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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21. 2024

쿠스코에서 만난 사람들

난방이 없이 담요 두장으로 견디기에 카사 데 마마는 몹시 추웠다.

전날 밤도 못 잤는데 꼬박 밤을 새웠다.

고산증이 아주 심하지는 않았으나 가끔씩 숨이 안 쉬어질 때가 있고 걸을 때 아주 천천히 걸어야 했다.  


스물두 살의 스테파니는 저 계단을 뛰어 올라가 힘들게 걸어 올라가는 나를 보며 웃는다. 

오후에 시티투어가 예약되어 있어 오전에는 걸어서 쿠스코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쿠스코는 잉카의 배꼽이다.

그들은 하늘에 콘도르, 땅에는  푸마, 땅 밑의 뱀을 섬겼다.  


농사를 지었던 그들에게는 태양과 물이 가장 중요했다.  

에쿠아도르에서 온 스테파니는 태양을 받쳐 들고 

공원에 놀러 온 이 동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쿠스코 골목에 갑자기 풍악소리가 나며 예수상을 어깨에 멘 사람들이 나타났다.    장례행렬 같았다 

하늘나라 가는 길을 북 치고 나팔 불며 전송했다.


스페인이 쳐들어와서 천주교를 전파해 99%의 국민이 신자인데 그들이 믿는 방법은 좀 다르다.

성모 마리아를 그들의 땅의 여신 파차마마처럼 섬긴다.

사람들이 그 행렬을 따랐다. 

 남미에서는 어딜 가도 여자들이 짐을 들고 다닌다. 


쿠스코 시내의 골목을 다니면 전통복장을 입고 라마를 끌고 다니는 여인들을 만난다.

좁은 골목에 관광객들과 얼굴이 검은 성모 마리아,

스페인과 잉카가 뒤 섞인 모습이다.  

이 담은 잉카 사람들이 쌓은 것이 아니다.  

이것이 잉카인들이 쌓은 담이다.  

그들은 타르와  금속 도구를 쓰지 않고 돌망치로 다듬어 이렇게 정교한 담을 쌓았다.

스페인 군대에 허무하게 잉카 제국은 무너졌다.

 그리고 식민지 시대에 저 돌담 위에 있던 잉카 유적을 허물고 지은 스페인의 건축물은 무너졌다. 


그러나 대 지진에도 잉카의 돌담은 무너지지 않았다.

 돌담을 만져본다. 참 부드럽다. 


잉카의 후예들이 만들어 파는 기념품들.  



길을 걸으며 올려다본 쿠스코의 하늘은 참 좁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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