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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Dec 19. 2022

알래스카를 여행하는 두 번째 방법

크루즈 여행으로 알래스카를 맛보기만 한 후  알래스카 가는 길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했다

인터넷으로 가는 길을 검색하고  AAA 가서 지도와 캠핑장 안내책 얻었다. 

슬리핑 백 하나는 사고 하나는 내가 집에 있는 이불로 만들었다. 

30년 된 가스버너가 작동은 되지만 녹도 슬고 좀 아니다 싶어 새로 하나 장만했다 

아이스 박스에 여러 가지 반찬을 준비해 넣었다. 


참.. 알래스카 가는 길에는 주유소가 몇백 킬로 가도록 없는 곳이 있다 하여 

5 갈론 짜리 가솔린 통도 준비했는데 쓰지는 못했다. 가스통을 차 밖에 매달고 가지 않고는 그 냄새를 감당하기 힘들다. 그 대신 주유소를 만나면 무조건 가스를 가득 채워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하면 미국을 벗어나는데 적어도 3일 , 동부에서 출발하면 좀 더 걸린다.

캐나다를 지나는데 최소 4일 정도 걸린다. 


캐나다 국경 바로 아래 벨링햄 사는 친구에게서 환전하는 법, 입국 수속하는 요령, 캠핑장 잡는 법등을 배웠다.


캐나다 돈으로 환전한 후  밴쿠버 북쪽의 예쁜 식당에서 점심을 사 먹었다.

이후에는 이런 식당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길을 하루 종일 달려야 했다.

가다가 맛난 꽃을 따먹고 있는 흑곰을 보기도 한다.


저런 귀여운 표시가  나오면 캠핑장이 있다는 뜻.. 

인터넷도 전화도 안 되니 먼저 온 순서다.

해는  안 져도 너무 늦기 전에 캠핑장으로 찾아들어가 

텐트 치고 불 피우고 쉬어야 한다.

텐트는 최고급이 아니어도 좋다. 비만 새지 않으면 하룻밤 자는데 그 텐트가 그 텐트다.



캠핑장으로 곰이 들어올까 봐 트랩을 설치해 놓은 곳이 있다. 사람은 조심하라는 경고다. 잠시 내 몸의 일부가 곰 트랩에 잡히는 상상을 해본다. 캠핑장 안에서 돌아다니지 않고 얌전히 있기로 했다.



또 달리고 달린다.




길을 가다가 화난 들소도 만났다

길이 한가하다고 마구 달리면 안 된다.

저 친구와 부딪히면 서로 크게 다친다. 도와줄 사람이 오는데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머리 터지게 싸우는 것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얘들 머리 부딪히는 소리가 장난 아니게 크다.

사람 같으면 뇌에 손상 올 것 같은 느낌...




한적하고 아름다운 길을 또 달린다.





무스가 강에서 미역을 감는지 물속의 해초를 먹는지...



무스를 보러 차를 세운 곳에서  오레곤에서 왔다는 젊은 커플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진 찍는 나를 보고 "혹시 블로그 하세요?"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블로그 주소가 뭐 얘요?"하고 묻는다.

"쓰는 언어가 한국어인데요"

"아!.. 그럼   한국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보겠네요. 잘 찍어 주세요." 한다.

 아름다운 커플이었다.




캐나다와 알래스카에 수많은 호수가 있다.

물이 맑고 잔잔하다 

아침에 일어나 이 호숫가에  쪼그리고 앉아 얼굴을 씻으면 이 거대한 호수가 나의 세숫대야가 되고 세상이 내 집 앞마당이 된다.




새벽에 내린 비를 머금은 물망초(Forget-me-not)가 

"나를 잊지 마세요"라고 속삭인다.




전에 왔을 때는 내가 저 안에서 내려다보며 구경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저 기차를 구경한다 


 넓은 연못에 노란 연꽃이 백만 송이쯤 피어있다.




디날리 국립공원에서는 차로 갈 수 있는 만큼 들어가 트레일을 했다.




몸을 낮추고 자세히 보면 

높은 기차나 배에서는 볼 수 없는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버스 타고 들어 갔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작은 야생화들이  보인다.



나드리 나온 무스 가족이 나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지나간다



알래스카나 캐나다 북쪽의  캠핑장에는 거의 대부분 물(수도)이 없다.

겨울에 너무 추워 얼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호숫가나 폭포 옆에 자리를 잡으면 운이 좋은 거다.

설거지하고 간단한 빨래도 하고 씻기도 용이하니까.


모기 쫓는 팬이다.

모기가 얼마나 많은지 저걸 몸에 달고 다녀도 수 없이 많이 물려 

알래스카 모기에게 헌혈을 많이 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크로아티아에 갔을 때 친구가 준 코펠 이번에 정말 잘 썼다.

찌개나 국 끓일 때는 물론 호숫물 덥혀 씻기도 하고 차도 끓이고.


밸링햄 사는 친구가 가르쳐 준 캠핑 비결 하나는 

스케줄 잡을 때 온천을 넣으라는 것이었다. 환태평양 지역이라 잘 찾아보면 야외 온천이 꽤 있다.




이 두 번째 방법은 몸은 좀 힘들지만 

경비가 크루즈에 비해 4분의 1 정도밖에 안 들고 

내가 보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에서 알래스카를 온몸으로 느끼며 내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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