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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07. 2023

리버티 폴(Liberty Fall)캠핑장

캘리포니아를 출발 캐나다를 지나 일주일 만에 알래스카에 도착했다.  미국의 49번째 주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간판이 서 있다.

여기서부터 알래스카 시간대다, 시간을 한 시간 뒤로 돌렸다. 캘리포니아보다 한 시간 늦고 동부와는 4시간 차이다.



넓고 넓은 테나나강을 지나

테틀린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Wild Life Refuge)안내센터에 들렀다.


 전날 내린 비가 개이고 겨울철 보온을 위해 지붕에 잔디를 덮은  지붕 위로  파란 하늘이 참 맑기도 하다.

안내 센터에서 1불 주고  알래스카 전체 캠핑장 지도를 샀다.  안내소 직원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캠핑장에 표시를 해 주며 꼭 가 보라 고했다. 알래스카 여행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1불이었다.


알래스카로 들어와 첫 번째 도시  토크(Tok)에서 자동차에 기름 넣고 커피도 한잔 사고 간단한 먹을 것과 1 갤론들이 물도 샀다. 캐나다의 마지막 구간에 비해 반의 반값도 안된다. 주유소 화장실에서 더운물에 손을 씻으며 감격했다. 대 자연의 품은 아름답지만 거칠다. 그 품에서 며칠 지내더니 그사이 인간세계의 작은 것들이 아쉬웠던가 보다. 

토크에서 알래스카 하이웨이와 작별하고 알래스카 1번 글랜하이웨이로 들어섰다

왼쪽으로 미국에서 제일 큰 랭글 세인트 일라이어스국립공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제일 큰 국립공원이다. 얼마나 크냐면.. 1320만 에이커. 옐로스톤과 요세미티와 스위스 전체를 합한 것만큼 크다.

 이 신비로운 국립공원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길이 없어 들어가서 돌아다닐 수가 없다. 



해발 5천 미터나 되는 블랙마운튼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지점에서 바라본 세인트 렝겔스 일라이아스국립공원.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 16개 중 9개가 이 국립공원 안에 있다.

화산이 터져 만든 저 산들은 5005미터의 보나산을 비롯해  4000미터가 넘는 산이 5개나 된다. 

미국의 랭겔세인트 일라이어스,글레이시어배이 , 캐나다의 클루안국립공원,타센쉬닉-알섹주립공원  네 곳이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에서 가장 큰 보호구역이다.



 비지터센터 건물 뒤에 있는 산책로를 걸으며  공원을 건너다보고 돌아섰다.


1불 주고 산 캠핑장 지도를 보며 찾아간 곳에 폭포가 있었다. 리버티 폴(Liberty Fall)캠핑장이다.

꽐꽐 흐르는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이 캠핑장에는 폭포 주변에 텐트 칠 자리가 딱 열 개 있는데  다행히 몇 자리가 비어있었다.

자리 하나가 들어가 잡으려 하니  나뭇가지에  "Reserved"라고 써 붙인 메모가 보였다. 두 번째로 맘에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입구에 있는 등록박스에 캠핑료 15불과 장작 값 8불을 봉투에 담아 집어넣고 텐트를 쳤다. 텐트를 치고 왼쪽으로 난 오솔길로 따라가니 바로 폭포가 나왔다.

이 폭포가 오늘 하루 다 내 것 같은 느낌이다.  두 번째 좋은 자리인 줄 알았는데 젤 좋은 자리다. 

 캐나다와 알래스카의 캠핑장에는 물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물통에 물 길러다가 밥과  찌개를 끓였다.

오랜만에 넉넉한 물로 설거지도 하고 식탁보를 비롯해 몇 가지 간단한 빨래도 했다.  


장작 값은 냈는데 장작을 줄 캠프호스트가 부재중이다.

전날 쓰고 남아있던 장작 조금과 주변에서 나뭇가지 주워다 불을 피웠다. 장작은 끝내 오지 않아 좀 속이 상했지만 어쨌거나 주어서라도 불을 피웠으니 그렇게 억울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8불은 기부한 셈 치기로 했다.


물을 길러다 코펠에 부어 한 냄비 끓여 

다시 통에 부으면 미지근한 물 한 갈론이 된다. 

그 물로 머리 감고 세수하고 다 해결했다. 

옛날 나 어렸을 때 겨울이면 엄마가 주시는 더운물 한 바가지에 찬물 섞어 이 닦고 세수하고 학교 갔던 생각이 났다. 엄마는 연탄아궁이 하나로 우리에게 적은 양이지만 더운물 주시고  밥 짓고 국 끓여 따뜻한 아침 먹여 학교 가도록 해 주셨다. 

그때에 비하면 이건 호강이다.

물티슈 두장으로 해결한 날도 있었는데 캠핑 일주일 만에 문명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우린 그동안 너무 편하게 많은 것을 소비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과 대기오염은 결국 우리 몫으로 돌아오겠지.


천둥 같은 폭포 소리를 들으며 잠도 잘 잤다.

랭겔 국립공원을 ㄷ 자로 감 싸돌아 


리버티 폴 캠프장에서 아침에 돌아 나오는 길에서 다시 한번 바라본 

랭겔 세인트 일라이아스 국립공원은 가까이 갈 수 없어 더욱 신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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