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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Nov 16. 2020

지옥이 이럴까?

라센 볼케닉(Lassen Volcanic ) 국립공원


 

백 년 전쯤  불과 연기를 토해 냈던 라센 화산이 그 후로도 몇 년간 불을 품어 내다가 이제는  진정한 듯 조용히 서있다.

화산이 터진 직후  시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화산 폭발 후 생태계가 회복하는 것을  연구해 보자는 의미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공원의 한가운데 서밋 레이크에 캠프 사이트를 찾아 자리를 잡아 놓고 해가 지기 전에 공원을 둘러보았다

서밋 레이크에는 North와 South 두 개의 캠프장이 있는데  "First come, first serve"라서 너무 늦으면 자리가 없다.


영국에서 왔다는 이 부부는 캠핑장 이웃인데 

3일 동안 있으며 이 공원의 주된 트레일을 다 해보겠다고 한다.

미국의 국립공원을 가면 외국인이 더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속에 뜨거운 불덩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평화스러워 보이는 이 산이 조금은 무섭다.

여러 가지 화산의 종류 중 세계에서 가장 큰 Plug Dome(종상 화산)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화산이 터지는 건 신이 하시는 일이라 믿었을 것이다. 지금은 과학자들이 계속 관찰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하니 좀 겁은 나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기로 했다.




100년 만에 잘 회복해 산등성이에 나무가 자라고 꽃들이 덮여있다.



라센 피크 바로 아래 헬렌 호숫가에 핀 루파인.


아침 일찍 캠핑장을 나와 공원을 산책했다. 

공원 북쪽에 있는 만자니타 호수(Manzanita Lake)도 평화롭다.

물속에 넘어져 죽은 나무에서 새 나무가 나와 자라고 있다.



저절로 자란 것들인데 누군가 좋은 솜씨로 다듬어 준 분재 같다.




지옥과 같았을 화산이 이제는 천국과 같다.






킹스 크릭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사슴은 새끼를 데리고 나와 물을 마신다.




 예쁜 야생화들도 있다

화산재 위에서 이렇게 회복하다니..

자연은 대단하다.


라센 화산 국립공원에 아직도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헬렌 호수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5마일(2.4Km) 정도 산 길을 걸어가면 

범파스의 지옥(Bumpass Hell)이 나타난다.



1864년 Bumpass라는 사람이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왔다가 발을 잘 못 디뎌 화상을 입고 결국 다리를 잃게 되어 이 지역을 Bumpass의 지옥이라 부른다.

끓는 머드(Mudd)의 온도가 화씨 322도, 섭씨 161도라니 빠지면 진짜 지옥을 맛보겠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지옥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땅속 깊은 곳 마그마에서 지층 사이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다 

물이 있으면 물을 끓여 Boiling Spring을 만들고  

물이 적고 진흙이 많으면 진흙탕을 끓여  Mud Pot을 만든다.

마른 상태이면 가스를 뿜어내어 Fumaroles 이 된다.

범파스의 지옥에는 세 가지가 다 있다.


땅속의 유황 때문에 돌이 노랗다.

그런데 이 곳은 아직도 계속 변하고 있다.

4년 전 왔을 때 머드 팟이 있던 곳인데. 다음에 가보니 그 자리에 머드 팟이 없어졌다

그리고 보일러 룸에서 김은 더 많이 나온다.

무섭게 생긴 머드 웅덩이.

정말 지옥스럽다.


천국과 지옥은 이웃인가 보다.

루미스(B F Loomis)라는 사진작가는 집채만 한 바위와 화산재가 날아오는 지옥 같은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화산이 터지는 광경을 찍었다.

근처에 살던 엘머 소라한(Elmer Sorahan)이라는 사람이  개가 짖는 소리에 자다가 깨어나 급하게 사람들에게 알려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이 나무는 아마도 100 년 전에 그 광경을 다 보았을 것이다.

너무 놀래 이렇게 휘었다가 돌아가셨나 보다.

언제 다시 터져 나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세상 어느 곳 보다 평화롭다.

 거대한 지구 속의 에너지에 의해 산이 날아가고 용암이 흘러 작은 산이 생기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이런 설명을 해 주기 전에 이런 무서운 일을 겪은 사람들은 신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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