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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Oct 12. 2020

마음을 두고 왔을까?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2004년, 8월 단체관광으로 옐로우스톤을 보러 왔었다. 

옐로우 스톤을 보고 여길 지날 때 여행사의 무리한 일정으로 피곤했던 나는 차 안에서 끄덕끄덕 졸고 있었다. 

어느 순간 눈을 뜨고 창 밖을 보고 바깥경치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잭슨의 초기 이주자인  버지니아라는 여인이 이 지역 여행잡지에 기고한 글을 보니 그녀가 1938년 여행 중 여길 지나다 그랜드 티턴과 잭슨홀 계곡에 반했다. 6년 후 그녀는 남편과 여기 와서 살기로 결심하고 소 농장에서 일하며 스키와 등산을 즐겼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솔트레이크에서 처음 운전면허를 받은 날 차 사고를 낸 것을 비롯 6개월 동안  5번 사고를 냈다고 한다. 잭슨에 와서는 그럴 일이 없었다. 말 타고 등산하고 살다 보니 하루하루가 휴가 온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말했다.

처음 왔을 1938년이나 이주해 온 1943년이나 지금이나 주변 경관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고.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경치라는 것이 국립공원의 가장 좋은 점이다.


그랜드 티턴(가운데)은 해발 13770피트 (4197미터)인데 3시간 7분에 올라간 사람이 있다.

이곳의 평지인 루파인 메도우가 2000미터 정도 되니까 가능했다.

모란산(mount Moran)

토마스 모란 씨는 여기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탐험대를 따라온 화가다.

그의 스케치로 인해 이곳의 아름다움이 동부에 알려졌다.



스네이크 강(Snake River)에서 본 티턴산맥

 

11월 초에 갔을 때는 인적도 드물고 쓸쓸했다.






그 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올 때마다 이 길을 지났다.

2019년 4월에는 옐로우스톤에서 이 길로 바로 올 수가 없었다.

길이 눈으로 막혀 있었다.

옐로우스톤 서쪽으로 나와 남쪽으로 빙 돌아 여기까지 왔다.

길이 막힌 덕분에 공원 안은 아무도 없었다.

경치와 함께 나도 얼어붙을 뻔했다.


무릎까지 빠지며 조금 더 들어가 보았다.


옐로우스톤에서 아이다호까지 가는 스네이크 강이 얼어붙었다.




완벽한 정적이 이런 것이다.


옐로우스톤 가는 길.




아직 눈을 다 치우지 못해 막아 놓았다.

막히면 돌아 나오고 

또 막혀있으면 돌아 나오고.

갈 수 있는 곳은 다 돌았다.


닥터 지바고가 눈썹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채 "토냐"를 부르며 걸어가던 그곳 같다.




1800년대 유럽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여러 부족의 인디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눈 벌판에 붉은여우가 있다.


오래된 교회를 지키는 것 같다.






1800년부터 모피상, 농부, 축산업자들이 몰려왔다.

록펠러 가문이 이 곳의 아름다움이 망가지는 것을 막으려고 비밀리에 이 근처 땅을 사 들였다.


록펠러 가문에서 땅을 사는 것이 알려지면 땅값이 오를까 봐 아주 비밀스럽게 이 근처 땅을 다 사들인 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를 원하며 기부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정치인들도 망설였다.


우여곡절 끝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내 발자국...

더 멀리 걸어 들어 가 보고 싶었지만 

돌아 섰다.




말이 필요 없다.

그냥 머물다 조용히 나왔다.


2019년 4월 21일

옐로우스톤이 4월 20일 문을 열고 아직도 남은 눈을 치우고 있을 때였다.


마음을 두고 왔을까?

마음에 담고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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