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경이 Nov 01. 2020

미국인 듯 미국 아닌..

미국령 사모아 국립공원

미국의 국립공원 62개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립공원이 여기다


죽기 전에 미국의 국립공원을 다 보겠다고 마음먹고 알래스카의 국립공원을 모두 보고 난 후 미국령 사모아섬에 있는 이 국립공원을  어떻게 오나 많이 생각했다. 호놀룰루에서 사모아까지 2300마일, 비행기로 다섯 시간 반이 걸리고  배로는 닷새 걸리는 곳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오려면 로스앤젤레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로 가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여길 오는데  갈아타는 시간까지 합해  열네 시간이 걸린다. 비행기는 일주일에 단 두 번만 있다.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것도 한 번쯤은 해 볼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검색하고 고민한 결과 내린 결정이 크루즈였다.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출발해 하와이를 거쳐 호주의 시드니항까지 가는 태평양 횡단 크루즈 배를 탔다. 

이른 아침 창 밖을 내다보니 육지가 보인다. 여기는 미국령 사모아, 하와이를 떠난 지 엿새 만에 보는 육지라서 반갑고 내가 만날 58번째 국립공원이 있어서 더욱 설렌다.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하고 크루즈 회사에서 주관하는 일일 여행을 하는 사람은 왼쪽에서 버스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고 자기가 알아서 자유여행을 할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나갔다.

크루즈에서 주관하는 여행은 값이 30%에서 두 배정도 비싸다. 그 대신 만에 하나 배가 떠날 시간까지 여행자가 돌아오지 않으면 배가 기다려 준다고 한다. 개인이 밖에 나가서 돌아다닌 경우에 시간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배는 그냥 떠나 버린다는 이야기다.

밖에 나가니 여러 회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미스 사모아까지 나와서 여행객들을 맞아준다.



화려한 장식을 한 버스도 줄지어 기다린다. 이곳의 버스들은 대부분 가족 운영이라서 노선 별로 모양도 다르다.

이 동네는 버스는 많은데 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서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2불이면 탈 수 있지만 시간 안에 돌아오지 못할까 봐 35불을 내고 국립공원에서 마련해 주는 버스를 타야 했다.

사람들은 밝고 친절했다.



아메리칸 사모아 국립공원에서 치마 입은 레인저가 직접 나와 안내를 해 준다. 

사모아에서는 남자들도 치마를 입는다. 

9시 30분 출발하는 걸로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사이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사모아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쏟아진다. 텐트 밑에 가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비는 곧 그쳤다

버스 출발까지 40분 정도 시간이 있어 팡고 팡고 (PAGOPAGO라고 쓰고 팡고팡고라고 읽는다) 시내 쪽으로 나가 걸었다.


노천시장에는 옷감 파는 사람, 염색하는 사람,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그 사이에도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한다. 비가 그치면 날씨는 후덥지근하다.


9시 반 국립공원 가는 사람 26명이 모여 버스에 올랐다.

낡은 트럭을 개조한 버스의 나무의자는 평균 크기의 미국 사람들이 앉기에 힘들 정도로 좁았다

유리창도 대충 만들어 비가 오면 절반의 비는 안으로 들이쳤다. 덜컹거리면 머리가 천정에 부딪친다. 그런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서로 농담해 가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안내자가 자기네는 미국령이지만 미국 시민이 아니고 미국 대통령 선거권도 없다고 하자 버스 안의 사람들이 "당신 운이 좋은 거요"했다. 그만큼 미국인들이 이번 선거(2016년)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았다.

18세기 유럽의 영국, 독일, 프랑스가 남태평양에 와서 서로 남의 땅을 차지하려 싸웠다. 마지막으로 독일과 미국이 싸워 1900년 미국령이 되었다. 영어로 말하고 미국 여권으로 들어올 수 있고 미국의 국립공원이 있는 이곳, 미국령 사모아는 자신들 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다.


집 마당 안에 있는  묘지들.

사모아 사람들은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돈독해 부모나 가족이 돌아가시면 멀리 산에 가서 묻지 않고 집 앞마당에 묻는 경우가 많다.



맥도널드도 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인터넷을 쓰기 위해 맥도널드로 몰려 들어갔다.


비지터센터에 갔다. 

이 섬에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3000년 전부터다.

사모아 사람들은 대체로 체격이 크고 힘이 세고 용감하다고 한다. 

내가 만난 몇 안 되는 사람들은 친절하고 밝았다.



우리를 안내한 국립공원 레인저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도 미국의 원주민들이 키바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런 공공장소에서 모여 회의도 하고 아이들도 가르쳤다고 한다.

지금은 가족 간의 대화가 스마트 폰과 아이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여기도 어쩔 수 없구나...


여기는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제일 큰 투투일라 섬이다.

팡고팡고항에서 버스가 힘들게 올라와 잠시 멈춘 곳이다.

숲은 잘 우거져 있고 바닷물은 푸르다.



이 숲에는 몸에 좋다는 노니, 바나나, 코코넛이 널려있어 아무나 따서 먹을 수도 있다. 


 1988년, 이 숲의 나무들과 꽃을 보호하기 위해 2500 에이커의 땅과 , 바닷속의 산호초, 그리고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1200 에이커의 바다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지만 땅을 구입할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사모아 부족의 추장이 50년 간 땅을 빌려 주는 것으로 사모아 사람들과 미국의 국립공원 당국이 함께 일 하기로 했다.


사모아 청년들이 코코넛 열매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어떻게 이 안에 있는 주스를 마셔야 하는지 알려 주는 대로 따라 하니 정말 쉽게 된다. 요령을 모르면 거의 불가능이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주스가 들어있다. 


이 사람은 코코넛 열매를 손으로 쓱쓱 긁어 오늘 자기의 점심 이라며 먹었다


코코넛을 갈아 코코넛 밀크를 짜서 파란 바나나를 넣고 끓인다. 여기 사람들의 주식이다. 이 섬에 코코넛 나무가 없었다면 지금의 사모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 온 사람들에게 먹어 보라고 권한다. 먹어 보니 찐 감자 맛이다.



바닷가로 나갔다.



죽은 산호들이 널려있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해 산호초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2050년 경에는 이 근처의 산호초가 전멸할 것이라는 무서운 예측이다.

사람들이 건드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바닷가이지만 

아주 먼 곳에서 일어 나는 일들의 결과가 여기까지 미친다는 것이 무섭다.



아메리칸 사모아 국립공원을 보고 돌아 나오는 길,

저 아래 항구에서 배가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내가 타고 온 저 배도 이 아름다운 자연을 힘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Goodbye, Samoa.

작가의 이전글 배 타고 지나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