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스플리트, 그 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유적지로 향했다. 정해진 주차장이 없어 어렵게 주차를 하고 성안으로 들러갔다.
Golden Gate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 서니 오래전에 황제가 살던 궁 안에는
꽃도 가꾸고
빨래도 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친구가 크로아티아에 가자 했을 때 나는 이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아주 간단하게 예전에는 유고슬라비아였다는 것. 옛 유고슬라비아에 대해서는 오래전 우리나라 여자 탁구선수가 사라예보에서 이겼다는 것. 제 일차 세계대전의 단초가 된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내외 살해 사건이 일어났었다는 것.. 정도였다.
막상 가서 보니 이 나라는 로마제국의 흔적이 너무나 많아 로마의 역사 공부를 해야 했다. 스플리트에 있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안내 책을 보며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누구지? 했다.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 장딴지 부분의 바로 뒤에 위치한 스플리트는 로마제국의 뒷마당이나 마찬가지였다. 거대해진 로마제국이 차츰 기울어가던 서기 284년 로마 황제가 된 디오클레티아누스 는
로마 시민도 귀족도 아니었다. 그는 로마의 속주였던 달마티아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군인이었다.
40세에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군인들이 선출해 황제가 되어 21년 동안 기울어 가는 로마를 살려보려고 했다. 다른 세명의 부왕을 선출해 사두 정치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조직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아가자 사위를 양 아들로 삼아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고 고향인 스플리트에 궁을 짓고 8년 간 살았다.
한번 쥐면 내려놓기 힘든 게 권력이라는데 이분 참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물러나면 고향에서 화단이나 가꾸며 편히 지낼 줄 알았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권력다툼으로 인해 딸과 아내가 동방으로 유배 갔다가 사형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궁의 한가운데였을 광장에서 갑자기 팡파레가 울리고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황제가 나타났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아내와 딸은 동방으로 유배되었다가 사형당했다는데
저 예쁜 여인은 누구일까??
병사가 무슨 말인지 모를 소리를 지른다. 1700년 전 이 궁의 주인이었던 황제나 병사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도 이렇게 생긴 사람이 자기 궁을 구경하러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황제의 궁전은 1700년 동안 무너지고 변형되었는데 원래의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 여기다.
아카펠라로 부르는 노랫소리가 멀리 울려 퍼진다.
원래는 돔 형태의 지붕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무너지고 없어도 아직도 음향은 기막히게 좋았다.
종탑 위에서 본모습. 원래대로 모자이크로 장식된 돔이 있다면 아드리아의 푸른 바다와 어울려 무척 아름다웠을 것 같다.
땅에 뒹구는 유물들 위에 식당의 쟁반이나 컵 같은 것도 올려놓고 기념품도 팔고 있다.
지금은 상가로 변한 지하 통로를 지나면
바다가 나온다.
궁전 안에는 1100년에 세운 교회와 아주 높고 아름다운 종탑이 있다.
벨타워 꼭대기에 올라가는데 숨이 턱에 차도록 힘들었지만 스플리트가 한눈에 내려다보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서기 284년에서 305년까지 로마제국을 통치했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303년 로마의 전통을 지킨다는 뜻에서 기독교 박해를 선언하였다. 그 당시 7명이 순교하였는데 그 순교자 중 한 분이 이 지방의 주교 듀에이였는데 그를 기리는 교회가 아이러니하게도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묘를 개조해 지어졌다.
교회의 앞부분은 브라치섬의 하얀 돌을 가져다 지었다고 한다.
교회 안은 대단히 화려하다.
나무 조각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성가대 석은 17세기에 추가되었다
교회 건너편 작은 골목 안에는
주피터의 신전이 있다.
원래는 주피터 신전, 지금은 세례소
1700년 동안 험난한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기둥과 조각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궁전 한가운데 아름다운 조각이 새기어진 고대 건축물 사이,
로마 유적 위에는 메뉴판과 물컵, 웨이터의 담배도 있다
룩소르라는 야외식당에서 치즈와 햄을 가운데 넣고 구운 스테이크와 문어 샐러드로 맛있는 점심을 먹다.
여기서 Octopus는 낙지 크기 Calamari는 주꾸미 크기. 이 살라드는 새콤 달콤 향긋하고 맛있었다.
불량학생이 늘 그러하듯
밥 먹으며 초치기 공부로 다음에 어디로 갈까를 결정한다..
이제 두브로브니크를 향해 출발이다.