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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미마라 박물관의 때 닦는 청년

by 질경이


자그레브 시내 구경의 마지막은 미마라 국립박물관이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기 시작했다.

박물관에 도착해 직원에게 이 안에 먹을 만한 곳이 없느냐고 물으니 카페는 있는데 식사는 안되고 마실 것만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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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근처에 먹을만한 식당이 있느냐고 물으니 젊은 친구는 모른다 하고 나이가 약간 들은 노인들이 길 건너에 샌드위치 가게가 새로 생겼는데 맛있게 잘 만든단다. 알려준 대로 가서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박물관으로 돌아와 구내 카페에서 배 고픔을 해결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다.

박물관은 한가해 전 직원의 눈이 우리만 따라다녔다.

배낭을 무인 보관소에 맡기라 하여 가보니 문도 잠금장치도 없는 선반이다.

우리는 이 가방 잃어버리면 집에도 못 간다고 하니 기념품 가게 직원이 자신의 방에 보관해 주겠다고 해 그분에게 맡기고 아무도 없는 박물관 3충부터 구경 시작했다.


이 건물은 19세기에 지어져 고등학교로 쓰이던 것을 미마라(Mimara)라는 사람이 평생 모은 소장품 3750점을 기증해 박물관으로 개조해 1987년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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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퀘즈, 고야, 마네, 세잔느, 드가, 렘브란트... 등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들이 있는데 너무 많지 않아 오히려 보기에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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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을 비롯한 조각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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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작품, 불상까지 다양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작품은 전 세계에 다섯 개 밖에 남아있지 않는다는 바로 이 작품이다.

"아폭시오메노스(Apoxyomenos)" 번역하자면

"때 닦는 운동선수"

IMG_1619.jpg "때 닦는 운동선수"Apoxyomenos


기원전 3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전속 조각가였던 리시포스(Lysippos)는 전설적이라 할 만큼 훌륭한 당대의 최고의 조각 가였다. 당시의 조각가들이 사람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만들 때 리시포스는 남자를 8등신으로 만들기 위해 키를 192Cm로 하고 얼굴을 실제보다 좀 작게 만들어 이상적인 아름다운 인물을 만들었다.

현재 그의 작품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로마시대 BC1~3세기 사이에 그의 작품을 흉내 낸 작품이 몇 개 있는데

현재 전신이 다 있는 건 전 세계에 다섯(이태리 1, 바티칸 1, 오스트리아 1, 크로아티아 1, 보스턴 1)뿐이고 두상만 있는 것이 셋이다.





로마시대에는 공중목욕장을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장식했다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의 대표적인 조각품 "라오쿤과 그의 아들"도 네로의 궁터 로마의 거대한 목욕장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로마시대 아그리파 공중목욕장에 리시포스의 때 미는 운동선수 상이 있었는데

테베리우스 황제가 욕심이 나서 왕궁의 자기 방으로 옮겨다 놓았다가 로마 시민들의 항의가 어찌나 심했던지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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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에서 발굴된 것은 바티칸 박물관에 있다.

이 작품과 가장 흡사한 터어키의 에베소에서 발견된 것은 234조각으로 부서져있는 것을 복원시켜 비엔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조각상의 손에 쥐어져 있던 로마시대의 때 미는 기구는 이태리타월이 아니고 바로 이것, 스트리자일(Strigiles)이다. 이것으로 몸을 문질러 흙먼지나 땀을 닦아냈다니 좀 아팠겠다


이 조각상은 1999년 크로아티아 북쪽 아드리아의 바닷속 40미터에서 네델란드인에 의해 발견되었다.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있었고 많은 조각으로 손상되어 있어 여러 나라에서 복구시켜 주겠다고 했으나 크로아티아 정부에서 다른 나라 박물관에 빼앗길까 봐 거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왜 물속에 있었을까?

이집트에 갔을 때 우리 가이드 에즈딘이 말했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가 어디에 가장 많이 있는 줄 아세요?"

"이탈리아요." 했더니

"아닙니다, 지중해 바닷속입니다"했다.


이 작품도 너무 잘 생겨 고난을 당한 것 중의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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