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알래스카여행
앵커리지에서 1번 하이웨이 남쪽으로 한 시간 반쯤 가다가 찾아들어간 Tenderfoot Camp ground는
써밋호숫(Summit Lake) 가에 있다.
호숫가에서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둘러본 호수는 참 고요하고 맑고 깨끗했다
호숫가로 난 오솔길을 걸으니 작은 야생화들이 피어있다.
자세히 보면 네 개의 꽃잎 끝에 빨간 물이 들어있는 게 수수하면서도 화려하다.
알래스카의 州花 물망초(Forget-me-not).
Cow Parsnip
이름 모르는 꽃들
나 아주 어렸을 때 나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엄마는 집안일이 많아 언제나 바빠 나를 돌볼 틈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엄격하셔서 살갑게 대해주지도 않았다.
그 대신 할머니에게서 큰 사랑을 받았다.
꽃을 좋아했던 할머니는 작은 마당에 옥잠화, 봉숭아, 장미, 분꽃 등을 심어서 꽃이 예쁘다는 걸 가르쳐 주었고
여름이면 봉숭아 꽃을 따서 백반과 으깨어 내 작은 손톱 위에 올려놓고 호박잎으로 싸서 실로 묶어 봉숭아 물도 들여주었다.
옛날 분인데도 신문과 소설 읽기를 좋아해서 손잡이가 달린 확대경을 대고 신문과 책을 늘 읽었는데
내가 글을 읽을 줄 알게 된 후로는 내가 읽어드리는 걸 좋아했다.
옛날이야기도 많이 해 주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이야기 몇 개 있다.
여름에는 아침에 커다란 양동이에 물을 받아 햇빛에 내놓았다가 오후 무렵 물이 따뜻해지면 그 물로 씻어 주었고 겨울에는 놋대야에 더운물을 담아 방 안에서 씻어주셨다.
이른 아침 이 조용한 호숫가를 걸으며 야생화들을 보고 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세수를 하며 나는 할머니의 대야가 생각났다.
할머니가 살아계신다면 내가 돌아다니며 본 것들을 얘기해 드리면 참 좋아하실 텐데..
문득 그 푸근한 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