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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Dec 05. 2022

황량함, 그 특별한 아름다움

    


콜로라도주의 서쪽과 유타의 동쪽이 만나는 부분은 황량하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많은 것이 있다.


2006년 봄 그린스보로에서 윈체스터로 이사 올 때 이길로 왔다. 

눈 덮인 록키산맥을 넘어 이 근처를 지날 때 그 황량함이 두려웠다.

그 후 대륙횡단을하며 여러차례 지났다. 지날때마다 무섭기도하고 그 경치에 매료되기도한다.


록키 마운트 국립공원에서 나와 70번 West를 만나면 

험한 길이 시작된다.

Dotsero라는 지점에서 이글 강과 콜로라도강이 만나 70번과 나란히 105마일을 간다.

길이 꼬불꼬불해서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곳이다.



길은 터널 속을 달리기도 하고 땅 위에 떠서 달리기도 한다.


그랜드 정션을 지나면 콜로라도 강은  70번과 헤어져 남쪽으로 간다.

강과 헤어진 70번 길은 황량한 사막으로 변한다. 





쉬지 않고 무너져 내리는 바위산이 있다.

주름에 파인 모래 산도 있다.

비바람에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모래산은  나이 든 노인 같다.

바위산들도 수백만 년 동안 지나온 세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무너져 내린다.

꼭대기 부분을 잃고 무너져 내리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사막의 산들이 아름답다.



칼라풀 콜로라도(Colorful Colorado)를 벗어난다.





그리고 유타를 만난다.




유타로 들어와서  처음 만나는 휴게소에 있는 화장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미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실망한다.



날씨가 갑자기 변하기도 한다.

차가 휘청거릴 만큼 돌풍이 불기도 한다.









산 라파엘 스웰이다.

러시아와 냉전 중 우라늄이 필요했다. 여기서 1950년에서 1956년 사이 우라늄 채광이 50000건 신고되었다.

가이거 측량 기를 가지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어떤 사람은 백만장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고급차를 타게 되었다.

큐리 부인도 다녀갔다고 했다.





산 라파엘 스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계곡에 초록색 강이 흐른다

이 근처는 물이 초록이라 Green River라고 부른다.

이 강가에 살던 사람들은 이곳을 침묵의 도시라 불렀다.




1800년 대 이곳은 무법지대였다.

유명한 부시 캐시디를 비롯해 유명한 범죄자들이  이쪽으로 도주했다.


와카라 인디언 추장이 캘리포니아에서 소 14000마리를 훔쳐 이곳을 지나갔다.


노예상인들은 산타 페에서 네바다의 그레이트 베이신까지 가서 인디언 노예들을 데리고 갔다. 그들은 멕시코시에서  200불에 팔렸다.


도둑들도 목숨 걸고 이 험한 지대를 지나갔다.

서부영화의 장면들이 떠 오른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온 사람들도 있다. 아무도 원하지 않던 이 땅을 개척한 몰몬교도들이다.

하나 실리라는 여인은  몰몬교도들이 이주해 오던 초창기에 남편을 따라 이곳에 와서 처음 한 말이 

"자기의 아내를 이런 곳에 데려오는 남자는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도 그녀는 열심히 땅을 갈아 농장을 만들고 정착에 성공했다.

정말 사람이 살기에는 어려운 땅이다.


두렵고 황량하지만 내가 참 좋아하는 가장 미국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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