이 된다.




인디언들에게 블랙힐에서 살게 해 주겠다던 약속이 그곳에서 금이 발견되며 깨어졌다.

1890년 혹독하게 추운 크리스마스,  빅 푸트라는 인디언 추장이 연방군의 추적을 받고  350명의  부족 사람들과 이 길을 갔다.

5일 후 그들은 25마일 남쪽에 있는 운디드 니(Wounded Knee)에서 모두 죽는다.

이 근처 인디언들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프레이리 독(Prarie Dog)도 많이 있다. 여러 마리가 있어서 차에서 내려 살금살금 가까이 가니 모두 땅속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방울뱀이 많다고 경고판이 서있다.

나쁜 땅에도 꽃은 핀다.






남쪽 끝까지 갔다가 북으로 향해 올라오다 옆길로 빠져   비 포장 도로로 5마일만 올라가면 광활한 평원을 볼 수 있다는  쉽 테이블 마운튼(Sheep Table Mountain )을 올라갔다.

누런 풀 사이에 붉은 풀도 있다.



산 위가 이름으로 알수있듯  식탁처럼 평평한 초원이다. 미국에 남아있는 가장 넓은 초원이라고 한다

아무도 없는 넓은 벌판을 걸어 다녔다.

처음 와 보는 곳인데 언젠가 와 본 듯한 느낌이다.

꿈이었나...


7천5백만 년 전 여기는 바닷속이었다.

어쩐지 느낌이 바다 같다.


나쁜 땅 위로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는 금방 사라지지 않고  공원 안을 돌아다니는 내내  떠있었다.


 평생을 미국 원주민을 주제로 사진을 만든 에드워드 커티스가 1905년 여기에서 수  (Sioux) 인디언이라고도 부르는 라코타(Lakoda) 족의 사진을 찍었다는 안내판이 있어 반가웠다.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에는 아직도 가장 많은 원주민이 살고 있다고 한다.

1803년 이전에는 프랑스령이었고  루이지애나 매입 후에는 루이스와 클락(Lewis and Clark )탐험대가 원주민의 도움을 받으며 겨울을 보내며 답사를 하였고 그 이후에는 세 번에 걸친 원주민과 연방군의 전쟁이 있었고   1890년 겨울 많은 원주민들이 학살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공원의 남쪽과 북쪽이 갈리는 곳은 폐허가 된 마을이 있다. 자연박물관이라는데 문을 닫은 지 한참 돼 보인다.



미국에서 가장 넓게 남아있는 초원(Mixed Grass Prairie)인 이곳에는 키가 크고 작은 56가지 풀이 자라는데 봄에 눈이 녹은 후 야생화가 피기 시작하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이 넓은 벌판에 야생화가 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해 본다.

언젠가 다시 와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돌아섰다.


다니다 보면 대단한 경치, 웅장한 산과 바위도 좋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 같은 곳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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