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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이럴까?

라센 볼케닉(Lassen Volcanic ) 국립공원

by 질경이



백 년 전쯤 불과 연기를 토해 냈던 라센 화산이 그 후로도 몇 년간 불을 품어 내다가 이제는 진정한 듯 조용히 서있다.

화산이 터진 직후 시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화산 폭발 후 생태계가 회복하는 것을 연구해 보자는 의미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공원의 한가운데 서밋 레이크에 캠프 사이트를 찾아 자리를 잡아 놓고 해가 지기 전에 공원을 둘러보았다

서밋 레이크에는 North와 South 두 개의 캠프장이 있는데 "First come, first serve"라서 너무 늦으면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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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왔다는 이 부부는 캠핑장 이웃인데

3일 동안 있으며 이 공원의 주된 트레일을 다 해보겠다고 한다.

미국의 국립공원을 가면 외국인이 더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속에 뜨거운 불덩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평화스러워 보이는 이 산이 조금은 무섭다.

여러 가지 화산의 종류 중 세계에서 가장 큰 Plug Dome(종상 화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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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화산이 터지는 건 신이 하시는 일이라 믿었을 것이다. 지금은 과학자들이 계속 관찰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하니 좀 겁은 나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기로 했다.




100년 만에 잘 회복해 산등성이에 나무가 자라고 꽃들이 덮여있다.



라센 피크 바로 아래 헬렌 호숫가에 핀 루파인.


아침 일찍 캠핑장을 나와 공원을 산책했다.

공원 북쪽에 있는 만자니타 호수(Manzanita Lake)도 평화롭다.

물속에 넘어져 죽은 나무에서 새 나무가 나와 자라고 있다.



저절로 자란 것들인데 누군가 좋은 솜씨로 다듬어 준 분재 같다.




지옥과 같았을 화산이 이제는 천국과 같다.






킹스 크릭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사슴은 새끼를 데리고 나와 물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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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야생화들도 있다

화산재 위에서 이렇게 회복하다니..

자연은 대단하다.


라센 화산 국립공원에 아직도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헬렌 호수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5마일(2.4Km) 정도 산 길을 걸어가면

범파스의 지옥(Bumpass Hell)이 나타난다.



1864년 Bumpass라는 사람이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왔다가 발을 잘 못 디뎌 화상을 입고 결국 다리를 잃게 되어 이 지역을 Bumpass의 지옥이라 부른다.

끓는 머드(Mudd)의 온도가 화씨 322도, 섭씨 161도라니 빠지면 진짜 지옥을 맛보겠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지옥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땅속 깊은 곳 마그마에서 지층 사이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다

물이 있으면 물을 끓여 Boiling Spring을 만들고

물이 적고 진흙이 많으면 진흙탕을 끓여 Mud Pot을 만든다.

마른 상태이면 가스를 뿜어내어 Fumaroles 이 된다.

범파스의 지옥에는 세 가지가 다 있다.


땅속의 유황 때문에 돌이 노랗다.

그런데 이 곳은 아직도 계속 변하고 있다.

4년 전 왔을 때 머드 팟이 있던 곳인데. 다음에 가보니 그 자리에 머드 팟이 없어졌다

그리고 보일러 룸에서 김은 더 많이 나온다.

무섭게 생긴 머드 웅덩이.

정말 지옥스럽다.


천국과 지옥은 이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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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스(B F Loomis)라는 사진작가는 집채만 한 바위와 화산재가 날아오는 지옥 같은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화산이 터지는 광경을 찍었다.

근처에 살던 엘머 소라한(Elmer Sorahan)이라는 사람이 개가 짖는 소리에 자다가 깨어나 급하게 사람들에게 알려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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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는 아마도 100 년 전에 그 광경을 다 보았을 것이다.

너무 놀래 이렇게 휘었다가 돌아가셨나 보다.

언제 다시 터져 나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세상 어느 곳 보다 평화롭다.

거대한 지구 속의 에너지에 의해 산이 날아가고 용암이 흘러 작은 산이 생기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이런 설명을 해 주기 전에 이런 무서운 일을 겪은 사람들은 신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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