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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un 14. 2024

집을 팔았다.

    

                                        

살던 집을 팔았다.

그리고  집을 사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내가 태어난 집은 꽤 컸을 같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노 할머니 하고 부르던 할아버지의 의붓어머니  시집 안 간 고모, 엄마 아버지, 언니, 오빠들 모두 13명이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노 할머니 돌아가시고 고모 시집가서 좀 줄어든 우리 식구는 내가 기억하는 아주 큰집으로 이사를 갔다. 큰 공장이 있고 안채에는 꽤 넓은 마당이 있었다. 나무도 많고 닭도 기르고 내가 7살까지 온 가족이 함께 살았다.

어느 날 우리 가족은 그 큰 집에서 나와 리어카에 최소한의 살림살이를 싣고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온 가족이 함께 살 수없어 뿔뿔이 헤어졌다,

그리고 더 작은 집, 더 작은 집 그러다 12살 때 네 식구가 겨우 들어 누울 수 있는 단칸방까지 갔다.

미국에 오기 전 30년 동안 21번을 이사했다.



 미국에 와서 43년 동안 6번 이사했다. 


마지막 5년 살던 집은 컸다. 어려서 작은집에 살 때 아마도 큰집을 동경했던지 나이 든 두 사람이 살기에 과분하게  큰집을 샀던 것 같다. 

캘리포니아 우리집

 집을 팔고 나니 어깨 위에서 무엇을 내려놓은 듯 후련했다. 집은 짐이었다. 큰집은 더큰 짐이었다.

집을 보러 다녔으나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떠나자.

집에 있던 가구들과 살림살이를 미련 없이 팔고, 버리고, 기부하고,  반으로 줄였다. 나머지는 대여창고에 보관하고 길을 떠났다.

차밭

 한국으로 왔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제주 3주 하고,  일본종주기차여행, 싱가포르 다녀와  다시 제주에 와서 한달살이 하고 있다.  

강진다산초당

집이 없는 떠돌이 생활 석 달 동안 친지의 집, 호텔, 에어비앤비, 비행기.. 43곳에서 잤다. 내 집은 없어도 내가 잘 곳은 온 세상에 널려있다.

40년 넘게 타국에서 살다 돌아온 내 나라다. 

돌아갈 집도 없으니 아름답고 편한 내 나라를 마음껏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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