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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Mar 03. 2023

나의 옛집

그리운 캘리포니아

 어제저녁 캘리포니아에 사는 친구한테서 카톡이 왔다. 얼른 나가서 하늘을 보라고 금성과 목성이 가까이서 빛나는 것이 장관이라고.. 아쉽게도 이곳 애틀랜타 우리 집에서는 구름이 끼어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실은 집 주변에 불빛이 많아 구름이 없는 날도 별을 보기는 힘들다. 캘리포니아에 폭설이 내렸다는데 그것도 보고 싶고 지난겨울 비가 많이 내려 이번 봄 야생화가 많이 피는 슈퍼 블름(Super Bloom)이 올 거라는 소식에 자꾸 마음이 그쪽으로 간다.


내가 살던 윈체스터 집 하늘에 가득했던 별이 그립고 봄이면 발 디딜 곳이 없을 만큼 피어나던 야생화가 그립다.

오래전 일기를 찾아보니 2012년 3월 15일 해진 직후에  쓴 글이 있다.



해진 후 서쪽하늘에 유난히 밝게 빛나던 별은 금성이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 조금 덜 빛나던 별은 목성.


아주 오래전 내가 학교 다닐 때 

태양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별 순서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

가장 밝은 순서는  금목화수토천해명..

가장 큰 순서는   목토해천지금화명수.. 

구구단을 외우듯 무조건 외웠었다 

금성은 가장 밝고 

태양에서 두 번째로 가깝고

지구와 가장 비슷하고 가까운 별,

우리말로 샛별,

영어로는 Venus, 사랑과 미의 여신이다. 

지구가 해를 한 바퀴 도는데 365일 

금성은 해를 한 바퀴 도는데 224.7일 걸린다.

그래서 서로 다른 속도로  괘도를 돌다가 지구와 금성이 가장 가깝게 만나게 되면  

지난 3월 15일처럼 대단히 밝게 보인다. 

그토록 밝고 아름답게 보이는 금성은 실제로 그렇게 아름다운 곳일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보니 정 반대이다.

농축된 황산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구름층에 쌓여있어 냄새가 지독할 것이고

압력은 지구의 92배,

대기의 96퍼센트가 이산화탄소이다.

온실 효과로 인해 표면 온도는 섭씨 460도 

사람이던 소던 바로 익어 버릴 것이다.

그곳은 죄지은 사람들을 보낸다는  지옥과 오히려 비슷하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참 다행이다

금성과 비교하면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국이다. 


 지난 두 주일 동안 마당을 가꾸는 일을 하였다.

비가 온 뒤라 땅이 촉촉하여 땅을 파고 꽃나무를 옮겨 심고 하다 보니  

손가락에 물집이 두 번이나 생겼다 터지고 자고 나면 팔과 허리 어깨.. 안 아픈 곳이 없지만 

마음은 맑아지고 기분은 좋았다.

일을 하다가 하늘을 보면 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이 두둥실 떠 다니는 것을 보며 일을 하면 잡념도 사라졌다.  

사람들이 편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석연료로 인해 우리의 이 아름다운 지구의 대기가 오염되고 

온실효과로 온도가 상승한다는데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금성처럼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차츰차츰 올라간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어떻게 될까? 


 해가 진 후 마굿간 위 풍향계 뒤로 해가지면 아기 눈썹 같은 초승달과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우리의  편안함과 안락함의 추구로  앞으로 어떤 재앙이 우리에게 다가올지 조금은 두려워진다.


3월이면  우리 집 근처에는 캘리포니아 양귀비 꽃(California Poppy)이 불꽃처럼 피어났었다. 

꽃길을 따라 올라가다 뒤돌아서  바라다본 우리 집.

 실제로는 작고 볼품없고 시골 농부가 대충 지은 것 같은 판잣집인데 멀리서 보니 

꽤 멋있어 보인다.  지나간 것들은 다 좋아 보이는 것 같다.





  피어있는 시간이 매우 짧은 이 꽃들을 보러  가끔 코요테도 나오고 뱀도 나오는데 신발끈 단단히 매고 등산스틱 꼭 잡고 걸어 올라가 보고 또 보고 했었다.    




화려했던 짧은 시간이 지나고 꽃이 지면  깨알 같은 씨가 맺힌다. 

잘 영글은 씨를 받아와 우리 마당에 뿌렸었는데 올봄 혹시 불꽃처럼 피어나지 않으려나? 

가 보고 싶다. 

지금 우리 집은 한인타운도 가깝고 모든 것이 편리하지만 주변에 불빛이 많아 달과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살 때는 불편한 것들이 많아 뜨고 싶었는데 떠나오니 해질 때의 황홀했던 풍경과 밤하늘의 별들, 내가 심은 꽃들 날마다 찾아오던 허밍버드, 모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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