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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Aug 15. 2024

자다르에서 아드리아해를 만나다.

자그레브에서 플리체비트 국립공원을 거쳐 자다르에 오는 동안은 산간 내륙지방이었다. 

여기서 아드리아해를 만났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구 시가의 맨 끝에 있는 바다 오르간(Sea Organ). 


파도가 밀려 들어와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만들어낸다. 


멜로디는 없어 단조롭지만 그 소리는 오르간 소리와 비슷해 신기했다.

배가 지나가면 작은 파도가 밀려들어와 그 소리가 더 커진다.



바로 옆에는 Sun Salutation.

직경 22미터 유리 원형이 태양열을 받아들여 파도의 에너지와 함께 Sea Organ의 소리도 만들고 

밤이면 주변의 가로등도 밝혀준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좀 떨어져 목성.. 젤 먼 곳에 명왕성..

 태양의 주위를 도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까지 

거리와 크기를 비율대로 만들어 놓았다.



자다르에 도착해 푸르고 맑은  아드리아해를 보니 

2천 년이 넘게 주변국들의 침략을 쉴 새 없이 받아 온 도시라는 선입견을 바꾸어 줄 만큼 첫인상이 밝다.   


기원전 9세기 일 리리안 리버르니안족이 살기 시작해서 

기원전 6-7세기에는 슬라브족이

기원전 3-1세기는 로마가 

그 후로는 

베네치아,

투르크,

오스트리아,

헝가리,

20세기에 다시 이탈리아

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연합군의 폭격으로 구 시가의 60%가 파괴..

1991년 내전으로 또 파괴. 

정말 복잡한 역사를 가진 도시다. 

Sea Gate를 지나 구 시가로 들어갔다. 


중세의 교회당


역사의 흔적을 가진 집들.


저만큼 남아있는 것도 신기하다.


로마 유적과 12-13세기에 지은 아나스타샤 성당


9세기에 지은 도나투스 교회, 로마의 수도교도 있었다는데  이 수도교는 반짝반짝 새것이다.


로마시대 주노 신전이 있던  자리에다 교회를 지었다.  




중세에 죄지은 사람을 기둥에 묶어  수치심을 주었다는 "수치의 기둥(Shame Post)"

아아.. 참 잔인하다.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시민의 광장은 카페가 되었다

옛 우물과 교회


조각으로 남은 유적들.


2천 년 전 로마시대의 사람들이 밟았던 돌길을 


나도 밟으며 걸어 다녔다. 



하루해가 넘어간다 성문밖으로 나가 

하룻밤 묵을 숙소를 찾아야겠다.


자다르를 보고 크로아티아 국도 8번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쉬베닉을 지나고 프리모스텐이라는 마을에 가서 카페에 들어가 이 근처에 방을 구하고 싶다 하니 

어딘가 전화를 해 보더니 곧 집주인이 올 테니 따라가 보라 한다.

3분 후 영어를 한마디도 안 하는 털보 아저씨 한 분이 차를 타고 와 따라오래서 갔더니...

우와... 이건... 방도 더럽고 전망도 없고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 약한 우리지만 심호흡 크게 한 뒤..  미안 하지만 안 되겠다 말하고  다음 장소로.

조금 더 남쪽으로 가서 다시 시도.

멋쟁이 노인이 방을 보여 주는데 값도 좋고 (일인당 25유로) 

영어도 잘하고 (자기 말로는 5개 국어를 하는데 그중 영어를 젤 못한단다)



전망도 좋고, 인터넷도 되고, 

방도 두 개 써도 되고.. 둘이 바라보며 씩 웃고 

노인이 가고 난 뒤 

더 크게 웃다.

참 좋다.



이렇게 멋있는 베란다에서

저녁은??

와인을 곁들인 생선요리??



아드리아해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전기 코펠에 끓인 라면과 

홈메이드 오이지. 장아찌. 정말 맛있었지요.

크로아티아도 식후경..

편히 잘 자고 잘 먹어야 많이 본다.



먼저 방을 보여준 털보 아저씨한테 거절할 때는 좀 미안했지만 이 방을 찾은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하루에 4~5시간씩 걷는 강행군을 하고 시차적응이 안되어 잠을 잘 못 잤는데 아드리아해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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