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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Apr 09. 2023

백 년 전 미국 서부, OK 목장


 애리조나 주가 미국에서 48번째 주로 승격된 것이 110년 전이다.


1848년 미국과 멕시코가 전쟁을 하기 전에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유타주는 멕시코 영토였다. 


오케이 목장의 결투가 벌어진 툼스톤은 멕시코 전쟁 35년 후,

남북전쟁 20년 후의 이야기이다.   

서부활극 영화 "오케이 목장의 결투"는 나 아주 어렸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다. 


커크 더글라스와 버트 랭캐스터가 주연했던 이 영화는 주인공이 소도둑질을 하는 사람들을 흠씬 혼내주는 

서부영화의 대표작이다. 영화에서는 와이엇 어프가 정의의 사나이로 묘사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렸었다. 

그 유명한 결투가 벌어졌던 곳은 애리조나주의  투산에서 10번 동쪽으로 가다 벤슨에서 80번 남쪽으로 가면 

멕시코 국경 조금 못미치 있다.


마을 어귀에 부트 힐 공동묘지가 있는데 한때 툼스톤의 전성기에  살았던 

아낙네들, 도박꾼, 광부, 비지네스 맨, 대장꾼, 카우보이, 그리고 "부츠를 신은 채로 죽은 사람들"이 묻혀있다.

프랭크, 1881 10월 살해당함, 루크 중국인에게 살해당함...


그리고 그 유명한 오케이 목장의 결투 현장.

1882년 지어진 법원은 지금 박물관이 되어 옛 모습을 전시해 보여준다.



오케 목장의 결투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치과의사 "닥 할러데이"는 환자의 이빨보다 허리춤의 총을 더 많이 뽑았다고 한다.




박물관 안에는 1881년 10월 26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본인들과 증인들, 증거물들을  가지고 수 십 년 동안 연구해 그림으로 보여 주고 있다. 

와이 엣 어프는 "그냥 길거리 싸움이었다"라고 말했다는데 

 

여러 사람이 오래오래 연구한 결과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고,


1867년에서 1887년 사이,  건국 100년밖에 안된  미국에서 

카우보이는 소를 모는 위험한 일을 하며 인디언들도 쳐 부수는 서부개척의 영웅으로  만들어졌다. 

카우보이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않았지만 아직도 미국 사람들 중에는 그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존 웨인, 레이건 대통령 등 카우보이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최근까지도 인기가 많았다. 

카우보이(Cow Boy)라는 말의 뜻이 정의롭게 열심히 일하는 용감한 서부시대의 영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애리조나 지역에서 카우보이라는 뜻은 

"강도, 소 도둑, 범법자..."였다고 한다.

지금도 애리조나 카우보이를 검색하면 "강도, 소 도둑.."으로 나온다. 

1950년대 우리나라에서 명국환이라는 가수가 

"카우보이 애리조나 카우보이..

황야를 달려가는 애리조나 카우보이.."

라는 노래를 낭랑한 목소리로 불러 상당히 유행했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남자들이 와서 돈을 벌면  술집, 은행, 도박장, 교회, 사창가가 차례로 생겨난다.

"OK목장의 결투"의 주인공 와이엇 어프도 동생이 사창가를 개업하면서 불러들여 이곳에 온 것이다. 



개척지에서 은을 캐거나 돈을 번 사람들은 

어떻게 그것들을 고향으로 가지고 가느냐가 가장 큰 문제였다.

황량한 사막에는 방울뱀보다 더 무서운 강도들과 화가 잔뜩 난 인디언 원주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필요하면 생긴다고 했다.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된 후 포니 익스프레스의 시스템을 사들인  웰스 파고( WELLS FARGO)였다.

능력 있는 총잡이들을 고용해 재산도 운반해 주고 은행 역할도 하고 우편물 배달을 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한 웰스 파고는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으로 발전했다.

아래 상자에 WELLS FARGO라는 글자가 보인다.

마차로 목숨 걸고 나르던 돈을 지금은 인터넷으로 손가락 하나로 클릭하면 빛의 속도로 세계 어느 곳이든지 배달된다.  

은광의 폐쇄로 20년도 못가 툼스톤은 유령도시가 되었다가 지금은 관광지로 다시 태어났다.



안내소에 앉아 관광객을 맞아주는 이 소녀 같은 할머니의 이름은 'America"였다.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서부개척시대의 복장을 하고 일을 하다가 

정해 진 시간이 되면 오케 목장의 결투를 재연해 준다


사진을 찍으면 친절하게 응해준다.




골목 뒤에는 이렇게 다 삭아버린 집도 있었다.


백 년이 넘는 동안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제대로 숨도 못 쉴 만큼 차별받던 흑인들도 법적으로 인권을 회복해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고 

뜨거운 사막에서 기찻길을 만들고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을 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던 중국인들은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가면 아시아인들이 백인 학생 수를 육박하고 

교육재단에서 서양 아이들을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백 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앞으로 백 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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