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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Apr 05. 2024

용궁을 지나다

이 그룹에서 아마도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 것 같다. 고백하자면 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내가 어렸을 때 한국에서 수영을 배울 형편이 아니었다. 나이 들어 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배울 용기나 기회가 없었다.

수영을 못하는데 스노클링을 어떻게 하느냐고 믿지 못할 수도 있다. 수영은 못해도 호기심은 많아 20년 전 처음 칸쿤에 갔을 때 호텔 수영장에서 물갈퀴 신고 물안경 끼고 구명조끼 입고 열심히 연습해 스노클링을 해 본 후 기회만 있으면 구명조끼에 목숨을 의지해 시도해 왔다. 캔쿤, 하와이,바하마, 이집트의 홍해에서 해 보았다.


구명조끼 단단히 조이고 

20불 주고 산 일회용 플라스틱 코닥카메라 손목에 걸고  

눈 질끈 감고 입수. 

파도는 생각보다 셌다.

얕은 물에서 하는 것 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압력을 느꼈다. 물도 차가웠다.

고개를 물속에 넣으니 

와~~~ 여기가 용궁이구나.

바다 거북이가 내 옆을 지나고 ,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사이로 내가 간다. 신비로운 색과 형태의 산호들...

정신없이 코닥 모먼트를 찍었다.



그때까지 아루바에서 온 이 아이가 들고 있는 것이 무언지 몰랐다.

저것 하나 사갔더라면 물속의 그 신기한 것들 다 담아 왔을 텐데..    아쉬웠다.

40분쯤 물속에 있다가 배로 올라가 간식 먹으며 휴식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체온이 떨어진 게 빨리 회복이 안돼 몹시 떨리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해 두 번째 입수는 포기했다.

타월을 여러 개 덮고 배에 누워 있으니 곧 회복되었다.


이런 데는 좀 더 젊었을 때 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많이 보았다.  

스쿠버다이빙하는 사람들 

캐나다에서 온 여자와 아루바에서 온 학생들은 여러 곳을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기막히게 좋은 바닷속은 처음 본다며 좋아했다.  


신비한 바위와 그 바위에 붙어사는 산호초, 산호초 사이를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

 숨겨진 보석 같은  아름다운 곳이다.    

두 시간 동안 머물렀던 사자바위를 떠난다.  

아루바 대학생 4명과 선생 한 명은 모두 적어도 4개 국어를 유창하게 했다. 네덜란드어, 영어, 스페인어, 자기네 몬토어. 그중에는 캐나다에서 온 부부와 불어로 대화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루바는 베네수엘라 북쪽에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원주민들이 살다가 스페인의 식민지로 100년 넘게 지냈고 

그 후 네덜란드 식민지로 150년. 

독립을 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준비가 안돼 그냥 네델란드령으로 남아있다.

남미에서 가장 작지만 복잡한 역사 때문에  다양한 인종이 같이 살고 있다. 국민소득 높고 교육 수준 높다고 한다. 아이들은 밝고 친절했다.


  캐나다에서 온 부부는 변호사로 자기가 한국의 LG의 일을  의뢰받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두 시간을 채우고 배가 섬에서 멀어지자 대장이 점심을 나누어주었다.        

처음에는 이걸 나누어 주었다 

이걸 목이 메어  어떻게 먹지... 하는데    

그 위에 이런 걸 더 얹어 준다.

구운 바나나, 팝콘, 토마토, 양파절임. 이상한 조합이지만 

새콤하게 절인 양파가 있어 고맙게 잘 먹었다.


체력이 안되어 절반밖에 하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충분했다. 내가 이 나이에 이만큼 한 것도 대견하다.


갈라파고스 여행이 끝나간다. 좀 고생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여기 올 수 있었던 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


일회용 코닥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집에 와서  현상을 맡겼다 찾아보니 하나도 안 나왔다. 

일회용 카메라에 걸었던 나의 기대와 카메라 값 20불, 현상 값 5불도 그냥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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