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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22. 2023

높은 곳, 디날리 국립공원

두 번째 알래스카여행



2008년 처음 왔을 때는 페어뱅크스까지 비행기로 가서 기차를 타고 디날리역으로 갔다.

 다음 날 셔틀버스로 공원 안을 돌아보았다. 날씨가 좋으면 북 미대륙에서 가장 높은 맥킨리 산(20320ft, 6193m)이 보인다는데  비도 오고 구름도 많아 볼 수가 없었다.

8월 중순인데 첫눈이 왔다. 여름 한 철 이곳에 와서 일하고 사는 관광가이드나 운전사들은 본토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고 했다.


 6백만 에이커나 되지만 우리가 막상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자연보호를 위해 개인자동차는 별도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고 공원 안에 90마일 정도 만들어 놓은 길은 셔틀버스만 들어갈 수 있다. 그 90마일 중 15마일만 포장도로이고 나머지는 비 포장도로다.

 보호구역답게 야생동물들도 많이 있었지만 가까이 갈 수가 없어 버스 안에서만 보아야 했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라도 야생동물을 보면 소리쳐서 알려 주었다.

  "Dall Sheep이다"해서 보면 언덕 위에 하얀 점 하나 있었다.

산양의 일종인데 빨리 달리지 못하는 대신 가파른 언덕에 살며  자신을 보호한다.



버스 안의 사람들이 "붉은여우다(RED FOX!)"라고 소리쳐 자세히 보지도 않고 초점 맞출 시간도 없이 그냥 셔터를 눌렀는데 여우가 다람쥐를 물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는 걸 보니 집에 먹여야 할 식구가 있는 것 같았다.

다람쥐는 열량이 높아 겨울잠 들어가기 전 곰이나 여우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가을이면 그 수가 5분의 1로 줄어들 만큼 큰 짐승들한테 잡혀 먹힌다.

안 됐지만  자연의 순리이고 먹이 사슬의 원칙이다.

 저 멀리 순록들도 보이고 짧은 알래스카 여름의 초록도 한창이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Fairbanks에서 Seward까지 이어주는 Alaska Railroad의 기차가 Denali 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가 타야 할 타키트나 칸이다.


기차 안이 추웠다. 여객실장에게 난방을 왜 안 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갑자기 온도를 높이면 유리창에 성에가 끼어 경치를 보기가 어려우니 온도를 천천히 조금씩 올린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듣고 보니 정말 저 돔 유리가 뿌옇게 되면 닦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져간 옷을 모두 꺼내 입고 덮으니 성냥팔이 할머니 같다..

내차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곳을 볼 수가 없다. 첫 알래스카여행을 마치며 내차로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다.







 위티어에서 나와 3번 길 북쪽으로 달렸다. 디날리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라고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길을 인도해 준다. 앵커리지에서 3번 길로 두 시간쯤 가니 디날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 6194미터 맥킨리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4년 전 왔을 때는 날이 흐려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다.


데날리 South View Point에서 본 맥킨리 

1903년부터 사람들이 오르기 시작해 

1913년 Hudson Stack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고상돈 씨가 정상에 오른 후 하산하다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캠핑장 표시가 있어  들어갔다.

 주차장이 바로 캠핑장이다.  이런 캠핑장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8시가 다 되었지만 날이 어둡지 않아 북으로 좀 더 가보기로 했다. Denali North View 캠핑장이라고 되어있어  들어갔는데 거기도 그냥 아스팔트 주차장이었다. 운치는 없지만 데날리 국립공원까지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아쉬운 대로 거기서 일박했다.


 이 공원이 191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때는 그 당시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맥킨리 국립공원(Mount McKinley National Park)이었다.

1980년 의회에서 공원의 크기도 3배로 넓히고  이름도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아타바스칸(Athabascan ) 원주민들이 부르던 디날리 (Denali)로 바뀌었다. 디날리는 '높은 곳'이라는 뜻이다.

이번에는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트레일을 걸었다.

오솔길을 걸으며 수많은 꽃들도 만났다. 알래스카의 겨울에서도 해마다 살아남는 작고 강한 꽃들이다.

서서 걸으면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지만 쪼그리고 앉아서 보면 요렇게 예쁘다.

이 작은 꽃을 피우는데 몇 년이 걸린다고 한다. 


Bog Star

동전 만한 꽃 속에 있을 것은 다 있다.

"Mouse Ear Chickweed"



수도자의 옷에 달린 모자 같아 "Monks hood"

Pink Plumes

Chiming  Bell

Blue Bell


Prickly Saxifrage

Common Blue Bell (도라지꽃 같다)

알래스카의 혹한을 견디어낸 작은 생명들이다.



엄마 Moose와 아기 무스가 급하게 어딜 가고 있다.

이곳의 곰이나 무스 같은 큰 동물들은 가울에 짝짓기를 해 봄에 아기를 낳고 여름동안 보호해 준다.

운 나쁘면 곰한테 잡아 먹히니까. 


강 옆으로 난 길을 걸으니 정말 좋다.

이 산이 다 내 것 같다

국립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국립공원을 가도 그들은 대부분 자연을 사랑하고 친절하다 

그러지 않은 사람은 여기서 일하기 힘들 것이다.

밝은 표정으로 무너진 길을 고치고 힘든 일을 하는 그들이  존경스럽다.

트레일을 마치고 주차장 쪽으로 돌아오니 소박한 벤치가 있다.


잠시 앉아 쉬며 이런 작은 것 하나도 자연경관에 맞게 만들어 놓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알래스카는 지난 20년간 평균온도가 섭씨 4도가 올라가고 여름이 길어졌다.

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키 큰 전나무들이 많이 늘어나고 

키 작은 나무만 자라던 툰드라지역에서도 점점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카리부가 좋아하는 천천히 자라는 키 작은 풀들이 사라지고 

무스가 좋아하는 관목으로 변해가며 생태계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우리가 땅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우리가 무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안내소에서 보여준 기록영화의 마지막 말이다.

땅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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