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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불어 쉬는 날.

by 질경이

밤새 비와 폭풍이 멈추지를 않았다.

환풍기를 통해 들려오는 바람소리가 무서울 정도였다.

바람소리는 무서웠어도 5시 반까지 잠은 잘 잤다

부엌과 주방기구가 완벽하게 되어있어 오랜만에 그럴듯한 아침을 만들어 먹었다

날이 좋으면 저기 나가 먹을 텐데 그러기에는 날씨가 너무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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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레이스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이 있어 호강한다는 느낌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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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트로기르 시장에서 사 온 딸기와 체리

플리트비체에서 사 온 계란

서울에서 가져온 누룽지와 녹차

내가 집에서 가져온 오이지로 멋진 아침밥상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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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을 것 같고 스플릿으로 돌아가도 날씨는 비슷할 것 같아

전망도 좋고 값도 좋은 이 집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날이 개이면 질라트니 라트와 블라차를 보고 스플리트를 향해 떠날 예정이었다.

날씨 덕분에 푹 쉬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편하다. 여행 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하루 종일 쉴 운명이 아니었던가보다.

날이 좀 개이고 집주인이 훌륭한 점심을 차려놓고 우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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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주인이 차려준 이른 점심을 먹고 섬 동쪽 끝에 있는 수마르틴을 향해 길을 나섰다.


브라치 섬은 제주도와 비슷하게 생겼다.

가운데 778미터 비도바 고라산이 있고

남쪽 끝 서귀포 자리에 볼,

북쪽의 제주 자리에 페리를 타고 온 수페타르가 있다.


수마르틴 가는 길에 산에서 내려다본 셀카 마을


바람이 센 곳이라서 밭마다 돌담을 쌓아 놓았는데

대부분 이곳 여인들의 작품이라 한다.

어제저녁을 먹은 식당 여주인의 말에 의하면

집의 세 기둥은 여자가 받히고

나머지 한 기둥은 남자가 받쳐주는 곳이 여기라니 그것도 우리나라 제주와 비슷하다.



작은 교회의 문이 열려있어 들어가니 성가대석에 자리가 10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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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 석에서 본 성당,

작지만 크고 웅장한 교회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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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본토에 살던 사람들 중

투르크의 침략을 피해 자신들의 종교를 지키려고 들어와 살기 시작해

작은 마을에도 교회가 여럿 있다

두 마을을 보고 볼로 돌아오는 언덕에서 내려다본 "즐라트니 라트"



즐라트니 라트는 유명한 관광지인데 날씨가 좋지 않아 아무도 없었다

바람 때문에 기울어진 소나무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걷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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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에는 꼭 교회가 있다

내 힘으로 안 되는

예측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힘 앞에

약한 인간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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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러 숙소 주인이 소개해 준 식당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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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한잔, 접시 밑에 촛불을 켜 가져다 놓고 접시를 덥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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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뒤 음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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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나니 따뜻한 물에 레몬을 띄워 손을 씻으라고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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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향긋한 과일주를 "on the house"라고 주며 무슨 향인지 알아맞혀 보란다.

익숙한데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는데 "Pear" 그러고 보니 배 향기다.

한 모금 마시니 입안에 남아있던 생선 냄새가 말끔히 사라진다.

건물이 화려하지 않아도

낯선 이방인을 대하는 식당 주인의 배려와 서비스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비바람 덕분에 하루 잘 쉬었다.

숙소에 돌아와 잠을 청한다. 내일은 바람이 좀 가라앉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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